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고생을 했으면서..." 부상 위험 알고도 몸 던졌다. 그만큼 간절했다...가슴에 새겨진 '도쿄 눈물'→'제2의 이종범' 도약 발판?

1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APBC) 한국과 일본의 결승전. 10회초 무사 1,2루 김도영이 내야 땅볼 때 1루를 향해 몸을 날리고 있다. 도쿄(일본)=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3.11.19/

1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APBC) 한국과 일본의 결승전. 10회초 무사 1,2루 김도영이 내야 땅볼 때 1루를 향해 몸을 날린 뒤 손가락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도쿄(일본)=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3.11.19/

1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APBC) 한국과 일본의 결승전. 경기에서 패한 한국 선수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도쿄(일본)=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3.11.19/

[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누구보다 잘 아는 위험한 상황, 하지만 몸이 먼저 반응했다.

일본과의 APBC(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결승전. 2-2 동점인 연장 10회초, 김도영(20·KIA 타이거즈)이 승부치기 첫 타자로 나섰다. 번트 실패와 스트라이크 오심으로 불리한 볼카운트에 몰린 그는 유격수 땅볼을 친 뒤 1루로 전력질주했다. 2루를 거쳐 1루로 공이 송구되는 가운데, 김도영은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감행했다. 1루심의 판정은 아웃. 김도영은 슬라이딩 직후 벤치를 바라보며 비디오판독 요청을 한 뒤 왼손을 부여 잡았다. 워낙 짧은 거리에서 슬라이딩을 감행하면서 손목에 충격이 컸다. 비디오판독을 거쳤으나 원심은 번복되지 않았고, 김도영은 고개를 숙인 채 벤치로 향했다.

김도영의 올 시즌 과정을 아는 이라면 가슴 철렁한 장면이었다.

김도영은 2023 KBO리그 개막 두 경기 째인 4월 2일 인천 SSG전에서 홈 쇄도 중 발목을 다쳤다. 검진 결과 왼쪽 중족골 골절상. 회복에 최대 4개월이 걸린다는 진단이 나왔다. 전반기는 물론 후반기 복귀 여부도 불투명 했다.

하지만 김도영은 놀라운 회복력과 피나는 재활 끝에 6월 말 1군에 복귀했다. 시즌 성적은 84경기 타율 3할3리(340타수 103안타) 7홈런 47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24. 부상 여파로 두 달 공백기를 가지면서 규정 타석을 채우지 못했음에도 100안타를 돌파하면서 잠재력을 폭발 시켰다. 부상에서 회복해 완벽한 내년 시즌을 준비해야 할 시점. 또 다시 부상을 우려할 만한 장면이 나왔으니 걱정이 클 수밖에 없다.

타자의 1루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은 대부분 벤치가 말리는 플레이다. 타자의 절박한 심정은 이해하지만, 효과는 의문이다. 빠르지도 않을 뿐더러 부상 리스크를 안고 펼쳐야 하는 플레이라는 점에서 슬라이딩보다 뛰어들어갈 것을 권한다. 김도영 역시 이를 모를 리 없었다.

1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APBC) 한국과 일본의 결승전. 10회초 무사 1,2루 김도영이 구심에게 어필하고 있다. 도쿄(일본)=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3.11.19/

하지만 머리보다 몸이 먼저 반등했다. 그만큼 승리가 간절했다.

류중일호는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박빙의 승부를 펼쳤다. 2-0 리드를 지키지 못한 채 동점을 허용했지만, 불펜이 추가 실점 없이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가는 데 성공했다. 하나의 플레이가 승부를 가를 수 있는 승부치기 상황. 병살을 막기 위한 김도영의 간절함은 극에 달했다.

류중일호는 김도영의 병살타 이후 2사 3루에서 나온 윤동희의 적시타로 3-2로 앞서갔지만, 연장 10회말 동점에 이어 끝내기 안타를 맞으면서 결국 준우승에 그쳤다. 김도영에겐 더욱 쓰라리게 다가온 패배였다.

APBC 4경기에서 김도영은 16타수 3안타, 1타점 4득점을 기록했다. 4사구 2개를 골랐으나 8개의 삼진을 당했다. 출루율과 장타율 모두 3할을 못 넘겼으니 수치적으로는 썩 좋은 활약을 펼쳤다고 보긴 어렵다. 하지만 첫 성인 대표로 나선 국제 무대에서 김도영은 빠른 발과 매끄러운 수비에 날카로운 배팅과 클러치 능력을 보여주면서 대표팀의 차세대 3루수 후보로 인상적인 활약을 했다.

1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APBC) 한국과 일본의 결승전. 7회초 1사 2루 김도영이 삼진을 당하고 있다. 도쿄(일본)=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3.11.19/

결승전의 아쉬움, 김도영에겐 잊을 수 없는 아쉬운 기억으로 남을 전망.

하지만 때론 이런 아쉬움이 더 큰 성장을 위한 발판이 되기도 한다. 대한민국 최고의 내야수로 폭풍 성장할 김도영이 흘린 2023 '도쿄의 눈물'. 먼 훗날, 과연 어떤 모습으로 추억될까.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