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1은 어떻게 다시 최고의 강팀이 되었나 ① '제오페구케'가 걸어온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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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1의 네 번째 우승의 주인공은 '제우스' 최우제, '오너' 문현준, '페이커' 이상혁, '구마유시' 이민형, '케리아' 류민석이다. 이 멤버가 구성된 것은 2022시즌 때부터다. 정확히는 2021시즌부터 로스터에 최우제가 합류하면서 '제오페구케' 라인업이 모두 로스터에 포함되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주전이 아니었기 때문에 2021년에는 단 한 번도 이 멤버로 출전한 적이 없었다. 직전 시즌 여러 이슈로 흔들렸음에도 롤드컵 4강까지 진출했던 팀에 관계자들 사이에서 최고의 유망주라고 평가받던 최우제가 합류하면서, '제오페구케' 체제 T1에 대한 기대치는 출발 전부터 높았다.
그리고 높았던 기대는 빠르게 현실로 이루어졌다. 팀이 결성된 직후였던 2022년 스프링 시즌, T1은 리그제 도입 이후 최초의 전승 우승이라는 업적을 달성하면서 새로운 역사를 써냈다. 최우제는 신인다운 피지컬과 라인전 능력은 물론 신인답지 않은 침착함까지 모두 보여주면서 단숨에 LCK 최고의 탑으로 떠올랐다. 나머지 멤버들 역시 지난 시즌 롤드컵의 아쉬움을 씻겠다는 듯 더욱 업그레이드된 경기력으로, 소위 '돌아가면서 캐리하는 팀'을 합작해냈다.
팬들의 기대는 첫 시즌을 거치며 믿음이 되었다. 이 멤버라면 앞으로도 우승컵을 더 많이 들어올릴 것이란 믿음. 그러나 그 믿음이 현실로 이뤄지기 위해선 조금은 긴 시간이 필요했다. 한국에서 열리는 국제대회에 처음으로 참가했던 2022년 MSI. T1은 마지막 결승전에서 중국의 RNG를 상대로 2대3으로 패하면서 우승을 눈앞에 두고 좌절해야 했다. 마지막 세트 밴픽의 진-유미를 두고선 쓰디쓴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그러나 패배는 아쉬움만을 남긴 것은 아니었다. 패배는 '제오페구케'에게 성장을 위한 시련이 되었다. 이번 월즈에 나선 그들의 마음가짐이 그것을 잘 보여준다. 결승을 앞에 두고 나선 미디어데이에서, 압도적인 우세라는 예측에도 불구하고 T1의 선수들이 예상한 스코어는 3대2였다. 미디어 데이 인터뷰에 나선 류민석은 웨이보가 3대1 승리를 예상하자 "웨이보도 강한 팀이다. 힘들게 이길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3대2로 스코어를 예상했다. 지난 해 디알엑스에게 3대0 승리를 예상했다가 패배했던 만큼, 단 한 치의 방심도 하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이 엿보였다.
마음가짐 뿐 아니라 경기력적으로도 T1은 패배에서 많은 것을 배우면서 성장해왔다. 지난 해 롤드컵 결승전에서 상대 '킹겐' 황성훈에게 예상 외로 고전하면서 MVP까지 내줬던 최우제는, 정규 시즌에 비해 큰 경기에 약하다는 오명을 벗고 2023년 롤드컵 파이널 MVP가 되면서 빅게임에서도 강하다는 것을 입증해냈다. 피지컬에 비해 동선이 아쉽다던 문현준은 빅매치인 4강 징동전 1세트부터 상대 허를 찌르는 동선으로 경기를 T1의 페이스로 끌고 왔다. 챔피언 폭이 문제라는 비판을 받던 이민형은 2023년 롤드컵에서 그 어떤 월즈 원거리딜러보다 많은 11개의 챔피언을 활용하면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시간이 흘러 전성기에 비해 폭발력이 약하다는 말을 들었던 이상혁은 월즈의 마지막 세트를 아칼리의 화려한 무빙으로 장식하며 승부를 마무리 지었다.
그렇게 T1은 패배에서 배우고 성장했고, 7년 만의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다시 최고의 강팀이 되었다. 2년이 넘는 시간 함께 한 팀원들과 함께 하는 시즌이 올해가 마지막일 수도 있기에 더 좋은 결과를 얻고 싶다는 말을 반복했던 '제오페구케'는 그렇게 LOL e스포츠의 역사의 한 페이지에 본인들의 이름을 새겼다.
허탁 기자 (taylor@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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