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째 장애 원인 못찾아···"수천억 예산 어디에 썼나"

황정원 기자 2023. 11. 20.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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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행정망 '불안한 정상화'
혼란 없었지만 구체 원인 오리무중
단순 장비교체라면 몇시간이면 가능
정부, TF 꾸려 재발방지 대책 마련
정부 행정망 민원 서비스가 재개된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에 민원 서류 정상 발급 안내문이 붙어 있다. 권욱 기자
[서울경제]

멈춰 섰던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정부24의 민원 서비스가 사흘 만에 정상화됐다. 이달 17일 초유의 행정전산망(새올지방행정정보시스템) 장애로 많은 인파가 몰릴 것이라는 당초 우려에도 불구하고 20일 전국 지자체 주민센터는 별다른 소동 없이 평소 월요일과 비슷했다. 그럼에도 아직 행정전산망 장애를 야기한 근본적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고 재발 방지 대책도 명확하게 내놓지 못한 상태다. 단순 장비 문제로 복구까지 48시간 이상 걸렸다는 점, 아직 명확하게 네트워크 장애가 발생한 이유를 제시하지 않은 점도 풀리지 않는 궁금증이다. 행정안전부는 19일 이번 사태가 새올시스템에 접속하는 정부공개키인프라(GPKI) 인증 시스템 장애 때문이며 네트워크 장비(L4 스위치)에 이상이 있었다 정도로만 밝혔다. L4 스위치는 인증 시스템 내에서 정보를 어디로 보낼지 결정해주는 기능을 담당하는 장비다.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가들은 L4 스위치가 고가 장비이기는 해도 교체하는 데 몇 시간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한다. 원인 파악과 해결에 56시간이나 걸릴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최초로 문제가 발생한 직후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은 패치 작업 기업을 호출해 업데이트를 취소하고 원래 상태로 돌렸으나 장애가 계속됐다. 설치된 스위치를 더 상위 버전의 새 장비로 교체해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과연 장비 문제가 맞는지, 이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사람의 실수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에 대한 의혹이 잦아들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해킹으로 인한 장애가 아니냐는 의심도 끊이지 않고 있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행안부의 설명대로 L4 스위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정도라면 원인 규명과 원상 복구에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면서 “전문성이 떨어지거나 다른 원인이 있는데 축소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새올시스템이 노후화하지 않았다’는 정부의 해명과 달리 노후화가 문제였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새올시스템은 2007년 만들어져 16년간 유지·보수만 이뤄졌다. 올해 정부의 시스템 유지·보수 관련 예산마저도 전년 대비 줄었다. 새올시스템을 차세대 시스템으로 구축하기 위해 정부가 예비타당성조사를 추진했으나 아직 결과는 발표되지 않은 상태다. 이 때문에 연간 5000억 원에 이르는 국가정보관리원의 예산이 적재적소에 쓰였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 먹통 대란’이 발생했을 당시 비상 사태 대응을 위한 예비 데이터센터를 두지 않았다고 질타한 바 있다. 홍석주 협성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업데이트 시 문제가 발생했다고 하는데 네트워크 기본 장비만 업데이트된 것인지, 백업 장비까지 같이 됐는지, 순차적인지와 동시인지 등 경우의 수가 많다”면서 “예산이 노후 장비에 얼마나 투입됐는지도 알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지방행정전산서비스장애대책본부 회의를 열어 시스템 작동 상황과 지자체 민원 처리 상황을 종합적으로 점검했다. 이 장관은 “장애가 발생한 네트워크 장비의 상세 원인을 신속하고 철저하게 분석해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민간 전문가와 정부, 지자체, 관계 기관이 참여하는 ‘지방행정전산서비스개편TF’를 21일 구성해 원인 분석 결과와 함께 시스템 전반에 대해 검토한 후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한편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행안부가 현안 보고한 내용에 따르면 전산망이 마비된 17일 당일 인감증명서 등 총 6282건의 민원 서류를 수기(手記)로 발급했다. 이날 낮 12시 기준 지자체 공무원이 업무 중 시도·새올행정시스템에 접속한 경우는 53만여 건으로 집계됐다. 정부 온라인 민원 서비스인 정부24도 같은 시각 기준 26만여 건이 발급·처리됐다. 서울 영등포본동주민센터에서 만난 60대 주부 이 모 씨는 “은행 대출 서류를 뽑으려고 지난 금요일에 방문했었다”면서 “혹시나 시스템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생각에 처음으로 이렇게 이른 시간에 주민센터를 방문했다”고 말했다.

황정원 기자 garden@sedaily.com김창영 기자 kcy@sedaily.com채민석 기자 vegem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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