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단 역사 썼는데도 불만족… SSG 마운드 미래 “신인 치고 잘했다는 의미 없죠”

김태우 기자 2023. 11. 20.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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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속구와 당찬 피칭을 앞세워 팀 마운드 세대교체의 기수로 떠오른 이로운 ⓒ곽혜미 기자
▲ 이로운은 구단 프랜차이즈 역사에서 고졸 신인 50경기라는 새로운 기록을 썼다 ⓒSSG랜더스

[스포티비뉴스=가고시마(일본), 김태우 기자] 올해 팀의 1라운드(전체 5순위) 지명을 받고 입단한 이로운(19‧SSG)은 경기가 끝날 때마다 일지를 썼다. 어쩌면 그 일지에는 이 당찬 신인의 성품이 그대로 담겨져 있었을지 모른다. 잘했을 때는 썼다. 그런데 너무 못한 날은 안 썼다. 대신 적당한 못한 날은 더 상세하게 썼다. 못 던진 날 스스로를 옭아매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나쁜 기억을 현명하게 잘 잊었다.

이로운은 “일지가 있는데 진짜 너무 못 던진 날은 기분이 나빠서 안 썼다”고 웃으면서 “경험이 됐을 만한 날은 꼭 적었다. 잘 던진 날도 있고, 못 던진 날도 있는데 내가 워낙에 그런 날은 빨리 잊는 스타일이다. 잘했던 것만 기억하고 싶다”고 신인답지 않게 말했다. 그런데 그런 날만 모아놨는데 일지가 제법 쌓였다. 올해 성과가 괜찮았다는 의미다. 팀의 가고시마 유망주 캠프에 참가 중인 이로운은 그 일지를 보며 올해를 되돌아본다.

사실 이로운 스스로도 올해 이렇게 1군에서 많은 경기에 나설 줄은 몰랐다고 털어놓는다. 신인이 1군 스프링캠프에 갔고,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며 개막 엔트리에 들어갔다. 1군에만 190일을 있었고, 50경기에 나가 57⅔이닝을 던지며 6승1패5홀드를 기록했다. 팀 마운드의 세대교체 기수임을 증명했고, 1라운드 값어치를 증명했으며, 차세대 마무리 투수로 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증명했다. 신인치고는 꽤 굵직한 첫 걸음이었다.

구단 역사였다. 와이번스-랜더스 프랜차이즈에서 19살 고졸 신인 선수가 데뷔 시즌이 50경기에 나간 건 이로운이 처음이었다. 종전 2003년 송은범의 45경기를 뛰어넘었다. 이닝으로 따져도 이승호 김광현 송은범 윤길현이라는 추후 큰 성공을 거두는 선수들의 뒤를 이은 5위였다. 하지만 일지를 다시 돌아보고 있는 이로운은 그렇게 만족할 만한 시즌은 아닌 말투다. 이로운은 경험에 있어서는 의의를 두지만, 성적은 좋은 게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이로운은 “진짜 경험을 많이 했다. 어디에 던져야 효율적인지 데이터가 조금 쌓인 것 같다”면서도 “아쉬운 게 많다. 주변에서는 신인치고는 잘했다고 하는데, 어차피 신인이고 베테랑이고 다 프로 선수다. 신인치고 잘했다는 말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잘해야 한다. 생각한 대로 잘 안 된 게 있으니까 기복이 있었던 것 같다. 좋을 때 좋고, 안 좋을 때 안 좋았다. 그 간격을 좁히는 게 중요하다”고 보완점을 짚었다.

차라리 빡빡한 경기는 괜찮았는데 크게 이기고 있거나 크게 지고 있을 때 투구 내용이 좋지 않았다고 자책했다. 흔히 말하는 평균자책점 관리가 잘 안 된 이유다. 이로운은 “점수차가 클 때 오히려 집중을 더 많이 했다고 생각했는데, 내 생각과는 달랐던 것 같다. 아마추어와 프로의 차이는 실투를 놓치지 않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올라갈 일이 생길 테니 다음 시즌에는 분명히 헤쳐 나갈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의 기복을 줄이고, 더 믿음직한 투수가 되는 게 목표다.

▲ 올해 부족했던 것을 보완하고 있는 이로운 ⓒSSG랜더스
▲ 이로운은 경기 기복을 줄이는 것을 최대 과제로 삼고 있다 ⓒSSG랜더스

이렇게 말하지만 사실 보여준 가능성은 대단했다. 시속 150㎞가 넘는 빠른 공을 던졌다. 보통 신인 투수들은 시즌 초반 좋은 구속을 선보이다 시즌 막판으로 갈수록 체력이 떨어지며 방전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로운은 시즌 막판에도 150㎞에 이르는 강한 공을 던졌다. 타고난 재능이었고, 어쩌면 망각의 힘이었다. 이로운은 “시즌 중간에 구속이 떨어졌는데 그때가 또 지나고 나니 자연스럽게 괜찮아졌다. 크게 생각을 안 했던 것 같다. ‘구속이 떨어지면 어떡하지’ 이런 걱정도 딱히 안 했다. 지나가는 대로 하니까 됐던 것 같다. 팔꿈치 상태에도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패스트볼과 슬라이더를 던지니 구종들이 전체적으로 다 빠르다는 문제점은 있었지만, 시즌 중반부터 체인지업을 섞어 던지니 이 문제도 어느 정도 실마리를 찾아가고 있다. 이로운은 “체인지업을 살살 던지려고 하는 건 아닌데 구속이 적게 나오다보니 확실히 패스트볼과 편차가 생겼다. 후반기 때 그것으로 그래도 좋은 성과를 낸 것 같다”면서 “앞으로 어떤 보직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지금은 타자에게 먹혀야 좋은 구종이라고 생각한다. 가지고 있는 장점들과 구종들을 살려 최대한 좋게 만들 생각”이라고 선택과 집중을 이야기했다.

올해 성과에 욕심을 부려볼 법도 하지만, 이로운은 그렇지 않다. 구종도, 구속도 흘러가는 대로 가겠다고 했다.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한다. 캠프 기간 중 일지를 다시 보며 잘 던진 날의 공통점을 발견했다고 했다. 이로운은 “공격적으로 초구부터 스트라이크를 넣은 날, 구종을 계속 섞어가며 던졌던 날 결과가 좋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2년 차 때도 이런 성적이면 의미가 없다”고 업그레이드를 다짐했다.

비시즌도 쉬지 않고 돌아간다. 캠프 기간 중에도 꾸준하게 공을 던졌다. 이로운은 “11월 캠프를 보내고 12월은 대구에서 운동 센터에 다니며 웨이트트레이닝과 러닝을 할 생각이다. 1월에는 광현 선배님과 같이 훈련을 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로운은 “시즌 뒤 메디컬테스트를 했는데 지난해 입단 당시와 똑같다고 하더라”고 몸에 대해 자신감을 드러냈다. SSG의 미래는 나쁜 생각보다는 좋은 생각과 함께 앞을 내다보고 있다.

▲ SSG 이로운 ⓒSSG랜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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