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e스포츠 부활했다…롤드컵이 만든 ‘2000억원 효과’
국내 e스포츠 산업 활성화 기대…롤드컵 흥행에 후원 기업도 특수 예상
(시사저널=조유빈 기자)
일명 '롤드컵'으로 불리는 세계 최대 e스포츠 대회인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한국의 T1이 우승을 차지했다. 19일 서울 구로구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T1은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주며 중국의 웨이보게이밍(WBG)을 꺾었다. 이번 우승으로 롤드컵 '최고의 스타' 페이커는 '4번째 우승'과 '최다 우승'이라는 새 역사를 썼다.
특히 1020세대 사이에서 리그오브레전드(롤)는 온라인 게임의 절대 강자로 군림한다.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은 월드컵에 빗대 롤드컵이라 불릴 정도로 위상이 높은 대회로 꼽힌다. 이번 대회 흥행을 기점으로 e스포츠 산업의 확대까지 기대되는 상황에서, 롤드컵 경기로 인한 직·간접적인 경제 효과는 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올해 롤드컵 4억 명 이상 봤다
라이엇게임즈가 개발한 롤의 전 세계 이용자는 1억5200만 명(2023년 2월 기준)에 달한다. 2011년부터 시작된 롤드컵은 매년 전 세계 9개 지역의 22개팀이 모여 롤 최강팀을 가리는 e스포츠 대회다. 올해 대회는 코로나19 팬데믹 후유증과 경기 침체 여파로 가라앉은 글로벌 e스포츠 시장이 부활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특히 큰 기대를 받았다.
올해 롤드컵은 온·오프라인 모두에서 '역대급 흥행'을 했다. 업계는 5년 만에 국내에서 롤드컵이 열리는 데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의 호응이 더해지면서 흥행 공식이 성립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롤드컵에 따른 직간접적인 경제 효과는 2000억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라이엇게임즈에 따르면 4강전의 시청자 수는 전년 대비 65% 성장했고, 올해 롤드컵 시청자 수(누적 접속자 수 기준)는 4억 명, 결승전 동시 접속자 수는 1억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경기가 열린 고척 스카이돔의 1만8000석은 일찌감치 매진됐다. 티켓 수익만 정가(8만~24만5000원) 기준 40억원에 달한다. 예매 시작 10분이 채 되지 않아 결승전 티켓은 전석 매진됐고, 암표가 300만원 선에서 거래되기도 했다. 이와 함께 T1 유니폼을 정가의 2~3배로 거래하는 글도 올라왔다. 전국 CGV 영화관에서도 경기가 생중계됐다. 4강전 때 영화관 23곳에서 경기를 생중계한 CGV는 이번 결승전을 생중계할 영화관을 44곳으로 늘렸다. 좌석 가격은 2만8000원으로 일반 영화 대비 2배 이상 높았지만, 현장 예매를 놓친 팬들로 인해 영화관도 매진됐다.
광화문에는 e스포츠 팬 1만5000명이 집결했다. 서울시는 좌석표를 구하지 못한 팬들이 경기 관람을 할 수 있도록 대형 스크린을 설치했는데, 광화문 광장에서 e스포츠 거리 응원전이 열린 것은 이번이 최초다. 결승 경기 전 광화문 광장에서 진행된 '롤드컵 축제'에도 3일간(16~18일) 8만 명 이상이 방문하며 '롤의 인기'를 입증했다. 롤드컵 기간(10월10일~11월19일) 동안 1만2000명의 팬들이 서울 강남구의 T1 사옥을 찾았고, 서울 종각의 롤 프로리그(LCK) 경기장 롤파크 방문객도 크게 늘었다.
라이엇게임즈에 따르면, 결승전 티켓을 예매한 관객 중 15%는 외국인이다. 광화문 거리 응원에도 외국인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롤드컵 관람을 위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부수적으로 발생시키는 경제 효과, 우승으로 인한 한국의 이미지 제고 등을 고려하면, 롤드컵이 발생시킬 간접적인 경제 효과는 더 클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롤드컵을 유치한 서울시도 개최 효과를 늘리기 위한 연계 프로그램 개발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e스포츠 시장 확대…기업도 홍보 효과에 '주목'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는 한국 e스포츠 시장 규모를 2억7440만 달러로 예측한다. 미국(8억7100만 달러)과 중국(4억4520만 달러)에 이어 세계 3위 수준이다. 라이엇게임즈 관계자는 "한국 롤 프로리그인 LCK는 세계 곳곳에서 시청할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고 언급한 바 있다. 롤드컵의 흥행과 우승을 기점으로, 그동안 침체기를 겪어왔던 e스포츠 전체 시장이 확장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에 따라 기업들도 e스포츠를 주목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2022 e스포츠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한국 e스포츠 산업 규모는 1496억원으로 집계됐다. 기업들이 투자한 금액은 192억원 가량이다.
e스포츠에 투자하는 대표적인 국내 기업은 SK텔레콤(SKT)이다. T1은 2004년 SKT가 창단한 SKT T1에서 출발한 팀으로, 롤 팀은 2012년 꾸려졌다. T1은 2021년 인적분할 이후 SK스퀘어 포트폴리오사로 재편됐지만, SKT는 T1의 메인 스폰서로서 후원을 이어왔다. 이외에도 현대차, 기아, KT등이 e스포츠팀을 후원하거나 운영하고 있다.
특히 롤드컵 후원사이자 T1 공식 후원사인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는 이번 대회의 최대 수혜자가 될 전망이다. T1 선수단 유니폼에 박힌 벤츠 로고는 롤드컵 동안 지속적으로 등장했고, 우승 트로피인 '소환사의 컵'은 벤츠의 전기 SUV인 EQS로 전달됐다. 이 장면은 전 세계 롤 팬들에게 노출됐다.
특히 롤이 MZ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게임인 만큼,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는 '미래의 잠재 고객'을 잡기 위한 e스포츠 마케팅을 롤 안에서 강화해온 바 있다. 테크와 디지털에 관심이 많은 고객층들은 전기차 등 e모빌리티에 대한 관심도 갖고 있으며, 이 같은 점이 자동차 산업의 발전 방향을 소프트웨어와 디지털 중심으로 옮기는 회사의 전략과도 들어맞는다는 것이다.
롤드컵 공식 후원사인 코카콜라, 오포, 레드불 등 기업들도 축제 행사 등으로 인한 부수적 광고 효과를 보게 됐다. 기업의 로고가 노출되면서 큰 광고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데다 대회나 게임과 관련한 다양한 마케팅을 내놓을 수 있는 만큼, 롤드컵의 흥행으로 e스포츠에 대한 MZ세대의 관심을 확인한 국내 기업의 후원이 활발해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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