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L REVIEW] '워니 31점 원맨쇼' SK, 삼성 원정 19연패 몰아넣어…프로농구 신기록

맹봉주 기자 2023. 11. 20.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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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밀 워니의 훅슛이 연거푸 들어갔다 ⓒ KBL

[스포티비뉴스=잠실, 맹봉주 기자] 어떻게 하면 삼성을 이길 수 있는지 정확히 안다.

서울 SK는 20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23-2024시즌 정관장 프로농구 2라운드 경기에서 서울 삼성을 82-75로 이겼다.

SK는 3연승이자 홈 9연승을 달렸다. 같은 연고지의 삼성과 붙는 S더비 7연승도 이어갔다.

자밀 워니가 31득점 17리바운드 7어시스트로 원맨쇼를 펼쳤다. 스텝을 밟고 던지는 러닝 훅슛이 무적에 가까웠다. 오세근은 15득점 8리바운드, 김선형은 8득점 7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안영준은 파울트러블로 짧은 시간만 누비며 2득점에 그쳤다.

삼성은 불명예 기록을 썼다. 원정 19연패. 2022년 12월 22일부터 원정 경기 승리가 없다. 한국 프로농구 역사상 최다 원정 연패 기록이다. 이전까지는 2021-2022시즌의 삼성과 대구 동양, SK가 기록한 18연패였다.

사실 최근 몇 년간 삼성은 홈, 원정할 것 없이 성적이 안 좋다. 이번 시즌도 현재 8연패에 빠졌다. 2승 10패로 꼴찌 대구 한국가스공사에 0.5경기 차로 쫓겼다.

코피 코번은 고군분투했다. 졌어도 코번에게 돌을 던질 순 없었다. 16득점 13리바운드 4어시스트로 더블 더블을 올렸다. 실제 경기에선 기록지 이상의 영향력이 있었다.

하지만 국내선수들이 코번을 살리지 못했다. 이정현이 21득점 7리바운드 5어시스트, 이원석이 10득점 3리바운드 3어시스를 기록했다.

경기 전 SK 전희철 감독은 삼성전 필승 공략을 알고 있었다. "삼성전은 답이 나와있다"며 "삼성은 속공허용률이 리그 최다 1위다. 매년 삼성이랑 경기하면 우리 팀 속공이 많이 나왔다. 삼성전에선 특히나 스피드를 잘 살려야 한다. 지난 1차전에도 우리는 속공 8개를 했고 하나 허용했다. 세트 플레이 대결로 가면 힘들다. 코번은 골밑 장악력이 좋고 경기당 30점은 넣는 선수다. 세트 플레이로 가면 승리 확률이 높지 않다"고 말했다.

삼성 은희석 감독은 3년 차 빅맨 이원석을 격려했다. 이원석은 2021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출신이다. 당시 2순위가 하윤기, 3순위는 이정현이었다. 하윤기와 이정현은 빠른 시간 국내농구 정상급 선수로 성장했다. 이제는 국가대표에서도 주축 선수들이다.

반면 이원석은 아쉬웠다. 번뜩이는 플레이를 보여줬지만 꾸준하지 않았다. 공격에서 소극적인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은희석 감독은 "하윤기, 이정현이 너무 잘해서 이원석이 부담을 갖고 있다. 원석이에게 '윤기, 정현이는 너보다 이미 한발 앞섰다. 따라가면 되니까 1순위라고 해서 부담 갖지 말아라'고 마음의 안정을 줬다" 고 밝혔다.

▲ 코피 코번은 외로웠다 ⓒ KBL

삼성은 철저히 코번을 이용하는 세트 오펜스를 했다. 코번이 안쪽에서 자리를 잡으면 일단 패스를 했다. SK는 코번이 공을 잡자마자 더블팀 수비를 갔다.

코번은 침착했다. 무리하지 않고 외곽에 있는 동료를 찾았다. 수비 리바운드 이후엔 속공을 이끄는 롱패스로 넓은 시야를 뽐냈다.

골밑에서 공만 잠깐 잡아도 코번 효과는 있었다. 국내선수들에게 오픈 찬스가 여러 차례 났다. 이정현이 3점슛 두 방, 김시래가 하나로 외곽 지원도 든든하게 했다. 삼성이 경기 초반 9-0으로 앞서갔다.

