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롯데, 너였다…전준우, 타팀 제안 뿌리친 이유는[스경X이슈]
전준우(37)의 선택은 이번에도 롯데였다.
롯데는 20일 “자유계약선수(FA) 전준우와 4년 최대 47억원에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보장금액은 40억원이며, 7억원의 인센티브를 곁들인 계약이다.
지난 18일 KBO가 FA 승인 선수 19명의 명단을 공개한 후 이틀만에 처음으로 나온 FA 계약이다. 이번 스토브리그 1호 계약이기도 하다. 그만큼 일사천리로 진행이 됐다.
전준우는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다. 경주고 건국대를 졸업한 뒤 2008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2라운드 15순위로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그리고 줄곧 한 팀에서만 뛰었다.
하지만 첫 FA 자격을 얻었던 2019년에는 다소 박한 평가를 받았다. 당시 4년 최대 34억원이라는 조건에 도장을 찍었다. 시장에서 FA 계약이 100억원대를 호가하는 가운데 전준우는 다소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다.
이번에는 롯데가 전준우의 가치를 높이 샀다. 이번 시즌을 7위로 마치며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한 롯데는 김태형 감독을 새 감독으로 선임하고 단장도 박준혁 단장으로 바뀌었다. 김태형 감독은 취임식 당시 전준우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구단 측도 베테랑 전준우와 교감을 했고 함께 손을 잡았다.
구단 측은 전준우가 그간 써내려나간 기록을 전하면서 “앞으로의 구단 기록도 기대되는 선수”라고 밝혔다.
전준우 역시 마음 속에는 롯데 한 팀 뿐이었다. 타 팀이 더 좋은 조건을 내세워 영입을 제안했지만 그는 오로지 롯데에 남고 싶다는 의사를 표했다. 계약 후 그는 “재지 않았다. 롯데에 남고 싶다고 했다”고 밝혔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4년 계약이다. 전준우는 1986년생으로 이제는 베테랑이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는 나이다. 그럼에도 롯데는 장기 계약을 했다. 그는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가치를 인정해준 구단에 깊이 감사한다”며 “내 선수 인생을 롯데, 그리고 팬들과 온전히 함께할 수 있어서 너무나 영광스럽다”며 ‘원클럽맨’으로의 마음을 다시 한번 다졌다.
전준우는 팀에 몇 남지 않은 포스트시즌을 겪은 선수 중 하나다. 롯데의 가장 최근 가을야구 기록은 2017년에 머물러있다. 6년 연속 가을 잔치의 변두리에 있었다.
함께 뛰던 손아섭(NC)가 포스트시즌을 치르는 모습을 보며 적지 않은 부러움을 표했던 전준우는 “가까운 시일 내에 가을야구를 다시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은퇴하기 이전에 리그 우승을 해보고 싶다”라는 바람을 다시 한번 밝혔다.
이번 계약에는 특별한 조항이 있다. 2027시즌에 인센티브를 달성하면 신구장 건축에 1억원이 쓰여지도록 구단에 기탁하기로 했다.
전준우가 먼저 제안한 조건이고 구단도 흔쾌히 수락했다. FA 옵션을 채우기에 급급하기보다는 롯데맨으로서 의미있는 일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는 “내가 새 야구장에서 선수로서 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사랑받고 보상받은만큼 기여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롯데 역시 전준우가 선수 생활을 마감한 뒤에도 함께 가기로 약속했다. 구단 측은 “선수의 은퇴 후 2년간 해외 코치 연수 지원을 통해 후배 육성의 기회를 만들어주고 지도자의 길을 펼쳐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찌감치 자신의 거취를 정한 전준우는 다음 시즌을 위한 준비에 본격적으로 돌입한다. 올시즌에도 팀내 홈런 1위(17홈런)을 기록하고 100경기 이상 뛴 선수들 중 타율 1위(0.312) 등을 기록했던 전준우는 다음 시즌에도 활약을 이어갈 예정이다. 그는 “겨우내 좋은 과정을 거쳐 좋은 결과로 팬들께 보여드리고 싶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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