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통신] 잉글랜드 속 두개의 나라

2023. 11. 20.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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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반 바퀴를 돌아야 하는 먼 거리에 위치한 영국과 한국은 여러 가지 면에서 달라도 너무 다르지만 한 가지만은 사뭇 닮아 있다.

처음 한국을 방문했을 때는 여러 지역을 여행해도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한국에 오래 살게 된다면 수도권과 영호남에 큰 차이가 있음을 느끼게 될 것이다.

만약 한국인이 영국을 방문한다면, 주로 런던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거나 붐비는 카페, 상점 그리고 관광버스가 즐비한 옥스퍼드, 케임브리지 등 남부 지역을 잠깐 둘러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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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킹 요충지 북부의 요크
노르만족 침략 거치며 쇠퇴
新수도 런던 중심 남부 발전
기대수명·경제 격차 벌어져
남부인들, 북부 '외국' 취급

지구 반 바퀴를 돌아야 하는 먼 거리에 위치한 영국과 한국은 여러 가지 면에서 달라도 너무 다르지만 한 가지만은 사뭇 닮아 있다. 처음 한국을 방문했을 때는 여러 지역을 여행해도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한국에 오래 살게 된다면 수도권과 영호남에 큰 차이가 있음을 느끼게 될 것이다. 전라도와 경상도 또한 극명하게 나뉘고, 충청도는 북쪽도 남쪽도 아닌 둘 사이에 끼어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마치 보이지 않는 선들이 존재하는 듯하다.

이런 상황이 영국과 매우 흡사하다는 사실에 많은 한국인이 놀랄지도 모르겠다. 영국도 보이지 않는 선에 의해 런던과 남부 지역, 북서쪽의 맨체스터와 리버풀 그리고 북동쪽의 선덜랜드와 뉴캐슬로 나뉘는 오랜 전통이 존재하고 서로에 대해 희화적인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다. 남쪽에서는 북부 사람을 상스럽고, 못 배우고, 가난하고 미개한 사람으로 치부하는 반면 북부 사람은 남쪽 사람을 나약하고 가식적이며, 돈에 집착하는 속물이라고 비난한다.

이런 고정관념은 여러 지역 출신의 친구들과 함께 펍에 모여 맥주를 마시며 나누기 좋은 가벼운 농담거리가 되기도 하지만 이런 우스갯소리에 의해 슬픈 현실이 가려지고 있다.

2012년 이코노미스트 기사는 북부와 남부의 기대수명, 정치적 성향 그리고 경제 수준의 격차가 너무 빠르게 벌어지고 있어서 이름을 제외하고는 이미 별개의 나라가 되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그 이후로 그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만약 한국인이 영국을 방문한다면, 주로 런던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거나 붐비는 카페, 상점 그리고 관광버스가 즐비한 옥스퍼드, 케임브리지 등 남부 지역을 잠깐 둘러볼 것이다.

하지만 조금의 시간을 할애해 북부를 방문한다면, 매우 다른 풍경을 보게 될 것이다. 북부 도시에서는 폐업을 하고 판자를 붙여놓은 상점, 텅 빈 번화가, 마약 중독자의 소굴 등 한때 산업혁명의 기반시설이 무너져내린 것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이런 극명한 차이는 역사적인 이유로 생겨났다. 10세기 말, 북부의 요크는 잉글랜드에서 가장 중요하고 부유한 도시였다. 당시 바이킹의 근거지였던 요크는 노섬브리아 왕국의 실질적인 수도였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며 바이킹 세력은 약화됐고, 1066년 노르만족이 잉글랜드를 침략한다. 조선이 건국되면서 개성에서 한양으로 천도한 것과 같은 이유로 노르만족도 과거 왕조와 차별화하기 위해 런던을 그들의 새로운 수도로 선택한다.

그 후 영국의 통치자들은 부와 자원을 런던과 주변 남부 지역에 쏟아부었다. 북부는 1700년대에 잠시 산업혁명의 중심지가 됐지만 1900년대 후반까지 영국이 탈산업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다시 깊은 어둠 속으로 돌아갔다.

영국의 경제가 계속 곤두박질치는 가운데 나는 북부를 '외국'이라고 칭하는 남부 사람의 농담이 실제로 슬픈 현실이 되지나 않을까 염려스럽다.

[팀 알퍼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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