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도 못 잡아 은퇴까지 고려했는데..." 양희영, 팔 부상 딛고 5년 만에 우승

김기중 2023. 11. 20.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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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희영(34)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16년 차의 베테랑이다.

양희영은 20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의 티부론 골프클럽 골드코스(파72)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시즌 최종전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총상금 700만 달러) 최종 4라운드에서 이글 하나와 버디 5개, 보기 한 개를 엮어 6언더파 66타를 적어냈다.

태국(3승)과 한국(1승)에서 열린 LPGA 대회에서만 우승했던 양희영은 처음으로 미국 땅에서 열린 대회에서 정상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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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희영이 20일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의 티부론 골프클럽 골드코스(파72)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있다. 네이플스=AP 연합뉴스

“과연 계속할 수 있을까 의심이 들어서 은퇴까지 고려했는데…”

양희영(34)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16년 차의 베테랑이다. 하지만 혼다 LPGA 타일랜드 우승을 거둔 2019년 이후 하향 곡선을 그렸다. 슬럼프는 길어졌고 나이도 30대 중반으로 향했다.

설상가상 힘든 마음을 달래려고 취미로 시작한 암벽등반마저 역효과를 불러왔다. 엘보(팔꿈치 관절 주위에 생기는 통증)로 채를 잡기도 힘들 정도였다. 메인 스폰서마저 구하지 못해 결국 민무늬 모자를 쓰고 경기에 나서야만 했다. 양희영은 그렇게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희미해져 갔다.

그래도 양희영은 포기하지 않았다. 1년여의 부상 치료 후 예전의 기량을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고 우승 문턱에서의 몇 차례 좌절에도 다시 힘을 냈다. 그리고 마침내 시즌 최종전에서 통산 5승째이자 4년 9개월 만의 우승 결실을 이뤄내며 ‘제2의 전성기’를 예고했다.

양희영은 20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의 티부론 골프클럽 골드코스(파72)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시즌 최종전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총상금 700만 달러) 최종 4라운드에서 이글 하나와 버디 5개, 보기 한 개를 엮어 6언더파 66타를 적어냈다.

최종합계 27언더파 261타를 기록한 양희영은 공동 2위 앨리슨 리(미국), 하타오카 나사(일본·이상 24언더파 264타)를 여유롭게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우승 상금은 무려 200만 달러(약 26억 원)로 메이저대회인 US 여자오픈과 함께 역대 LPGA 투어 최고액이다.

태국(3승)과 한국(1승)에서 열린 LPGA 대회에서만 우승했던 양희영은 처음으로 미국 땅에서 열린 대회에서 정상에 올랐다. 2019년 2월 혼다 LPGA 타일랜드 우승 이후 5년 가까이 인고의 시간을 견뎌낸 후 거둔 값진 우승이었다.

양희영이 20일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의 티부론 골프클럽에서 열린 미국프로여자골프(LPGA) 투어 최종전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 최종라운드 13번 페어웨이에서 샷 이글을 기록한 후 환호하고 있다. 네이플스=AP 뉴시스

하타오카와 공동 선두로 마지막 라운드를 시작한 양희영은 전반에 버디 2개, 보기 1개로 한 타를 줄였다. 반면 하타오카는 버디 2개로 2타를 줄이며 전반을 마쳐 양희영이 1타 뒤진 2위에서 추격하는 양상이 됐다.

분위기를 바꾼 것은 13번 홀(파4)이었다. 양희영이 친 두 번째 샷은 핀을 살짝 지나쳤지만 백 스핀을 먹고 홀로 빨려 들어갔다. 이 샷 이글로 양희영은 단독 선두로 나섰다.

양희영은 17번 홀(파5)에서 우승에 쐐기를 박았다. 두 번째 샷이 그린에 못 미쳐 경사를 타고 핀 왼쪽으로 흘렀지만 어프로치 샷을 홀에 바짝 붙여 가볍게 버디를 잡아냈다. 2타 차 단독 선두로 18번 홀(파4)에 오른 양희영은 같은 조에서 경기한 하타오카와 앨리슨 리가 먼저 홀아웃한 뒤 버디 퍼트로 경기를 끝내며 포효했다.

경기 후 양희영은 “골프를 하면서 올해처럼 은퇴를 생각한 적은 없었다. 다시 우승할 수 있을까 의심했다”면서 “부상 이후엔 코치에게 더 이상 못 할 것 같다는 말도 했지만 의사와 코치진 등 팀의 도움으로 극복했고, 그래서 더 행복하다”고 말했다.

최근 수년간 성적이 저조하면서 후원사가 끊긴 양희영은 흰색 민무늬 모자 앞면에 작은 스마일 마크를 달고 시즌을 치렀다. 그는 “그냥 비워두기는 싫었고, 재미있게 하자는 생각으로 스마일을 직접 수놓았다”며 밝게 웃었다.

한편 시즌 4승으로 셀린 부티에(프랑스)와 공동 다승왕이 된 세계 1위 릴리아 부(미국)가 올해의 선수, 상금왕을 차지했고 아타야 티띠꾼(태국)이 평균타수 1위, 유해란이 신인왕에 오르며 시즌을 마쳤다. 한국 선수들은 고진영(2승) 김효주 유해란 양희영이 시즌 5승을 합작해 지난해 4승을 넘어섰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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