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탄광 ‘수몰 복구’에 지역 반발

강현석 기자 2023. 11. 20. 20:5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광해공단, 88㎞ 길이 갱도 등 철거 없이 지하수 채워 복구 예정
화순군·주민 “환경오염” 우려 반발…12월 2차 설명회 등 계획
지난 6월 문을 닫은 전남 화순군 화순탄광의 갱도 내부. 화순군 제공

118년 동안 석탄을 캐냈던 전남 화순군 화순광업소(화순탄광)의 가장 깊은 갱도는 지하 523m나 된다. 개미집처럼 이어진 수평 갱도는 지하 19층까지 있다. 갱도 길이는 88㎞에 이른다.

1905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광업권을 등록하며 한때 전국 4대 탄광이었던 화순탄광은 석탄산업이 사양길에 들어서면서 지난 6월 조기 폐광했다.

탄광이 문을 닫은 이후 한국광해광업공단(광해공단)이 ‘종합복구대책’ 마련에 나선 가운데 복구 방식을 두고 화순군과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20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광해공단은 화순탄광 갱도에 지하수를 채우는 방식으로 복구를 계획하고 있다. 광해공단이 지난달 30일 중간보고회를 통해 공개한 ‘광해개황조사 및 종합복구대책’ 수립 용역 보고서를 보면 탄광은 지하수를 퍼내지 않는 방식으로 수몰된다.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수백m 지하까지 파내려간 화순탄광에서는 매일 막대한 양의 지하수가 나오고 있다. 이 지하수는 그동안 석탄을 캐내기 위해 펌프 43대를 이용해 갱도 밖으로 빼내왔다. 펌프를 가동하지 않으면 지하 갱도는 지하수가 차올라 잠긴다.

하지만 화순군과 주민들은 이 같은 복구방식에 대해 반대한다. 대부분의 탄광 시설을 그대로 둔 채 지하수를 채우면 수장된 시설물들로 인해 주변 환경오염 등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광해공단 복구대책을 보면 지하수를 채우더라도 갱도에 설치된 철제 레일이나 기둥 등 대부분 시설은 그대로 둔다. 지하에 남은 유류 5986ℓ와 석탄을 운반할 때 사용됐던 광차 등 이동이 가능한 시설물만 철거할 계획이다.

화순탄광 갱도에는 8056t에 달하는 각종 철제 시설물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석탄 운반 등을 위한 레일만 해도 170㎞에 달하고, 각종 케이블도 92㎞나 된다. 붕괴 등을 막기 위해 철제 기둥 8만7277개가 박혀있다.

광해공단은 갱내 시설물을 철거할 경우 안전사고 우려가 있고 탄광에 지하수를 채우는 것은 일반적인 복구방식이라고 설명한다. 또 레일 등을 모두 철거하려면 1~4년의 기간이 필요하고 144억원이 들지만 고철 판매 금액은 48억원 정도에 불과할 것으로 분석했다.

화순군은 1980년대 같은 방식으로 먼저 폐광됐던 지역 다른 광산의 사례를 들며 환경오염을 우려한다. 화순군은 “한천면 등 먼저 폐광된 화순의 탄광 인근 하천에서는 현재도 붉은색 물 등이 흘러 주민 불안감이 크다”면서 “탄광 복구는 경제적 논리가 아닌 주변 주민들의 건강과 환경보전을 위한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광해공단은 화순군과 주민 의견을 종합해 최종 복구방법을 확정할 방침이다. 광해공단 관계자는 “철거작업 과정에서 붕괴 우려가 있으며 지하수를 채우지 않으면 계속 물을 퍼내야 해 유지 비용이 많이 든다”면서 “시설물을 그대로 두고 물을 채워도 환경오염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하수 정화시설을 추가해 주변 오염을 예방하고 일부 갱도는 물이 차지 않는 만큼 활용도 가능하다”면서 “지역 의견을 반영해서 12월 중에 2차 설명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