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저렴한 ‘주택 공동구매’ 몰리고… 월세 대신 ‘주세’ 뜬다 [고물가·고금리 시대의 그늘]
사기·조합비리 등 부작용도 잇따라
주거비 부담·전세사기 불안 겹쳐
12개월 미만 단기임대 매물 인기
■'주택 공동구매' 증가…피해 주의보
20일 정비·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분양가가 치솟으면서 일반분양보다 저렴한 지역주택조합을 통한 내집 마련 수요가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의 지역주택조합 추진 사업장은 600개가 넘는다. 1년 새 100개 가까이 증가했다. 지역주택조합은 주민이 조합을 결성해 직접 토지를 매입하고, 시공사를 선정하는 등 시공사 역할을 맡아 아파트를 짓는 일종의 '주택 공동구매' 제도다. 주택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 금융비용 등을 절감할 수 있어 일반분양 대비 분양가가 저렴한 것이 특징이다. 또 청약통장 유무 등 자격 여부를 따지지 않고, 무주택자 또는 1주택자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다만 탈퇴가 까다롭고, 분담금 반납을 전액 보장하지 않는다.
문제는 제도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조합 내부비리, 토지매입 불능 등으로 사업 시행인가를 얻지 못하거나 횡령하는 등 범죄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 전남 순천의 지역주택조합 추진위원장 A씨와 업무대행사 대표 B씨 등은 지난 2019년부터 자본금 한 푼 없이 지역주택조합 아파트 사업을 추진했다. A씨 등은 토지 구매율 0%, 토지 사용 승낙률 2.7% 상태에서 90% 이상 토지를 확보했다는 거짓 서류로 조합원 267명을 모집, 가입비 명목으로 88억원을 받아 챙겼다. 경찰은 사기, 사문서위조행사 등의 혐의로 A씨를 구속하고 B씨 등은 불구속 입건했다.
조합원 간 진흙탕 싸움도 이어지고 있다. 울산 중구 A지역주택조합은 1000억원 넘는 추가 분담금 문제로 조합원들이 조합장을 수사기관에 고소하기로 하는 등 내홍을 겪고 있다.
정부는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국토부는 지난 7월 규제개혁위원회에서 지역주택조합 가입 신청자의 지역주택조합 철회기간을 현행 30일에서 60일로 늘리는 방안을 의결했다. 신청자가 사전에 충분히 고민해보고 결정하라는 취지다.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주택법 개정안도 발의된 상태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역주택조합에 따른 문제점을 인식하고, 제도적으로 피해예방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금리·전세사기 공포에 '주세' 등장
임대시장에선 고물가 영향으로 주세까지 등장했다. 세입자들의 주거비 부담이 가중된 영향이 컸다.
부동산 중개플랫폼 '다방'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서울 임대 시장에서 단기임대 매물은 총 1375건이다. 전체 매물 1만3112건 중 4.87%에 해당한다.
다방 관계자는 "단기임대는 일반적인 월세 매물보다 더 기간이 짧은 매물을 뜻한다"며 "12개월 미만의 매물을 단기임대 기준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단기임대 매물이 인기를 얻는 이유는 고물가로 인한 주거비 부담과 최근 불거진 전세사기 불안이 겹치면서 전세 대체용으로 찾는 이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특히 주간단위로 임대료를 받는 주세까지 늘고 있다. 실제 단기임대 부동산 중개플랫폼 '삼성엠투'에는 서울 서초동 신논현역 인근 오피스텔의 경우 보증금 없이 한 주 35만원 수준으로 올라와 있다. 대학가인 신촌역 인근에 위치한 오피스텔은 한 주에 50만원에 나와 있다.
서진형 공정주택 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월세를 주게 되면 목돈이 나가는 격인데 계약직, 아르바이트, 일용직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최근 주거비 부담과 함께 이들의 비중이 늘어나다 보니 주세로 전환하는 속도 역시 빨라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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