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가 경제 파탄냈다”…‘장기매매 합법화’ 대통령 택한 이 나라

진영태 기자(zin@mk.co.kr) 2023. 11. 20.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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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의 트럼프’ 밀레이, 56% 득표로 당선
최대 140% 오른 인플레, 선거에 결정적 영향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당선인(왼쪽)이 19일(현지시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대선 승리 연설 전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오른쪽은 여동생 카리나. [로이터 = 연합뉴스]
“오늘부터 아르헨티나 재건이 시작됩니다. 19세기 자유경제로 부유한 나라였던 아르헨티나의 잃어버린 번영을 되찾겠습니다”

경제난과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신음하는 아르헨티나가 신임 대통령으로 무명의 극우파 시장경제주의자를 선택했다. 극단적 공약으로 ‘아르헨의 트럼프’로 불리는 하비에르 밀레이 당선인(53)이다. 후보시절 “대규모 정부지출을 삭감하겠다”면서 전기톱을 들고 유세에 나섰던 그가 망가진 아르헨티나 경제를 되살릴 수 있을 지 관심이 쏠린다.

19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에서 자유전진당의 밀레이 후보가 약 56%의 득표율로 집권당인 국민통합당의 세르히오 마사(51)후보를 제치고 당선됐다. ‘좌파 포퓰리즘’ 정부가 정책 실패로 4년만에 다시 정권을 내준 것이다.

밀레이 당선인은 지난 달 대통령 본선 투표에서 29.99%로 마사후보(36.78%)에 밀려 2위에 그쳤지만, 이날 맞대결에서 역전에 성공했다. 밀레이 당선인은 내달 10일 정식으로 대통령에 취임할 예정이다.

밀레이 후보는 당선 소감을 통해 “점진적인 변화는 없을 것이며 급진적인 변화만이 있을 뿐”이라며 대대적인 정책 수정을 예고했다. 그는 “밀레이 정부는 약속을 엄격히 준수하고 사유재산을 존중하며, 우리나라를 쇠퇴하게 만든 모델은 이제 끝났고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밀레이 당선인은 또 “아르헨티나를 다시 강대국으로 만들기 위한 변화에 동참하고 싶은 사람들은 출신을 막론하고 환영할 것”이라며 “기존 아르헨티나는 끝났으며, 새로운 아르헨티나는 모든 국가와 협혁할 것”이라고 전했다.

말레이 당선인은 2021년부터 아르헨티나 하원의원으로 활동해왔지만 불과 1년 전만 해도 중앙정치와는 거리가 먼 무명에 가까웠다. 그런 그가 대통령에 당선된 배경에는 아르헨티나를 좌우했던 좌파 포퓰리즘 정권(페론주의)과 중도우파 정권(마크리스모)에 대한 심판론이 있다고 외신들은 분석한다.

특히 최대 140%까지 치솟은 인플레이션으로 경제가 초토화된 것이 결정적이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올해 평균 118.6%인 아르헨티나 인플레이션은 내년에도 120%에 달할 전망이다.

아르헨티나는 국제통화기금(IMF)에 430억달러의 빚까지 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아르헨티나는 220억달러와 이자까지 내년 상환해야할 형편으로, 경제안정과 큰 폭의 경상수지 흑자가 절실하다”며 “아르헨티나는 IMF로 돈을 빌리면서 약속한 경제정책을 하나도 지키지도 않았었다”고 지적했다.

밀레이 당선인은 다소 공격적인 공약으로 아르헨티나 부흥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기존 화폐인 페소화를 미국 달러로 전환하며, 화폐와 물가관리를 책임지는 중앙은행도 ‘폐쇄’ 수준으로 역할을 축소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중앙은행이 계속 화폐를 찍어내면서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을 부추기고 있다고 본 것이다. 당선인은 중앙은행을 “정직한 아르헨티나인들로부터 물건을 훔치는 매커니즘”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또 “달러화만이 인플레이션을 종식시킬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밀레이 당선인은 지난 9월 “에밀리오 오캄포 교수를 중앙은행 총재로 임명할 것”이라며 “그는 중앙은행 폐쇄임무를 맡을 것”이라고 전했다. 오캄포 교수는 당선인의 책사 중 한명으로 법정화폐로 미국 달러를 쓰는 에콰도르를 벤치마킹하자는 책 ‘달러화:아르헨티나를 위한 해결책’의 공동저자로 알려져 있다.

현재 아르헨티나에서 미국달러당 페소화는 공식적으로 1달에서 350페소 수준이지만, 암시장에서는 1달러당 900페소로 심각한 가격 왜곡에 시달리고 있다.

정부 지출도 파격적으로 삭감한다. 이를 위해 기존 18개인 정부부처를 8개로 구조조정할 방침이다.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아르헨티나는 1980년대 좌파정부가 들어선 이후 공공부분 지출규모가 2배이상 늘었고, 경제전반에 걸쳐 보조금이 횡행하면서 정부의 고비용구조가 문제가 돼 왔다.

국민들의 총기소유 규제를 완화하고 장기매매를 합법화하겠다는 발언도 있었다. 또 후보시절 그는 최대 무역상대국인 중국을 향해 “공산주의 국가와의 거래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친중국 정책을 폐기하고 브릭스(BRICS) 경제협력체 가입안을 철회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밀레이 당선인은 미국과 외교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밀레이 후보에 긍정적인 기대를 하면서도 동시에 급격한 정책변화에 대한 우려도 내놓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밀레이 당선인의 충격요법으로 경제의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으며, 통화변경과정에서 한차례 초인플레이션의 위기가 올 수 이다”고 경고했다.

FT와 인터뷰한 페르난도 마룰 FMYA 경제컨설턴트는 “밀레이의 정책에는 많은 의문부호가 있지만 국채, 주식시장에 있어 긍정적일 수 있다”며 “아르헨티나는 결코 변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종지부를 찍었기 때문”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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