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전산망 정상화…먹통 원인 아직도 ‘깜깜’
TF 꾸린 정부, 재발방지책 과제로
지난 17일 장애를 일으킨 지방행정전산망이 20일 정상 작동됐다. 그러나 원인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며 재발방지를 위한 근본적 대책 마련도 과제로 남았다. 전산망 장애로 불편을 겪은 시민들은 이른 아침부터 주민센터를 찾아 행정서류 등을 발급받았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지방행정전산서비스장애 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시도·새올행정시스템과 정부24 등 지방행정전산서비스가 정상 작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행안부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 기준 ‘정부24’ 발급·처리 건수는 26만여건,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이 시도·새올행정시스템에 접속한 경우는 53만여건으로 평소와 비슷한 수준이다. 모두 원활하게 발급 처리됐다고 행안부는 밝혔다.
시민들은 “사람이 몰릴까봐 걱정돼 일찍 왔다”며 이른 아침부터 주민센터를 찾았다. 서울 마포구 대흥동 주민센터를 방문한 권중무씨(83)는 이날 오전 7시부터 나와 3번 번호표를 뽑았다고 했다. 권씨는 “화재보험을 신청하려면 인감증명서가 필요하다”며 “마음이 아주 급한데, 지난주 금요일에도 헛걸음을 해 속상하다”고 말했다. 자녀 세대분리를 위해 서울 강남구 논현2동 주민센터를 찾은 공모씨(61)는 “뉴스에서 사람들이 몰리면 전산 과부하가 걸릴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일부러 일찍 왔다”고 했다.
그러나 장애가 발생한 원인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지난 19일 서보람 행안부 디지털정부실장은 장애 원인에 대해 “인증 시스템에 연결된 네트워크 장비(L4스위치)가 오작동하면서 시스템 로그인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본장비에서 오류가 일어날 경우에 대비해 설치된 백업장비, 즉 ‘이중화 장비’에서도 “순차적으로 문제가 발생하면서 장애로 이어졌다”고 했다.
해당 장비가 왜 오류를 일으켰는지, 이중화 장비가 설치돼 있었음에도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지 등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못했다. 장애 발생 하루 전 실시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작업의 적절성, 장애 발생과의 연관성, 해킹 가능성 등은 물론 제 역할을 하지 못했던 이중화 구조 설계의 적절성 여부도 규명돼야 할 사안이다. 재발방지를 위한 근본 대책도 숙제로 남았다.
‘디지털 성과 홍보’ 정부 박람회, 시작도 전에 빛바래
행안부는 민간 전문가와 정부, 지자체, 관계기관 등이 참여하는 지방행정전산서비스 개편 태스크포스(TF)를 21일 구성해 시스템 전반을 검토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한편 국가 행정전산망이 사상 초유의 마비 사태를 겪은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역점을 둔 공공분야 디지털전환, 이른바 ‘디지털 플랫폼 정부’의 성과를 알리는 ‘2023 대한민국 정부 박람회’가 오는 23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다.
이 자리에서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공공서비스를 혁신한 국내 주요 사례를 소개하고, 지자체의 디지털 플랫폼 혁신 방안 등이 논의된다. 디지털 플랫폼 정부는 윤 대통령의 역점 사업 중 하나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국정운영에 데이터 기반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 9월 대통령 직속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가 출범했다.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가 지난 1년간의 활동과 혁신 사례를 홍보하기 위해 공을 들인 박람회이지만 이번 행정전산망 마비 사태로 행사 시작도 전에 체면을 구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용필·김상범·전지현·최혜린 기자 phi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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