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우승 후보 KCC 부진 이유
시즌 개막 전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던 프로농구 부산 KCC가 리그 최고 올라운더 최준용의 복귀에도 좀처럼 기를 못 펴고 있다. 지난 17일 고양 소노를 잡으며 상승세를 타는 것처럼 보였지만, 19일 디펜딩 챔피언 안양 정관장에게 지며 연승에 실패했다. 시즌 초반 9경기를 치르는 동안 3승 6패로 8위까지 처졌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19일 정관장과의 경기를 앞두고 만난 KCC 전창진 감독은 부진의 원인을 팀플레이 부족에서 찾았다. KCC는 선수 면면만 놓고 보면 ‘슈퍼팀’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다. 최준용 외에도 클러치 능력이 뛰어난 허웅에 이승현, 라건아 트윈타워까지 갖췄다. 하지만 이들이 한데 모여 합을 맞춰볼 시간이 부족했고, 이는 경기력 기복으로 이어졌다.
전 감독은 “최준용과 다른 선수들이 여름 내내 호흡을 맞췄고, 연습 경기에서도 한 번도 지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다만 이승현과 라건아가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차출되면서 세 선수가 합을 맞춰볼 시간이 부족했다. 전 감독은 “컵대회 하루 전에 이승현과 라건아가 합류했고, 거기서부터 잘 안 맞기 시작했다”고 짚었다. 컵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긴 했지만, 최준용이 다치면서 정작 시즌 초반에는 완전체 전력을 선보일 수 없었다. 결국 6위에 머물렀던 지난 시즌과 다름없는 팀 구성으로 시즌 초반을 치러야만 했다.
팀이 어려울 때 해결사 역할을 해 줄 선수도 딱히 보이지 않는다. 이승현과 라건아는 아시안게임에 컵대회까지 치르며 체력이 고갈되면서 예전만큼의 위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허웅에게 견제가 집중되고, 최준용에게도 수비 부담이 더 지워지면서 공격력이 반감됐다. 컵대회 한 경기 최다 득점(40점) 기록을 세우며 기대를 모았던 알리제 드숀 존슨의 경기 운영 방식도 상대 팀에 읽히면서 갈수록 위력이 떨어지고 있다.
연고지를 전주에서 부산으로 옮기면서 적응해야 할 것도 많다. 경기장 간 이동 거리는 길어지고, 홈구장에서 연습할 시간은 부족해졌다. 전 감독은 “다 핑계다. 어쨌든 잘 안 되는 부분들을 잘 되게 하는 게 감독의 역할인데 잘 안 돼서 속상하다”고 어려움을 털어놨다.
전 감독은 KCC가 슈퍼팀으로서 위용을 뽐낼 수 있는 시간을 3라운드쯤으로 예상하면서 그때까지는 기다려달라고 부탁했다. 슈퍼팀의 마지막 퍼즐로 꼽히는 송교창이 최근 전역했지만,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다친 무릎이 제 상태를 회복하기까지 꽤 긴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전 감독은 “복귀 경기 일정도 나오지 않았다”면서 “송교창이 돌아와도 손발이 잘 맞으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걱정했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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