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간 닫혀 있던 청주 지하벙커 시민에 문 ‘활짝’

이삭 기자 2023. 11. 20.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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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동 당산공원 충무시설
노후화 등 문제로 보안 해제
올 연말까지 일반에 공개
내년 4월 이후 활용안 결정
충북도가 20일 일반에 공개한 청주시 상당구 대성동 당산공원 지하의 벙커 입구.

20일 오전 충북 청주시 상당구 대성동 당산공원. ‘제한구역 공무 외 출입금지’라는 문구가 적힌 철문을 지나자 국방색 페인트가 칠해진 철문이 나타났다.

높이 2.6m, 너비 4m에 두께 20㎝가 넘는 철문 세 개를 지나자 아치형 터널구조를 가진 2156㎡ 규모의 거대한 지하 공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충북도는 이날 50년간 베일에 싸였던 지하벙커를 공개했다.

이 지하벙커는 1973년 만들어진 전시 대비 시설이다. 암반을 뚫어 터널 형태의 지하벙커를 만들었다. 내부 터널 높이는 5.2m, 폭은 4m나 된다. 1t 트럭도 출입이 가능하다.

터널 길이는 200m 정도이다. 양쪽에는 크고 작은 공간 14곳 정도가 자리 잡고 있다. 공간마다 비밀통로 또는 유사시 외부로 탈출할 수 있는 작은 통로 등을 갖췄다. 수용 가능 인원은 650명이다.

충북도는 이곳을 8월 을지연습, 2년마다 하는 화랑훈련, 4년마다 하는 충무훈련 등에 활용했다.

충북도는 최근 이곳을 보안구역에서 해제했다. 노후화로 인한 습도조절 장애 등으로 이용에 불편을 겪어왔기 때문이다.

충북도는 지난 9월 6억5000만원을 들여 벙커 안에 있던 훈련 관련 시설을 다른 곳으로 이전했다. 그리고 벙커를 일반에 공개하기로 했다. 기간은 오는 12월30일(평일 오전 10시~오후 5시30분)까지다. 벙커의 새 이름은 ‘생각의 벙커’다.

충북도는 내년 1월부터 4월까지 1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이곳을 보수하고, 활용방안 등을 도민의 의견을 수렴한 뒤 결정하기로 했다.

지하벙커가 있는 지자체들이 더러 있지만 이를 일반에 개방하는 것은 이번이 첫 사례라고 충북도 관계자는 설명했다.

김영환 충북지사는 “이 공간을 당산공원, 상당공원을 비롯한 다양한 시설과 연계해 도청과 주변 원도심을 관광 명소로 육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이삭 기자 isak8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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