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태극마크 맛 보면 못 잊죠" AG→APBC 캡틴, '日 정복' 한풀이 진행중…"2015년 영광 재현" 프리미어12 노린다
[김포공항=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WBC 아픔이요? 아직 지우지는 못했죠."
2023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대표팀은 20일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한국으로 들어왔다.
이번 대표팀은 지난 9월 열린 항저우아시안게임부터 이어온 '세대교체'라는 큰 목표를 안고 떠났다.
이번 대표팀은 24세 이하(1999년 1월 1일 이후 출생) 또는 입단 3년차 이내(2021년 이후 입단) 선수와 함께, 와일드 카드로 29세 이하(1994년 1월 1일 이후 출생) 3명까지 참가 가능했다. 와일드카드는 최지훈(SSG) 한 명 뿐. 나머지 선수는 모두 '젊은 피'로 구성했다.
성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선발투수 4명(문동주 이의리 원태인 곽빈)은 모두 호투를 펼쳤고, 불펜진 역시 무너지지 않았다. KBO리그 홈런왕 노시환(한화)은 홈런은 없었지만,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했다. '거포 유격수 유망주' 김휘집(키움)은 일본을 상대로 홈런을 날렸다.
결승 진출에 성공한 한국은 예선에서 1대2로 패배한 일본에 승부치기 끝에 3대4로 패배해 설욕에 실패했다. 그러나 2경기 연속 대등하게 싸우면서 다음을 기대하게 했다.
항저우아시안게임에 이어 APBC 주장을 맡은 김혜성은 결승전을 앞두고 "내가 뛴 경기에서 일본을 이긴 적이 없다. 결승전에서 꼭 이겨서 우승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한국이 프로 선수로 구성한 대표팀으로 맞붙은 한일전에서 승리한 건 2015년 프리미어12 준결승전이 마지막이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실업팀 위주로 경기를 했다. 이번 결승전 패배로 김혜성의 한풀이는 현재 진행형이 됐다.
일단 지난 3월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4대13으로 완패를 당했던 한국은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과 이번 대회 준우승으로 조금은 아쉬움을 털어낼 수 있었다. 그러나 김혜성은 "아직 아픔을 지우지 못했다. 그만큼 큰 아픔이었다. 그래도 항저우에서 좋은 결과가 있었고, 또 비슷한 멤버가 똑같이 해서 우승은 못했지만, 나쁘지 않게 잘 싸운 거 같다. 더 열심히 해서 발전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류 감독은 항저우에 이어 APBC에서 김혜성을 대표팀 주장으로 낙점한 배경으로 리더십을 꼽았다. 선수단을 하나로 잘 뭉치게 하고, 코칭스태프와의 가교 역할도 만족스러울 정도로 했다는 평가다. 김혜성은 "많이 부족하다. 내가 딱히 하는 게 없다. 선수들에게 이래라 저래라 할 수도 없다. 그래도 내가 한 마디 할 때 잘 들어주더라. 워낙 착한 후배들이라 말을 잘 들어줘서 제가 잘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고맙다고 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류 감독은 내년 11월 열리는 프리미어12 대표팀을 구성할 때 APBC 대표팀을 절반 이상 넣겠다고 밝혔다. 프리미어12는 나이 제한이 없지만, 그만큼 젊은 선수가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했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래도 아직은 격차가 느껴지는 상황. 류 감독도 "아직 따라가기에는 멀었다"고 냉정한 진단을 하기도 했다. 김혜성은 "일본이 우리보다 기량이 나은 거 같다.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 좋은 장점을 많이 가지고 있는 팀이다. 단기전으로 했을 대 확실히 장점이 있다. 그렇다고 우리가 엄청 못하고 막 딸린다는 생각은 안 들었다. 감독님께서 좋은 말씀 많이 해주시고 또 발전하면 충분히 일본에 닿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기대했다.
아울러 김혜성은 "어린 선수들이 경험을 많이 했다. 그 대회에도 그 어린 선수들이 뽑힌다면 이번 경험을 토대로 그 때 좋은 기량을 펼칠 수 있지 않을까 싶다"라며 "열심히 해서 일본도 이겨야 한다. 2015년에는 일본을 이겼다. 2019년에는 졌지만, 이번에 다시 이길 차례가 온 거 같다. 꼭 이겼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올 시즌 바쁜 1년을 보낸 김혜성은 "정말 바빴다. 작년 11월부터 시즌 끝나고 계속 운동했다. WBC가 있다보니 계속 운동을 했는데 결과가 그래도 좋은 점도 있었고, 나쁜 점도 있었다. 후회도 많이 남는 거 같다. 팀적으로도 아쉽고 첫 대회였던 WBC도 아쉽다"라며 "좋은 경험도 많이 했으니 이번 한 해는 그래도 보람차게 잘 보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28년 LA 올림픽도 기대했다. 김혜성은 "나는 무조건 대표팀이면 어디든 가고 싶다. 한 번 태극마크의 맛을 보면 못 잊는다. 매 경기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준비하겠다. 또 그 때 가서 좋은 성적 거둬 응원에 보답하는 성적 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김포공항=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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