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공까지 41년 걸린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앞으로 과제는
환경단체 "전국 관광용 케이블카 대부분 적자, 생태 파괴 불가피"
(양양=연합뉴스) 이해용 기자 = 강원도와 양양군이 20일 설악산국립공원 오색케이블카(삭도) 착공식을 개최하면서 앞으로 환경훼손을 어떻게 최소화하며 공사를 추진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양양군은 시공업체를 선정해 내년 상반기 공사에 들어가 2025년 말 준공, 2026년 초부터 상업 운영을 할 예정이다.
군은 케이블카가 운행을 시작하면 지역경제가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하지만, 환경단체들은 자연 훼손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한다.
오색케이블카 사업은 오색관광지구와 국립공원 설악산 끝청 구간 3.3㎞를 연결하는 것이다.
1982년 설악산 특수탐방운수시설 건의…41년 만에 조건부 허가
강원도는 1982년 10월 탐방객의 이용 편익 시설을 확충하고, 도보 등반에 의한 자연 훼손 문제를 들어 특수탐방운수시설 유치 계획을 정부에 건의했다.
그러나 강원도의 건의는 이후 환경단체들의 반대로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다.
2015년 국립공원위원회에서 삭도 시범사업으로 조건부 의결됐지만 이를 지지하는 주민들과 반대하는 환경단체가 맞서면서 사업은 어려움을 겪었다.
환경영향평가에서 환경부의 부동의 처분으로 백지화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으나 양양군이 국민권익위원회에 청구한 행정심판이 2020년 12월 29일 인용됨으로써 기사회생했다.
오색 케이블카 사업은 윤석열 대통령이 유세 기간 "오색과 설악 봉우리를 연결해 멋지고 아름다운 설악산을 스위스의 알프스와 같이 만들어놓겠다. 스위스나 프랑스에서 알프스 케이블카가 환경을 망친다는 이야기를 저는 들어본 적이 없다"며 추진 의사를 밝히면서 급물살을 탔다.
환경부 원주지방환경청은 올해 2월 양양군의 오색케이블카(삭도) 설치사업 환경영향평가에 조건부 동의했다.
"친환경 공법으로 훼손 최소화"…입장료 5% 환경보전기금 적립
강원도와 양양군은 환경부의 조건부 동의가 떨어지자 삭도 추진단을 만들어 14개의 인허가를 동시다발적으로 속도감 있게 진행했다.
오색 케이블카 설치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김진태 강원지사는 "첫눈이 오기 전에 착공하겠다"며 사업을 독려했다.
착공식은 했지만, 본격적인 공사가 시작되는 시기는 내년 상반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양양군은 시공업체를 선정하는 데 100일이 걸리는 데다 겨울철에는 공사를 진행할 수 없어 내년 3월께 공사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군은 우여곡절 끝에 첫 삽을 뜬 오색 케이블카 사업을 차질 없이 진행하고자 친환경 공법을 적용해 자연 훼손 논란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애초 헬기로 자재를 운반하기로 했으나 소음 피해가 우려되고, 헬기 공법으로 삭도 공사를 진행하는 게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임시 삭도 공사부터 추진한다.
이에 자재와 인력을 운반하기 위한 임시 삭도를 설치하는 공사 등을 내년에 시행한 뒤 후년부터 상부 정류장과 지주를 설치하는 공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암반을 발파하는 공법은 사용하지 않는다.
군은 콘크리트 타설 면적을 최소화하며 앵커를 박는 공법으로 공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동물에 미치는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지주 설치 구간에는 높이 2m 이상의 펜스를 설치해 소음이 전달되지 않도록 하고, 동물의 출산 시기에는 공사를 중단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군은 케이블카가 준공하면 입장료 5%를 환경보전기금으로 적립, 운영 중에 발생하는 각종 문제에 대응하기로 했다.
지역 경기 활성·생활인구 증대 기대감…환경단체 반발 지속
오색 케이블카는 8인승 곤돌라 53대가 시간당 최대 825명을 수송할 수 있는 규모다.
양양군과 지역 사회단체는 케이블카가 운영을 시작하면 숙박업이 활성화하는 등 1천369억원의 지역경제 유발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했다.
도는 양양군이 환경영향평가 협의 사항을 제대로 지키는지 관리감독하고, 사후 모니터링을 강화할 방침이다.
그러나 환경단체는 전국의 관광용 케이블카들이 적자를 보고 있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산지 생태와 생물다양성까지 파괴한다는 이유로 반대 목소리를 굽히지 않고 있다.
설악산 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은 "2022년 기준으로 전국에 설치된 관광용 케이블카는 총 41대지만 대부분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며 "국립공원의 상징인 설악산에 케이블카 건설이 시작되면 국립공원을 포함한 많은 산지에 케이블카, 산악 열차 등의 사업이 진행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고 규탄했다.
양양군 관계자는 "케이블카가 본격적으로 운행되면 수백 명의 고용 창출과 함께 인구 소멸 위기에 놓인 지역의 생활 인구가 늘어날 것"이라며 "환경단체가 공사에 반대하고 있지만 합당하게 절차를 지키면 문제 될 것은 없다"고 말했다.
dmz@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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