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탕 공청회…국토부 ‘공시가 현실화율’ 로드맵 발표 미뤄

윤지원 기자 2023. 11. 20.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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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가격 현실화 수정안 안나온 공청회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내려다본 아파트 단지. /강윤중 기자

정부가 보유세 및 건강보험료, 기초연금 등 67개 공공행정에 쓰이는 공시가격 현실화율 로드맵 개편을 또 미뤘다. 올해 공시가 현실화율을 2020년 수준으로 후퇴시킨 뒤 향후 로드맵 설정은 연기한 것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으로 민감한 주제를 건들지 않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20일 국토교통부 주최로 열린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관련 공청회’는 당초 현실화율 목표치와 달성 연도에 대한 수정안이 나올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정부 용역을 맡은 조세재정연구원의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재수립 방안’에는 구체적 계획이 담기지 않았다.

발제를 맡은 송경호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추진방향 제언’에서 “현행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체계 안에서 목표 현실화율 하향 조정, 목표 달성 기간 연장 등 부분적 개선만으로는 현실화 계획의 구조적 문제 및 추진 여건상 한계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공시가격은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며 시세 반영률 제고 필요성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상존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시세에 근접하게 산정해야한다는 의견과 시세보다는 균형성 확보가 중요하다는 의견 등이 엇갈린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현실화율 로드맵의 필요성 및 타당성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공시가격의 투명성과 정확성 제고’ 방향에 따라 문재인 정부가 수립한 공시가격 현실화율 로드맵을 수정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공시가를 2024년까지 시세 90%로 끌어올리기로 한 전임 정부의 로드맵이 세부담으로 직결되자 이를 다시 낮추는 안을 내놓는다는 게 골자다.

연구용역을 맡은 조세재정연구원과 국토연구원은 지난해 말 수정안 초안에서 현실화율 목표치를 90%에서 80%로 10%포인트 낮추는 안을 제시했다. 목표연도도 2040년까지 늘려야 한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 3월 로드맵 수정안을 확정짓는 대신, 올해 적용되는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2020년 수준으로 되돌렸다. 국민의 보유세 부담을 황급히 줄이겠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아파트는 당초 올해 목표치 72.7%에서 69.0%로, 단독주택은 60.4%에서 53.6%, 토지는 74.7%에서 63.5%로 각각 낮췄다. 공시가는 종합부동산세를 매길 때도 적용되는데, 이때 쓰이는 공정시장가액비율도 법정 하한선인 60%로 동결됐다. 이에 따라 12월 납부 예정인 올해 종부세는 지난해보다 2조원 이상 덜 걷힐 것으로 전망됐다.

이로써 국토부는 로드맵 없이 조만간 중앙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를 열고 내년도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기존 로드맵 수정도 없이 공시가를 임의로 변경하는 것은 법 위반이란 지적이 나온다. 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법률은 공시가 적정가격을 ‘통상적인 시장에서 정상적인 거래가 이루어지는 경우 성립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인정되는 가격’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홍정훈 한국도시연구소 연구원은 “공시가법에 적정가격 기준이 나와있는 데다가, 2020년 법개정으로 정부 맘대로 공시가를 좌지우지하는 게 제한됐는데, 로드맵 수정 계획도 없이 이를 어기는 것은 법 위반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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