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머지포인트 위험성 예견한 증권맨 출신 황현일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 “비대면 거래, 금융시장 표준 될 것…상시적 법률 검토 필요”

김지환 조선비즈 기자 2023. 11. 20.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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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현일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고려대 정치외교학,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변호사시험 2회 사진 법무법인 세종

대규모 환불 중단 사태로 1000억원 규모의 소비자 피해를 일으킨 선불 할인 서비스 ‘머지포인트’ 운영사 머지플러스 대표가 10월 12일 대법원에서 사기 혐의로 징역 4년 형을 확정받았다. 머지플러스는 2018년부터 이용자에게 20% 할인된 금액으로 현금처럼 쓸 수 있는 머지머니를 팔았다. 머지머니는 편의점, 온라인 쇼핑몰, 대형마트 등에서 사용 가능했다.

문제는 금융 당국이 2021년 8월 뒤늦게 머지포인트를 ‘전자금융거래법상 선불전자지급수단’으로 등록하라고 하면서 불거졌다. 선불전자지급수단은 카드·계좌를 연동해 미리 충전한 선불금으로 상거래 대금을 지급·송금할 수 있는 서비스다. 당시 선불금을 두 개 이상 업종에서 쓸 수 있다면, 선불전자지급수단으로 등록해야 한다는 법 규정이 있었다.

머지플러스는 자사 서비스가 ‘상품권 발행업’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으나 금융감독원은 선불전자지급수단이라고 봤고, 등록하라고 했다. 이에 머지플러스가 머지포인트 사용처를 ‘음식점업’ 한 개로 대폭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두 개 이상 업종에서 쓸 수 있어야 한다’는 선불전자지급수단 기준을 회피하기 위해서였다. 결국 소비자의 환불 요청이 이어졌다. 기업 경영진은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일명 머지포인트 사태가 불거지기 약 한 달 전까지만 해도 회사 측은 앞으로 다가올 위험을 전혀 예견하지 못했다.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하기 위해 법무법인 세종에 자문을 맡겼을 정도였다. 그런데 사업 구조를 들여다보던 황현일(43·변호사시험 2회) 변호사의 눈에는 큰 문제로 비쳤다. 선불전자지급수단으로 등록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사업에 큰 리스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는 “머지플러스 측에 업종 등록을 하라고 자문했으나 재무구조상 등록을 위한 부채비율 요건(200% 이하)을 맞출 수 없었다”며 “적시에 법률 검토를 받았다면, 유망한 스타트업이 추락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 변호사가 머지포인트의 위험성을 빨리 찾아낼 수 있었던 것은 금융 산업 규제에 대한 이해도가 높기 때문이었다. 그는 증권사, 금융위원회를 거쳐 법무법인 세종에 둥지를 틀었다. 황 변호사는 “디지털 금융·가상자산 분야에서 스타트업의 비즈니스 모델은 하루아침에 변할 수 있기에 서비스와 정부 규제 등 양쪽에 관해 모니터링한다”며 “기업들 또한 끊임없이 법률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위믹스 상장폐지 訴, 거래소 대리…“유통량, 투자자 인식이 중요”

황 변호사는 ‘증권맨’ 출신이란 이력을 살려 자본시장 관련 사건을 주로 담당한다. 그는 2005년부터 삼성증권 상품개발팀에서 5여 년간 증권 상품을 개발하고 점검했다. 2013년부터는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에서 사무관으로 일하며 시장규제에 대한 이해도를 쌓았다. 이 경험을 살려 2016년 법무법인 세종에 입사한 후 금융 규제 분야의 전문성을 키웠고 현재 디지털 금융과 가상자산 분야를 전문으로 다루고 있다.

작년 12월 국내 암호화폐 업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위믹스 상장폐지 결정과 관련한 가처분 소송에서 거래소 측을 대리해 승소를 이끌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재판장 송경근 수석부장판사)는 위믹스를 발행하는 위메이드 계열사가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네 개(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를 상대로 낸 ‘거래 지원 종료 결정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 사건’을 기각했다.

