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자고 있었는데"…김하성도 예상치 못했던 韓+亞 내야 최초의 골드글러브, 목표도 생겼다

청담동 = 박승환 기자 2023. 11. 20.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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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김하성./게티이미지코리아
김하성이 유틸리티 부문 골드글러브를 수상했다./샌디에이고 파드리스 SNS

[마이데일리 = 청담동 박승환 기자] "집에서 자고 있었어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김하성은 20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호텔리베라 베르사이유 홀에서 2023년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 유틸리티 부문 골드글러브 수상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가졌다.

2020시즌이 끝난 뒤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도전장을 내밀었을 때만 하더라도 정말 생각하지 못했던 성과다. 특히 김하성은 메이저리그 데뷔 첫 시즌에는 117경기에 출전했으나, 267타석 밖에 들어서지 못하는 등 54안타 8홈런 34타점 27득점 6도루 타율 0.202 OPS 0.622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빠른 볼과 리그 문화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필요했던 까닭이다.

김하성이 본격적으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던 것은 2년차 때부터였다. 당시 주전 유격수를 맡아오던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가 손목 골절로 인한 수술을 받고, 금지약물 복용으로 인해 80경기 출장 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으면서 '자리'가 생겼다. 당시 샌디에이고는 '특급유망주' CJ 에이브람스를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 김하성에게 모든 것을 걸어보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이 선택은 완벽하게 적중했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김하성./게티이미지코리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김하성./게티이미지코리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김하성./게티이미지코리아

김하성은 한 시즌 내내 '하이트라이트'에 나올 만한 수비들을 수차례 선보이는 등 내셔널리그 유격수 부문 골드글러브 최종 후보로 선정되는 기쁨을 맛봤다. 아쉽게 수상으로 연결되지는 않았지만, 수비력 만큼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인 것은 분명했다. 게다가 타격 또한 150경기에서 130안타 11홈런 59타점 58득점 12도루 타율 0.251 OPS 0.708로 눈에 띄는 성장을 이뤄냈다.

올해는 그야말로 최고의 한 해였다. 김하성은 오프시즌 샌디에이고가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서 '최대어'로 불리던 잰더 보가츠를 영입하면서 유격수에서 2루수로 포지션을 옮기게 됐는데, 이게 기회가 됐다. 2루수보다는 당연히 유격수로 뛸 때 김하성의 가치가 더욱 빛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김하성은 오히려 2루수로 뛰면서 수비의 부담을 덜고 공격력 향상을 이뤄냈다.

김하성은 올해 152경기에 나서 140안타 17홈런 60타점 84득점 38도루 타율 0.260 OPS 0.749로 뜨거운 한 해를 보였다. 게다가 매니 마차도와 보가츠가 휴식을 취하는 날이면, 3루와 유격수로 향해 경기를 소화하면서 자신의 가치를 드높였다. 그 결과 김하성은 내셔널리그 유틸리티 부문 실버슬러거 후보로 선정, 2루수 부문은 물론 유틸리티 부문에서도 골드글러브 최종 후보에도 이름을 올렸다.

아쉽게도 김하성의 2루수 수상은 불발됐다. 시카고 컵스의 니코 호너에게 밀린 까닭. 그러나 유틸리티 부문에서 LA 다저스의 '슈퍼스타' 무키 베츠와 '한국계 빅리거' 토미 에드먼(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제치고 첫 황금장갑을 품에 안았다. 이는 한국인 선수로는 역대 최초였으며, 아시아 선수 메이저리거로서도 역대 '최초'로 연결됐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김하성./청담동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김하성./게티이미지코리아

20일 기자회견에서 김하성은 "한국인 최초로 골드글러브를 받게 돼 영광이다. 메이저리그를 꿈꾸는 많은 유소년, 어린 프로 선수들에게 영감이 된 것 같아 기쁘다"며 "2루수와 유틸리티 쪽에서 모두 받았다면 좋았을 테지만, 개인적으로는 유틸리티에서 수상을 하기를 바랐다. 지금은 메이저리그에서도 멀티플레이어에 대한 기대와 가치가 높기 때문에 유틸리티에서 골드글러브를 받고 싶었다"고 활짝 웃었다.

골드글러브는 수비 '지표'가 매우 중요한데, 지난해 유격수 부문에서 최종 후보로 선정됐던 만큼 김하성은 올해 자신의 스탯을 찾아보곤 했다. 김하성은 "수비 지표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사실 확인을 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계속해서 확인은 하고 있었다. 다만 시즌 막판 타격 성적이 떨어지다 보니 수비까지 신경은 쓰지 못했다. 개인적으로 어떤 지표가 중요한지는 모르겠지만, 전체적으로 다 좋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수비 지표를 마지막까지 체크하지는 못했지만, 김하성은 지난해 수상 불발의 아쉬움을 털어내고 마침내 골드글러브를 품에 안는 기염을 토했다. 올해 메이저리그 골드글러브는 2루수가 먼저 발표된 이후 유틸리티는 가장 마지막에 수상자가 공개됐는데, 2루수에서 수상이 불발된 후 작년 기억의 떠오르는 등 낙담하지는 않았을까.

김하성은 "작년에도 유격수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는데, 당시에는 수상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 올해 골드글러브를 발표할 때 집에서 자고 있었다"고 밝혔다. 김하성이 골드글러브 수상을 인지한 것은 주위에서 쏟아진 연락을 본 뒤였다. 그는 "핸드폰 진동이 너무 많이 울려서 보니, 골드글러브를 수상했다고 하더라. 만약 골드글러브 방송을 보고 있었다면, 긴장하고 심장이 많이 뛰었을 것 같다"며 "자고 있어서 다행이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김하성./게티이미지코리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김하성./게티이미지코리아

김하성은 KBO리그에서 경험이 골드글러브 수상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그는 "멀티포지션과 유틸리티를 하는 것이 사실 엄청 싫었다. KBO에서도 마지막에는 3루수로 나가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때도 정말 싫은 부분이 많았다. 하지만 이게 메이저리그에서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다. 내게 너무 큰 도움이 됐다. 지금 생각을 해보면 그 싫었던 감정과 시간이 내가 성장하는데 엄청난 발판이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국인-아시아 내야수 최초로 골드글러브를 품은 만큼 김하성의 목표도 확실해졌다. 그는 "밥 멜빈 감독님께서 축하를 받은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내게 '만나본 선수 중에 손에 꼽을 만한 선수였다. 같이 해서 좋았고, 축하한다'는 말을 들었다. 너무 감사했다"며 "수상 전에는 기대도 많이 했지만, 막상 골드글러브를 받을 것이라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러나 수상을 하고 나서는 욕심이 생긴다. 내년에도 골드글러브를 수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운동을 하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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