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오염 종식’ 협약 도출 미뤄져…국제사회 이견만 확인
내년 마지막 5차 협상회의 부산서 열기로
국제사회가 플라스틱 오염을 줄일 구속력 있는 국제 협약안을 도출하기 위해 지난주 협상에 나섰으나 오염 종식 목표 연도 설정 등 주요 사항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결론을 뒤로 미뤘다.
지난 13~19일(현지시각) 케냐 나이로비 유엔환경계획(UNEP) 본부에서 열린 ‘유엔 플라스틱 협약 성안을 위한 제3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3)가 종료됐다고 20일 환경부가 밝혔다.
이번 회의는 지난해 3월 유엔환경총회 결정에 따라 구성된 정부간협상위원회의 3번째 회의로, 전 세계 약 160개국 정부 대표단과 이해 관계자 등 약 25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앞서 유엔환경총회는 미세플라스틱을 포함한 플라스틱 오염이 지구의 환경과 지속가능성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보고, 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플라스틱 협약안을 2024년 말까지 성안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번 회의는 앞서 열린 두차례 회의를 통해 마련된 협약 초안을 바탕으로 세부 항목에 대한 조율에 들어가는 첫 회의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이번 회의에서 대다수 국가들이 해양 환경을 포함한 플라스틱 오염에 대응하고 인간 건강 및 환경 보호에 대한 내용을 협약의 목적에 포함돼야 한다는 데 동의했으나, 플라스틱 오염 종식 목표연도를 2040년으로 설정하는 문제 등을 두고는 참여국 사이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고 환경부는 전했다.
특히 플라스틱의 소재인 1차 플라스틱 폴리머의 규제를 두고선,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중국·이란 등이 아예 관련 내용을 삭제하자며 반대했고 찬성하는 국가들도 ‘국제적 목표’를 설정할지, 각국이 자율적으로 목표를 정하게 할지 의견이 갈렸다고 한다.
플라스틱 협약의 이행 수단과 관련한 논의는 개발도상국과 선진국 그룹이 서로 대립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협약 이행에 필요한 재원을 두고 개도국은 별도 재정 기구 설립하고 플라스틱 오염 부담금을 신설하는 방안 등을 지지한 반면, 선진국은 지구환경기금(GEF)이나 세계은행(WB) 같은 기존 재정기구를 활용하자는 주장을 폈다. 협약을 이행하는데 필요한 역량 강화와 기술이전 논의에서도 개도국은 친환경 기술 이전을 강조한 반면 선진국들은 지식재산권 존중을 강조했다는 것이 환경부의 설명이다.
유엔 플라스틱 협약 성안을 위한 제3차 정부간협상위원회가 이견만 확인한 채 끝나게 되면서, 결론은 내년에 남은 두 차례 회의로 미뤄지게 됐다. 환경부는 이와 관련 “협상 참여국들의 총의로 마지막 회의로 예정된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5)를 내년 11월25일부터 12월1일까지 부산에서 진행하기로 확정했다”며 “정부는 마지막 협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하여 플라스틱 오염 종식 및 순환경제 전환을 선도하는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 역할을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4차 회의는 내년 4월22~30일 캐나다 오타와에서 열린다.
환경시민단체들은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선도하겠다는 정부의 약속에 의구심을 보내고 있다. 최근 정부가 매장 내 일회용 종이컵 사용 금지 조처를 철회하고 플라스틱 빨대 사용 금지를 사실상 무제한 유예하는 등 일회용품 규제를 더욱 완화했기 때문이다.
‘정치하는엄마들’과 서울환경운동연합 등 80개 환경단체와 시민모임은 19일 플라스틱 협약안 마련을 주도하고 있는 유엔환경계획의 잉거 안데르센 사무총장에게 이런 문제점을 지적하는 서한을 보냈다.
앞서 유엔환경계획은 지난 9월 한국을 2025년 ‘세계 환경의 날’(6월5일) 개최국으로 결정한 바 있는데, 이들은 서한에서 “최근 한국 정부의 플라스틱·일회용품 규제 철회는 유엔환경계획과 국제 플라스틱 협약의 노력에 상반되는 처사”라며 “2025년 세계 환경의 날 행사의 개최지를 재고해 주실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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