“외고·의사·경제학 박사”…‘제2의 전청조’ 곳곳에
[앵커]
화려한 경력이나 재력을 뽐내면서 이성에게 접근해 호감을 사고 결혼이나 교제를 미끼로 돈을 갈취하는 이른바 '로맨스 스캠'에 당하는 피해자들이 늘고 있습니다.
이미 결혼해서 다섯 명의 자녀를 둔 40대 남성이 의사를 사칭하면서 어떻게 여성들을 범죄 대상으로 삼았는지 사기극의 전형적인 모습을 이도윤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가방에 가득 넣은 돈다발.
["열일곱... 열여덟... 열아홉... 스무장 해서 2억이네요."]
40대 이 모 씨가 주식 리딩방에서 투자자를 모으면서, 올린 영상입니다.
돈만 많다는게 아니었습니다.
[정OO/피해자 : "(리딩방에서) 능력 있고 주식에 실력 있는 사람으로 추종을 받았어요. OO캐슬 평수가 백 평이더라고요. 벤틀리, 그 스포츠카. 이십 대 때 청진기, 레지던트 때라고 이렇게 올리면서..."]
외고와 의대를 졸업한 뒤 핀란드대에서 경제학 석박사를 따고 자산운용사를 이끌고 있다는 이씨, 항상 바빠보이는 그의 모습은 엘리트 전문가 그 자체였습니다.
["(연수가) 어제랑 그제 다녀오고 오후에 끝났어요. 시험도 봐요. 의료법 바뀐 것들이나 이런 게 있어가지고..."]
이런 이력을 믿고 5억 6천만 원을 투자한 정 씨는, 딸까지 이 씨에게 소개했습니다.
[정OO/피해자 : "딸이 아팠었어요. 아팠기 때문에 전직 의사와 배우자를 하면 도움이 되지 않겠나... (이 씨가) '저는 어머니를 반 장모로 생각합니다' (라고...)"]
'가족'이 될 수 있단 믿음에 점점 커진 투자금, 하지만 수익금은 제때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수상하단 생각에 찾아간 이 씨의 집, 문을 연 사람은 이씨의 아내였습니다.
[정OO/피해자 : "애 둘을 데리고 나오는데... 자식에 피해 준 엄마잖아요. 정말 용서해줄 수가 없어요."]
이 씨의 정체는 자녀 다섯을 둔 유부남, 의사도 박사도 아니었습니다.
피해자는 정씨만이 아니었습니다
유부남인 줄 모른 채로 이 씨와 결혼식을 올린 여성, 상견례를 하고 9억 원을 건넨 여성도 있었습니다.
혼인빙자간음죄는 없어졌지만, 이런 '로맨스 스캠'은 사기죄를 적용받아, 더 세게 처벌 받을 수 있습니다.
서울남부지검은 이 씨를 사기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습니다.
KBS 뉴스 이도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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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윤 기자 (dobb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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