SK는 경기 계획이 단단히 꼬였다. 안영준이 경기 시작 5분 27초 만에 반칙 3개로 물러났다. 삼성의 세트 오펜스가 연이어 성공하자 장기인 속공이 나오질 않았다. 다만 SK도 믿을 구석이 있었다. 공격에 제대로 안 풀리자 워니의 적극적인 아이솔레이션으로 맞섰다. 워니는 러닝 훅슛으로 계속해서 점수를 쌓았다. 득점 인정 반칙도 영리하게 얻어냈다.

1쿼터는 완벽히 삼성의 분위기였다. 27-20으로 SK를 앞섰다.

삼성의 흐름은 오래가지 못했다. 워니에게 계속해서 골밑 실점을 내줬다. 2쿼터 중반 코번이 나가자 공격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코번이 쉬는 사이 34-31로 점수 차가 급격히 좁혀졌다.

다시 코번이 돌아왔지만 삼성 경기력은 엉망이 된 상태였다. 4-2 속공 아웃넘버 찬스도 살리지 못했다. SK는 간단했다. 코번만 막으면 됐다.

2쿼터 종료 0.6초를 남기고 SK가 역전했다. 김선형이 드리블 개인이게 의한 돌파로 삼성 수비를 다 무너트리고 득점에 성공했다.

▲ 워니(위)와 오세근 ⓒ KBL

3쿼터 두 팀은 팽팽했다. 김선형 전담 수비수로 삼성이 이동엽을 붙이자 SK의 공격이 얼어붙었다. 다만 워니의 러닝 훅슛 감은 그대로였다. 오세근의 24초 샷클락 버저비터 샷 두 개가 득점이 된 것도 컸다.

삼성은 코번을 중심으로 한 농구를 다시 했다. SK는 더 대놓고 도움수비를 갔다. 코번이 공을 잡으면 3~4명의 선수가 달라붙었다. 삼성 국내선수에게 실점하더라도 코번의 1대1 득점은 막겠다는 의지였다.

삼성은 답답한 공격력을 보였다. 코번이 없으면 아무 것도 못했다. 두 팀 국내선수들의 개인 기량 외에도 조직력 차이가 너무나 컸다.

코번이 수비수 3명을 끌어모은 뒤 패스해도 소용없었다. 국내선수들이 득점으로 마무리 짓지 못했다. 코번은 더욱 외로워졌다. 야투를 실패하면 SK가 곧바로 속공으로 연결했다. 전희철 감독의 말대로 삼성의 속공 대처 능력은 리그 최악이었다.

SK는 워니, 오세근, 김선형 삼각편대가 공격을 이끌었다. 3쿼터 막판 경기를 뒤집었다. 1쿼터 내준 분위기를 되찾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다만 양영준이 4반칙으로 다시 벤치로 들어간 건 변수였다.

▲ 서울 SK 전희철 감독(위)과 서울 삼성 은희석 감독 ⓒ KBL

4쿼터 SK는 격차가 더 벌어졌다. 삼성 국내선수들이 오픈 찬스에도 득점하지 못하자 SK는 더 노골적으로 코번에게 도움 수비를 갔다. 골밑에서 코번이 공을 잡으면 5명 선수 전원이 코번을 봤다. 코번 매치업 수비수 외에 주위에 있는 수비수 2명은 번갈아 가며 더블팀을 갔다.

간단하지만 확실한 수비가 삼성에겐 통했다. 삼성은 패스가 잘 돌지 않았다. 코번이 비어있는 동료에게 패스해도 선수들은 자신 있게 슛을 던지지 못했다.

4쿼터 초반 SK는 두 자릿수 점수 차까지 달아났다. 1쿼터 때와 전혀 딴판이었다. 코번의 공격자 반칙까지 유도했다. 김선형, 오세근, 안영준을 모두 빼는 여유도 보였다. 그래도 SK 공격은 유기적으로 돌아갔다.

SK는 선발 라인업이 코트 위에 다 들어온 4쿼터 중반부터 다시 힘을 냈다. 공격 템포를 좀만 올려도 삼성이 반응하지 못했다. 삼성은 김시래, 이정현의 3점슛으로 간신히 따라갔다.

경기 종료 2분 20초를 남기고 워니의 호쾌한 투 핸드 덩크슛이 나왔다. 80-67로 격차를 더 벌리는 점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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