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베덴 “‘빅스타’ 임윤찬, 위대한 피아니스트 될 것”… 2024년 서울시향 취임 연주회서 첫 협연

이강은 2023. 11. 20.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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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적 사파리 떠나는 기분, 2024년부터 5년간 여정에 기대 커”
“서울시향과 말러 교향곡 전곡 연주와 녹음할 것”
“훌륭한 오케스트라가 되려면 카멜레온 같은 교향악단 돼야”
서울시향, 2024년 세계 정상급 객원 지휘자 및 협연자들과 호흡
바실리 페트렌코·투간 소키예프, 크리스티안 테츨라프·손열음 등

“서울시립교향악단과 올해 여러 작업을 하면서 사랑을 시작한 기분이에요. 마치 음악적 사파리(탐험)를 떠나는 것 같죠. 앞으로 5년간의 여정에 기대가 커요."

내년 1월 취임해 2028년까지 서울시향을 이끄는 얍 판 츠베덴(63) 음악감독이 임기 동안 서울시향의 연주력을 세계적 교향악단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네덜란드 출신으로 바이올리니스트였던 츠베덴은 19살에 자국 명문 악단인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RCO) 최연소 악장으로 임명돼 16년간 몸담았다. 1996년부터 지휘자로 갈아 탄 후 미국 댈러스 심포니(2008∼2018년), 홍콩 필하모닉(2012∼2022년) 음악감독을 역임했고, 현재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을 맡고 있다. 단원들의 연주 역량을 단기간에 최고 수준으로 높이는 데 뛰어나 ‘오케스트라 트레이너·조련사’로도 불린다.
서울시립교향악단 제3대 음악감독으로 내년부터 2028년까지 5년간 서울시향을 이끄는 얍 판 츠베덴이 20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츠베덴은 20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서울시향과의 작업은 매우 놀라운 경험”이라며 “저는 서울시향이 전 세계 어떤 오케스트라와도 견줄 수 있는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츠베덴과 서울시향은 올해 정기공연과 시민을 위한 공연 두 차례씩 모두 네 번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서울시향은 제게 그 경쟁력을 보여줬고, 저도 기대감을 갖고 있어요. 우리가 원하는 양질의 연주를 위해선 많은 준비와 훈련을 하고 즐겁게 음악을 해야 하죠. 가끔이 아니라 매번 훌륭한 연주를 들려주는 게 중요하고, 우리는 매주 매시간 매분 증명해야 합니다. 그것을 위해 제가 왔고 서울시향이 저를 선택했다고 생각해요. 서로 협력하고 노력해야 됩니다.”

서울시향의 새 음악감독 취임 연주회는 내년 1월 25일과 26일 각각 서울 예술의전당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다. 피아니스트 임윤찬(19)이 협연하는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와 말러(1860∼1911) 교향곡 1번 ‘거인’으로 ‘츠베덴호 서울시향’의 출항을 알린다. 츠베덴은 협연자로 임윤찬을 낙점하고, 말러 교향곡 1번을 선택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말러 교향곡 1번은 제게 큰 의미가 있어요. RCO나 뉴욕 필하모닉에서 첫 공연을 할 때도 이 곡이었고, 이후 저와 함께 성장해온 작품입니다. 말러의 모든 교향곡의 토대이자 가장 어려운 작품이죠. 말러의 역사와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 관객들은 이 작품을 들으면 그가 어떤 인물이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야말로) 오케스트라의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곡이에요.”

그는 서울시향과 처음 손잡는 임윤찬에 대해선, “한국은 물론 유럽, 미국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며 “이미 ‘빅스타’이지만 이 젊은 연주자는 미래에 위대한 피아니스트 중 한 명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얍 판 츠베덴 서울시립교향악단 새 음악감독. 뉴시스
츠베덴은 앞으로 5년간 항해에서 그려갈 청사진도 소개했다. 취임 연주회를 시작으로 말러 교향 전곡 연주와 녹음에 나선다. 말러 교향곡은 미완성 유작인 ‘대지의 노래’를 제외할 경우 9곡이며, 전곡 연주나 녹음을 할 때 ‘전곡’의 범위를 어떻게 볼지는 지휘자와 악단에 따라 다르다고 한다.   

