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춘 칼럼] 윤석열과 이재명, 한국정치 갈림길

손석춘 철학자·「우주철학서설」 저자 2023. 11. 20.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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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 손석춘 철학자·「우주철학서설」 저자]

윤석열과 이재명. 2022년 대선에서 각각 1639만, 1615만 표를 얻었다. 새삼 적시하는 까닭은 0.7% 차이가 빚은 결과를 직시할 필요가 있어서다. 칼럼에 써왔듯이 민주, 민생, 남북관계의 삼중 위기가 그것이다. 하지만 신방복합체와 아류들의 선동적 보도로 심각성이 폭넓게 공유되지 못하고 있다. 국힘과 민주, 보수와 진보를 싸잡아 비난하는 먹물이 부쩍 늘어나 더 그렇다.

역사에 가정이 꼭 쓰잘머리 없지는 않다. 현실을 꿰뚫게도 한다. 대선 갈림길에서 윤석열 표가 조금만 이재명에게 갔다면 한국정치는 지금 어떤 모습일까. 어금버금할까. 당시 대다수 한국 언론이 모르쇠 놓은 독일 유력 언론의 보도를 음미해보자.

▲ 2021년 12월16일, 20대 대선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 9층에서 국회 인터넷출입기자단 공동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국회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디차이트'는 이재명이 세계 모든 정부가 공통적으로 직면한 불평등을 다루려면 “이전과는 다른 정부 역할이 요구된다”고 말했다며, 그의 정책은 '좋든 싫든 복지국가로의 대전환'을 의미한다고 보도했다. 이어 이재명의 당선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자본주의가 사회 전반을 지배하고 있는 한국에 큰 전환을 가져오리라 내다봤다. 한국은 '그의 아이디어를 위한 토양이 어느 때보다 비옥하다'고도 했다.

독일 유력 언론의 보도는 당시 한국 언론의 그것과 사뭇 다르다. 조중동 신방복합체만이 아니다. 비슷한 시기에 '진보언론'마저 누가 당선돼도 비슷하리라는 교수나 기자의 글을 실었다.

나는 정치인 이재명이 윤석열은 물론 문재인과도 다르다는 사실을 가장 정확히 파악한 매체가 신방복합체들이라고 판단한다. 기득권세력을 줄곧 대변하는 신방복합체들이 마치 '윤석열 기관지' 아닌가싶을 만큼 저돌적으로 그를 지지한 까닭 아닐까. 그렇다면 지금은 어떤가. 조선을 비롯한 신방복합체들은 총선을 겨냥해 더더욱 이재명을 '저주'하고 민주당 내분을 부채질하고 있다. 권력이 내리꽂은 사장 앞에 공개적으로 반성문을 쓴 KBS 기자들도 가세할 태세다.

▲ 11월9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열린 '손해배상 20년, 하청 20년, 죽음 내몰린 20년 특별사진전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손해배상 가압류 풍선을 노란봉투법 모형 주사기로 터뜨리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진지하게 짚고 싶다. 민주당 대표가 이재명이 아니어도 '노란봉투법'이 통과됐을까. 신방복합체는 물론 진보적 먹물들마저 '마녀'로 즐겨 사냥하는 '개혁의 딸'들이 그 입법에 기여한 것은 없을까. 나는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의 대통령 시기에 세 사람이 민중의 기대와 달리 좌고우면, 좌충우돌, 우유부단함을 비판했다. 이재명은 걸어온 길도 그렇고 그들과 달라 보인다. 기득권 세력이 가장 위협을 느낄 만하다. 그래서가 아닐까. 신방복합체는 내내 '이재명 죽이기'에 골몰했다. 그들에 견줘 자본력이 약하지만 미디어비평의 소명을 잊지 않은 거의 유일한 매체에서 수구언론을 중심으로 비평 칼럼을 써온 이유다. '노란봉투법'을 보면서도 국힘과 민주당에 차이가 없다고 여전히 부르대는 중립 또는 양비론적 먹물들에겐 쓴웃음을 머금게 된다.

노파심에 이미 몇 차례 밝혔지만, 나는 지금 언론이 이재명을 무조건 편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언론의 중립을 내세우는 윤똑똑이들에겐 명토박아둔다. 중립은 저널리즘의 가치가 아니다. 미국 언론학계마저도 그렇게 주장한다. 가령 기후온난화론에 찬반이 있다고 중립을 지키면 저널리즘이 아니다. 대통령이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민생을 위협하며 민족 위기를 심화시킬 때, 검찰이 권력 의혹엔 눈감고 이재명과 그 주변은 대선 다음날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끊임없이 탈탈 털 때, 법무장관이란 자가 내놓고 야당 대표의 혐의를 '범죄'라고 단언하며 '잡범' 운운할 때, 윤석열을 비판했으니 이재명도 그리해야 옳다고 여긴다면 저널리즘을 잘못 이해한 소치다. 더구나 대통령제에서 감시할 가장 큰 권력은 성실한 노동인을 '건폭'으로 몰아 분신자살에 이르게 하고 우리 세금으로 해외순방 즐기는 윤석열 부부다.

▲ 11월17일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일정을 마치고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출국했다. 사진=대통령실 홈페이지

군사독재의 두 축이던 검찰과 수구언론이 2020년대에도 맹위를 떨치는 살풍경은 스산하다. 저들의 의도대로 총선이 치러질 때 가장 큰 고통은 이재명도 민주당도 아닌 민중의 몫이다. 물론, 역사를 긴 눈으로 보기에 절망하진 않는다. '어둠의 인식론'을 제시한 우주철학자로서 나는 시간문제일 뿐 '우리 안의 어둠'에도 촛불을 밝히며 마침내 민중이 민주주의 성숙의 주체로 나서리라 믿는다. 연대의 인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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