위믹스는 게임해서 아이템을 얻으면 돈을 버는 이른바 P2E(Play to Earn) 형식의 암호화폐다. 작년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량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였다. 위메이드 계열사가 출시한 뒤 작년 초 기준으로 국내 네 개 암호화폐 거래소에 모두 상장했다.

그런데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협의체(DAXA·닥사)는 작년 10월 위믹스를 투자 유의 종목으로 지정한 후 바로 다음 달인 11월, 거래 지원 종료 결정을 했다. “거래소에 제출한 유통량 계획 정보와 실제 유통량에 차이가 있다”는 이유였다. 이에 위메이드 측은 “유통량 위반을 한 적이 없다”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유통량은 시장에서 거래 가능한 주식, 암호화폐 등 투자 상품의 수량을 말한다. 주식과 달리 암호화폐는 유통량을 정의하는 기준이 없다. 이 때문에 거래소 측은 ‘외부에 담보로 잡힌 위믹스’도 언제든지 시장에 나올 수 있으므로 유통량이라고 봤으나, 위메이드 측은 아니라고 했다.

암호화폐 유통량은 가격을 결정한다. 주식보다 시장 규모가 작기 때문에 유통량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 이 때문에 거래소에선 발행사에 유통량을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요구한다. 위메이드 측은 애초 거래소에 위믹스 2억4500여만 개를 유통하겠다고 했으나 실제 유통량은 이보다 많았다. 이에 가격이 급등락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황 변호사는 “아직 가이드라인이 없는 암호화폐 유통량의 경우 사업자가 자의적으로 정의할 것이 아니라 일반인의 통념에 비춰 판단해야 한다”는 변론 전략을 제시했다. 참고 자료로 암호화폐 투자자가 모인 커뮤니티 네 개에서 나타난 유통량 인식을 재판부에 제출하는 아이디어도 냈다.

그는 “조사 결과, 투자자들은 ‘시장을 통해서 거래되고 있는 총량’으로 유통량을 이해했다”며 “발행인이 ‘가상자산 유통량’을 어떻게 정의하는지보다 일반 투자자가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설명하기 위해서였다”라고 했다. 황 변호사는 “투자자의 인식과 실제 유통되는 수량이 다르다면, 가상자산 시장의 거래 질서가 크게 어지럽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위메이드 측이 코코아파이낸스에 담보대출 목적으로 제공한 3580만 개 물량도 ‘유통된 물량’으로 봤다. 재판부는 “위믹스 가격이 떨어지는 등의 사정이 발생하면 대출 채권자는 담보대출 물량을 제삼자에게 처분하는 등 시장에 풀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아울러 법원은 위믹스의 유통량 위반으로 신뢰 관계가 훼손됐다는 판단도 내놨다.

“온라인 거래 중심으로의 변화에 대비해야”

1980년생인 그는 디지털 금융·가산자산 분야 변호사로서 자신의 강점으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라는 점을 꼽았다. 유년시절에 인터넷, 컴퓨터 등 디지털 기기를, 학생 때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PC를 이용하는 등 인생 전반에 걸쳐 디지털 기기를 익숙하게 다뤄온 세대를 말한다. 그는 “IT 기반 산업을 이해하는 데 벽이 없고 이 분야에 속한 산업군 리더들 또한 (나와) 같은 30·40세대로, 원활한 소통이 가능하다”고 했다.

황 변호사는 금융시장에서 비대면 온라인 거래가 표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미 현재도 이런 회사들이 있지만, 법이 못 따라오는 상황”이라며 “온라인 비대면 거래에 맞춰 법이 바뀔 것이고, 전통 금융회사를 규정한 법들이 디지털 금융법에 포섭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황 변호사가 이끄는 세종 가상자산팀은 이 같은 변화 조짐에 대비하고 있다. 황 변호사는 “운이 좋게도 가상자산 분야에서 선도적인 기업들과 협업을 많이 해왔다”며 “덕분에 활자화되지 않은 지식을 체화할 수 있었던 게 우리 팀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상자산을 이용해 서비스를 만들려는 회사는 계속 늘고 있다”며 “우상향 발전하는 가상자산 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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