그는 “서울시향의 퀄리티(우수함)를 널리 알리는 것도 임기 중 목표다. 서울시향이 국제적 사운드(소리)와 명성을 가진 교향악단이 되려면 당연히 해외로 나가야 한다”며 내년에 아시아, 2025년 미국, 2026년 유럽을 돌며 공연하기로 했다. 서울시향은 츠베덴과 인연이 깊은 RCO의 공연장(콘세르트헤바우)과도 업무협약을 맺고 초청 공연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츠베덴은 서울의 다양한 예술단체, 음악가들과도 적극 협업할 계획이다. 그는 “서울은 음악의 도시를 넘어 예술의 도시”라며 “오페라, 발레 등 다양한 장르는 물론 여러 음악학교, 지휘자, 작곡가 등과 협업하는 건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신인 지휘자와 작곡가 등 재능 있는 젊은 음악가 발굴과 양성에도 팔을 걷어붙이기로 했다. 츠베덴은 2016년부터 매년 여름 스위스에서 열리는 그슈타트메뉴인 페스티벌에서 지휘자 양성 프로그램을 맡고 있다. 그는 “신인 지휘자 양성은 오케스트라의 책임이자 의무다. 한국의 재능 있는 지휘자들과 서울시향이 함께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며 “2025년부터 공개 오디션 등을 열고 입상자에게 서울시향과 연습·공연할 수 있는 기회를 줄 것”이라고 했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과 영화 ‘기생충’ 등의 음악감독으로 잘 알려진 정재일에게도 신곡도 위촉한 상태다. 츠베덴은 “지난해 뉴욕필에서도 (새로 작곡된 곡의) 세계 초연을 19번 했다”며 “다양한 한국 작곡가들과 협업해 2025년부터 위촉 곡들을 선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얍 판 츠베덴 서울시립교향악단 새 음악감독. 뉴시스
츠베덴은 내년에 바그너의 오페라 ‘발퀴레’ 1막을 연주하는 2월 공연 등 7차례 정기공연 무대에 오른다.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7번 ‘레닌그라드’와 모차르트 교향곡 40번, 브루크너 교향곡 7번, 브람스 교향곡 2번,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과 9번 ‘합창’ 등을 들려준다. 그는 “훌륭한 오케스트라가 되려면 카멜레온 같은 교향악단이 돼야 한다. 바그너, 바흐, 스트라빈스키부터 현대음악까지 소화하며 다양한 시대와 스타일을 아우를 수 있는 악단이 돼야 한다”며 “오케스트라에 유연성을 줄 수 있는 오페라 연주도 매 시즌 하고 싶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시향은 내년 공연할 작품 목록에 클래식 애호가는 물론 대중에게 익숙한 대표적인 교향곡과 협주곡을 상당수 배치하고, 거장 객원 지휘자와 임윤찬 등 유명 협연자를 포진시켰다. 손은경 서울시향 대표는 “내년은 새 음악감독과 서울시향이 대표적인 클래식 레퍼토리(작품)를 하나씩 훑으면서 서로 알아가는 시간이 될 것”이라며 “평소 클래식(음악)에 가깝지 않은 분들도 클래식에 입문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장 좋은 홍보는 서울시향의 퀄리티가 향상되는 것인 만큼 앞으로도 거장 지휘자를 객원으로 모시고 훌륭한 협연자들과 함께 하면서 (악단의 연주력) 수준을 높이려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2011년부터 서울시향 객원지휘자로 호흡을 맞춰온 헬싱키 필하모닉 수석지휘자 유카페카 사라스테는 4월 25∼26일 닐센의 교향곡 5번 등을 선보인다. 영국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상임 지휘자 바실리 페트렌코가 6월 20∼21일 드보르자크 교향곡 8번 등을 지휘한다.
손은경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 뉴시스
지난해 서울시향 무대로 국내 데뷔를 치른 미국 샌프란시스코 오페라(SFO) 음악감독 김은선은 7월   10∼11일 라흐마니노프로 찾아온다. 김은선은 내년 4월 동양인 여성 지휘자 최초로 베를린 필하모닉 지휘봉도 잡는다. 영국 고음악의 거장 리처드 이가와 올해 빈 필하모닉 내한 공연을 이끈 투간 소키예프, 7년 만에 서울시향과 만나는 핀란드 지휘자 한누 린투 등도 함께한다.

협연자로는 2019년 서울시향 ‘올해의 음악가’로 활동한 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스티안 테츨라프와 지난해 서울시향 무대에 선 아우구스틴 하델리히, 영국 출신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스티븐 허프, 피아니스트 손열음과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 등이 무대에 선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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