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기 소노 감독은 왜 DB 프런트와 설전을 펼쳤나?
프로농구 고양 소노가 원주 DB에 91-99로 패배한 지난 19일. 압박 수비라는 승부수를 들고 나왔던 소노는 한때 16점차 리드를 잡으면서 홈 팬들을 설레게 만들었다. 소노가 얇은 선수층의 한계로 역전패를 당했으나 올 가을 프로농구의 강자로 떠오른 선두 DB를 상대하는 하나의 해법을 보여준 것은 분명했다.
그런데 소노와 DB는 코트 밖에서도 한 판 승부를 벌였다. 소노 김승기 감독이 경기가 끝난 뒤 DB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불만을 숨김없이 쏟아낸 것이다. 농구계 선·후배 사이라도 불편한 수준의 욕설이 담긴 언사가 귓가를 찔렀다.
이흥섭 DB 사무국장이 “오늘 상황은 공문으로 정리하겠다”며 섭섭함을 감추지 않았을 정도다.
실제로 DB는 김 감독의 언사와 관련된 내용을 경기 당일 KBL에 구두 보고했고, 하루 뒤인 20일 오전에는 공문을 보냈다.
그런데 김 감독도 할 말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가 DB에 불만을 품을 만한 상황이 경기에서 빚어졌다. 권순철 DB 단장의 본부석 방문이다. 권 단장은 3쿼터가 끝난 시점에서 ‘이 경기에서 이기든 지든 제소할 것’이라고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가 박빙으로 치닿는 상황에서 단장이 본부석에서 해당 발언을 꺼냈다면 판정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로 오해받을 소지가 있다.
김 감독이 DB와 충돌한 것도 권 단장의 본부석 방문 직후 판정의 흐름이 바뀌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권 단장은 이번 시즌 또 다른 경기에서도 본부석을 찾은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BL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조사를 시작했다. DB 측에서 먼저 김 감독의 언사를 제소했지만, 소노 역시 권 단장의 잘못된 행동을 꼬집었기에 사실 관계 확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KBL의 한 관계자는 “일단 김 감독의 비신사적인 언행이 사실이라면 문제라고 본다”면서 “권 단장의 본부석 방문 역시 과거 사례를 참조해 징계 여부를 논의하겠다. 징계 수위는 일단 사실 관계를 모두 확인해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코트 안팎에서 맞붙은 소노와 DB는 앞으로 새로운 라이벌 관계를 구축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지난 시즌 소노의 전신 데이원에서 뛰었던 디드릭 로슨이 올시즌 DB 유니폼을 입으면서 시작된 갈등이 점점 커지고 있다. 객관적인 전력에선 DB가 앞서는 게 사실이지만 이번 시즌 남은 네 번의 맞대결이 흥미롭게 됐다. 김 감독은 “DB에는 꼭 한 번 이겨보겠다”고 말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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