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가지 말고 나아가라” 가장 힘든 시기 김하성 일으킨 ‘전설’의 한 마디
[청담=뉴스엔 글 안형준 기자/사진 표명중 기자]
'전설'의 한 마디가 김하성을 다시 일으켰다.
샌디에이고 파드레스 김하성은 11월 20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리베라호텔 서울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갖고 메이저리그 골드글러브 수상 소감을 밝혔다.
김하성은 '2023 롤링스 골드글러브 어워즈'에서 내셔널리그 유틸리티 부문 수상에 성공했다. 코리안리거 최초 골드글러브 수상. 아시아 출신 내야수가 골드글러브를 수상한 것도 최초다. 최고의 수비수로 인정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김하성은 내셔널리그 유틸리티 부문 실버슬러거 최종 후보 3인에도 선정됐고 내셔널리그 MVP 투표에서도 득표했다.
최고의 한 해를 보냈지만 김하성은 불과 2년 전 큰 좌절을 맛봤다. 2021시즌에 앞서 포스팅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도전한 김하성은 샌디에이고와 4년 2,800만 달러 계약을 맺고 빅리그에 입성했다. KBO리그 최고의 유격수였던 김하성은 2015년 메이저리그를 강타한 '히어로즈 선배' 강정호와 같은 성공을 꿈꾸며 야심차게 빅리그 무대를 밟았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의 벽은 높았다. KBO리그에서 최고의 공격력을 자랑하는 유격수였던 김하성은 빅리그 데뷔시즌 리그 평균에 한참 못미친 성적을 쓰는데 그쳤다. 117경기에 출전해 .202/.270/.352 8홈러 34타점 6도루를 기록했다. 주전 자리도 얻지 못했고 백업 내야수로 채 300타석도 소화하지 못했다. 어린 나이와 메이저리그에서 풀시즌을 보냈다는 사실로 위안을 삼았지만 새 무대 첫 해 맛본 커다란 실패였다.
김하성은 "(메이저리그 진출)첫 해 많이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사실상 첫 실패였다. KBO 리그에서 성공가도만 달렸던 김하성인 만큼 첫 실패는 더욱 힘들었다. 김하성은 "첫 시즌이 끝나고 커리어에서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낸 것 같다"고 돌아봤다.
김하성이 생각한 해결책은 결국 '노력'이었다. 김하성은 "성을 모래 위에 쌓는 것이 아니라 콘크리트 위에 쌓아야 무너지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노력을 많이 했다. 성적이 안좋았지만 훈련을 정말 많이 했다. 어떻게하면 잘 할 수 있을까, 어떻게하면 빠른 공을 칠 수 있을까를 정말 많이 생각했다. 시속 160km의 빠른 피칭머신 공을 많이 쳤다. 손가락이 많이 붓기도 했지만 그런 열정이 도움이 됐다"고 돌아봤다.
하지만 노력만으로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니었다. 야구는 '멘탈 스포츠'. 마음을 다잡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김하성은 "멘탈이 정말 중요하다"며 "박찬호 선배와 대화가 도움이 됐다"고 털어놓았다.
김하성은 "평생 운동만 했다. 운동을 하다보면 '업다운'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계속 올라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올라가야 한다는 생각만 하니 힘이 들었다. 그러다보니 떨어졌을 때 감당하기가 너무 어려웠다"며 "박찬호 선배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다. 박찬호 선배가 '올라간다기보다는 나아간다고 생각하라'고 하더라. 떨어졌다가 다시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멈췄다가 다시 나아간다고 생각하라는 것이다. 그게 멘탈에 정말 도움이 됐다. '꾸준히 나아가자'는 생각으로 시즌을 치르게 됐다"고 말했다.
여기에 '시간'이라는 약도 도움이 됐다. 김하성은 "시간은 약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알게 되는 것이 많고 경험이 쌓이면 편해진다. 첫 해는 매일이 새로웠고 그게 가장 어려웠다. 다음 날 어떤 일이 일어날지를 모르니 힘들었다. 이제는 대충 안다. 스케줄도 알고 내일이 어떨지도 안다. 그러다보니 체력도 아낄 수 있다. 시간이 지나고 경험을 하니 얻게 되는 것들이 있다"고 말했다.
달라진 마음가짐에 노력을 투자해 시간이라는 묘약까지 더한 김하성은 이제 '모래 위의 성'이 아닌 '콘크리트 기반'위에 골드글러브라는 화려한 성을 쌓게 됐다.
'그저 나아가는 것'이라는 마음가짐은 여전히 유효하다. 2024시즌이 끝나면 샌디에이고와 보장 계약기간 4년이 모두 만료된다. FA 자격을 얻는 것. 김하성은 "내년에 FA가 되니 내년 시즌이 중요하다고들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처음 도전할 때부터 중요하지 않았던 해는 없었다. 똑같이 최선을 다해 준비할 것이다. 다치지 않고 올해보다 더 좋은 내년이 되는 것이 목표다"고 말했다. 한 걸음씩 또 나아가겠다는 각오다.(사진=김하성)
뉴스엔 안형준 markaj@ / 표명중 acep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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