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김장으로 국민대통합?…미묘한 ‘세밑’에 수상한 ‘행사’
27일 2000명 규모 행사 예정
자유총연맹 등 3개 단체 참석
일각서 ‘정치적 목적’ 주장
“집권 후 정비 중인 관변단체
총선 앞두고 가동체계 점검”
행안부 “연례행사일뿐” 해명
행정안전부가 오는 27일 국민대통합 분위기 확산 차원의 ‘국민대통합 김장행사’ 개최를 기획하는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일각에서는 총선을 앞두고 관변단체 가동 체계를 점검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의혹을 제기한다. 행안부는 “2008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김장행사를 개최해왔으며 코로나19 완화에 따라 4년 만에 행사를 재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향신문이 이날 입수한 ‘국민대통합 김장행사 계획’ 문건에 따르면 행안부와 농림축산식품부, 243개 지방자치단체 등이 오는 27일 오후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김장행사를 개최한다. 한국자유총연맹 등 국민운동 3단체, 자원봉사자, 소상공인, 외국인 노동자, 장애인, 청년·노인, 탈북민 등 총 2000명이 참석하는 대형 행사로 기획됐다. 문건에는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도 참석 대상이었지만 통합위 측은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행안부는 “전국 243개 지자체, 이북5도 및 사회 각계각층이 함께 김치를 담그며 국민대통합 분위기를 확산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17개 시도 현장에서도 같은 날 국민대통합 의미를 담은 김장행사를 추진하기로 했다. 최종적으로 “전국적 대통합 붐업 분위기를 조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일각에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자유총연맹 등 관변단체를 동원한 행사 기획에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행사에 참여하는 한 관계자는 “정치적 목적이 들어 있는 행사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통화에서 “윤석열 대통령 집권 후 관변단체들이 단체장부터 교체됐고 인적 구성도 교체 작업 중인데 총선을 앞두고 관변단체 가동 체계를 전면적으로 점검하기 위한 목적도 있지 않겠나”라며 “김치 갖고 통합 얘기하기는 좀 웃기지 않나. 다른 의도들도 있을 텐데 시기상 선거랑 연관시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관변단체 동원으로 국민대통합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자유총연맹은 지난 3월 ‘총연맹은 사업을 행함에 있어 정치적 중립을 지킨다’ 조항을 삭제하고, 친정부 성향 유튜버를 대거 자문위원으로 위촉하는 등 정치적 행보로 논란이 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 6월 자유총연맹 창립행사, 지난 7일 바르게살기운동 전국회원대회, 지난 12일 전국새마을지도자대회 등 3대 관변단체 행사에 모두 직접 참석했다.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은 성명에서 “행안부가 27일 킨텍스에서 ‘국민대통합 김장행사’를 열겠다며 전국 226개 시군구에 공무원 동원령을 내렸다”며 “사흘 만에 복구된 행정전산망 사태로 인해 전국의 공무원들은 수많은 민원인에게 뭇매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행안부는 교통비마저 지자체 부담으로 떠넘기면서 지방공무원들을 홍보용 ‘보여주기식 행사’에 강제 동원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행안부는 2008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사랑의 김장 나누기’ 행사를 열었지만 이번처럼 대형 행사를 치른 적은 없다. 2019년에는 세종시 행안부 별관 1층 중앙광장에서 간부공무원부인회 15명, 행안부 직원들로 구성된 봉사단 75명 등 총 100명이 참가해 약 1000포기의 김치를 담가 소년소녀가장, 사회복지시설, 쪽방촌 거주민 등에 전달했다.
행안부는 “김장행사는 나눔 의미를 담은 연례행사”라며 “올해는 나눔과 봉사의 의미를 더욱 확산하기 위해 지자체별로 각각 추진하고 있는 김장행사를 하나로 모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관변단체를 동원하고 있다는 기사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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