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쓰여진 연패의 역사···삼성, 원정 19연패 신기록

서울 삼성 이정현이 20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23~2024 정관장 프로농구 서울 SK와 경기 도중 힘들어하고 있다. KBL 제공

치욕의 역사는 없다는 듯 서울 삼성 선수들은 어느 때보다 열심히 뛰었다. 하지만 또 중요한 고비를 넘지 못했다. 삼성이 원정 19연패로 프로농구 연패의 역사에 자신들의 이름을 깊숙히 각인시켰다.

삼성은 20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23~2024 정관장 프로농구 서울 SK와 ‘S-더비’에서 75-82로 패했다. 8연패 늪에 빠진 삼성은 2승10패로 9위는 지켰지만, 최하위 대구 한국가스공사(1승10패)와 격차가 0.5경기로 줄어들었다. 반면 7승(4패) 고지를 밟은 SK는 창원 LG와 공동 3위가 됐다.

또 삼성은 이날 패배로 지난해 12월22일 고양 소노의 전신 고양 데이원전 패배부터 원정 경기 19연패라는 새 기록을 썼다. 종전 기록은 1998년 11월부터 1999년 3월까지의 대구 동양, 2003년 1월부터 11월까지의 SK, 그리고 2021 10월부터 2022년 2월까지 자신들이 세웠던 18연패다.

삼성은 2016~2017시즌 준우승 이후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이 기간 한 번도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했으며, 최하위도 3번이나 차지했다. 한때 프로농구를 대표하는 명가였던 삼성이었지만, 요즘은 명함도 내밀지 못하고 있다.

은희석 삼성 감독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반드시 이기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은 감독은 “오늘은 정말 발바닥에 불이 나게 뛰어야 한다. 근성이나 투지에서도 밀리고 있다”며 “경기를 보는 팬들도 실망이 클 것이다. 승패를 떠나 부리나케 뛰어야 한다. 그런 모습이 정말 중요하다”며 무슨 일이 있어도 이기겠다는 각오를 보였다.

삼성은 1쿼터에 8점씩 넣은 코피 코번(16점·13리바운드)과 이정현(21점·7리바운드·5어시스트)을 앞세워 SK를 압도했다. 얼마전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안영준이 1쿼터에 파울 3개를 범해 많은 시간을 소화하지 못한 것도 삼성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하지만 2쿼터부터 SK의 특유의 빠른 농구가 살아나고 오세근(15점·8리바운드)과 자밀 워니(31점·17리바운드·7어시스트)가 꾸준하게 득점을 올리면서 삼성이 조금씩 밀리기 시작했다. 결국 2쿼터 종료 직전 SK 김선형이 유려한 드리블에 이은 멋진 돌파로 득점을 만들며 삼성이 43-45로 2점을 뒤진 가운데 전반이 끝났다.

그래도 3쿼터까지는 SK와 비교적 대등하게 맞붙었던 삼성이었지만, 4쿼터 시작과 함께 순식간에 SK로 분위기가 기울었다. 삼성이 연이은 공격에 실패한 것과는 다르게, SK는 오재현의 득점에 이어 경기 종료 8분24초를 남기고 최원혁의 3점슛까지 폭발하며 66-55, 11점차를 만들며 승기를 잡았다. 삼성은 이후 수비의 강도를 끌어올려 추격을 해보려 했지만 뒷심이 부족했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