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과극' S-더비 극명하게 갈라진 희비…삼성 역대 최다 원정 19연패-SK 홈 9연승
[잠실학생체=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연승-연패의 운명이 걸린 라이벌 매치에서 서울 SK가 이웃동네 서울 삼성을 제물로 삼았다.
SK는 20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벌어진 '2023~2024 정관장 프로농구' 삼성과의 홈경기서 오세근(15득점, 8리바운드)과 자밀 워니(31득점, 16리바운드)의 국내·외 골밑 파워를 앞세워 82대75로 승리했다.
올시즌 2회째를 맞은 이날 'S-더비'는 2017~2018시즌 탄생했다. 같은 서울 연고지에, 잠실 이웃에서 홈구장을 쓰는 두 팀의 공동 알파벳이 'S'인 점에 착안해 생긴 명칭이다. 연고지 'Seoul'과 모기업 영문 명칭 'SK-Samsung'의 첫 글자가 공교롭게도 'S'여서다. 여기에 프로축구의 '슈퍼매치', '동해안더비'처럼 프로농구에서도 라이벌 매치를 부각시켜 흥행을 유도하자는 취지까지 더해져 전통의 명문 두 팀이 우정을 나누지만 양보할 수 없는 결투를 벌여왔다.
지난 1라운드 첫 맞대결에서 SK가 2점차(82대80) 진땀 승리를 거둔 이후 두 번째 'S-더비'. 명색이 라이벌 매치라면 뭔가 비슷한 경쟁 요소가 있어야 흥미로울 텐데, 이날은 '극과 극'에서 만났다. 그것도 기록적인 연승과 연패를 두고 외나무 대결을 펼치게 된 것.
먼저 시즌 2연승 중인 홈팀 SK는 지난 시즌 6라운드 전승 대기록을 달성했던 것을 발판으로 홈경기 8연승을 달리는 중이었다. 지난달 22일 수원 KT전 이후 10경기(EASL 대만 원정 포함) 만에 홈팬들을 만나는 것이니 9연승 달성 욕구가 강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삼성과의 맞대결에서는 지난해 12월부터 6연승이었다.
SK와 반대로 '연패'를 끊기 위해 절박하기는 삼성도 마찬가지. 시즌 7연패 중이던 삼성은 이날 패할 경우 더 치욕스러운 역사의 한 줄을 남기게 된다. KBL 역대 원정 최다연패 기록은 18연패로, 지금까지 4차례(올시즌 삼성 포함) 나왔는데, 가장 최근인 지난 2021~2022시즌 기록도 삼성이 작성한 것이었다.
그렇게 극과 극 처지에서 시작된 이날 경기는 '실패한 하극상'같았다. 1쿼터는 예상을 완전히 벗어난 장면이 펼쳐졌다. 삼성이 이정현과 김시래를 선발로 내세운 효과를 톡톡히 봤다. 이정현이 놀라운 슛감을 앞세워 외곽포를 먼저 점령하면서 기선을 잡았다. 1쿼터 5분여가 지났을 때 삼성이 이미 11점차(14-3)로 달아날 정도였다. SK의 장점이 속공인데, 1쿼터 4분4초에는 삼성이 오히려 코번-이정현-이원석으로 이어지는 속공을 성공했다. 경기 시작 전, "삼성은 속공 허용률이 높다. SK 특유의 빠른 트랜지션을 활용하겠다"던 전희철 SK 감독을 머쓱하게 만들 법했다.
SK는 육중한 코번이 버티고 있는 포스트 공략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대신 외곽에 의존했지만 워밍업이 덜 된 듯 슈팅 미스가 잇달았다. 뒤늦게 워니가 공격률을 높이며 추격하기는 했지만 일찍 벌어진 점수차를 좁히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1쿼터가 27-20, 삼성의 리드로 끝났을 때 이변이 펼쳐질 것 같은 분위기. 하지만 최강의 조직력과 스피드를 자랑하는 SK 앞에서는 '찻잔 속의 태풍'에 불과했다. 그리 오래 시간이 필요하지도 않았다. SK는 2쿼터 6분여 만에 동점에 성공하더니 종료 0.6초 전에는 '타짜' 김선형의 단독 돌파에 이은 레이업 '쇼'를 앞세워 45-43으로 마침내 역전, 승리를 예고했다.
그제서야 몸이 풀린 듯 SK는 이후 멈춤이 없었다. 특유의 트랜지션은 물론 김선형의 리딩, 워니-오세근의 포스트 궁합 등 다양한 패턴이 척척 먹혀들었다. 특히 4쿼터 2분여 동안 오재현 최원혁 최부경 등 식스맨까지 나서 연속 득점으로 68-55, 사실상 승부에 쐐기를 박아주니 홈팬들은 이보다 더 기쁠 수가 없었다. 결국 삼성은 역대 최다 원정 연패 기록(19연패)을 떠안았고, SK는 LG와 공동 3위(7승4패)로 올라섰다.
잠실학생체=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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