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파악도 대응체계도 ‘먹통’… 20년된 ‘디지털정부’ 업그레이드 시급

민정혜 기자 2023. 11. 20.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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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사용하는 행정전산망인 '새올 지방행정정보시스템'이 정상화된 20일 오전 9시쯤 서울 마포구청 민원실엔 업무가 시작되자마자 들어차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하지만 행정전산망 오류로 지난주에 필요한 서류를 떼지 못해 아침 일찍부터 민원실을 찾았다는 시민들이 많았다.

또 다른 60대 여성 A 씨는 "가족관계증명서가 필요했는데 행정전산망 오류로 떼지 못하고 있었다"며 "오늘 아침 민원실 문을 열자마자 떼러 온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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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전산망 총체적 부실
사흘 지나도 근본원인 몰라
사고후 대국민 소통도 부실
대기업 배제한 전산망 발주
시스템 통합관리 어렵게 해
지난주 행정마비 사태 여파
업무 열자 민원인 몰려 혼란
사흘만에 정상화 행정전산망이 지난 17일 먹통이 된 이후 사흘 만인 20일 정상화됐지만 불안감이 가시지 않은 가운데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행정복지센터에 민원서비스 정상화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뉴시스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사용하는 행정전산망인 ‘새올 지방행정정보시스템’이 정상화된 20일 오전 9시쯤 서울 마포구청 민원실엔 업무가 시작되자마자 들어차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10분쯤 지나자 거의 모든 창구가 시민들로 채워졌으며, 필요한 서류를 작성하기 위해 마련된 공간도 붐볐다. 대기 의자엔 5명의 시민들이 앉아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일찍부터 길어진 대기 시간에 무인민원발급기를 찾는 시민들도 있었다. 마포구청 직원은 “행정전산망 장애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원래 월요일 아침엔 항상 사람이 많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행정전산망 오류로 지난주에 필요한 서류를 떼지 못해 아침 일찍부터 민원실을 찾았다는 시민들이 많았다. 주민등록초본을 떼러 오전 9시 정각에 맞춰 구청 민원실로 온 60대 여성 정모 씨는 “부동산 매도 문제로 주민등록초본이 급히 필요해 지난주 금요일 집 주변 주민센터에 갔다 허탕 치고 돌아가야 했다”며 “금요일 내내 발급이 가능한 곳이 없는지 전화를 돌렸는데 된다고 했다가 다시 안 된다고 하는 등 왔다 갔다 해 결국 떼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60대 여성 A 씨는 “가족관계증명서가 필요했는데 행정전산망 오류로 떼지 못하고 있었다”며 “오늘 아침 민원실 문을 열자마자 떼러 온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디지털 플랫폼 정부’라는 표현이 무색할 만큼 행정전산망 마비 사태에 정부는 속수무책이었다. 새올이 지난 17일 멈춘 후 사흘이 되도록 정부는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주요정보통신기반시설인 행정전산망 체계가 이토록 부실한 원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기술력 있는 대기업을 배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정부는 공공이 나서 중견·중소 소프트웨어 업체를 키워야 한다며 지난 2013년 자산 규모가 5조 원이 넘는 대기업의 공공 서비스 참여를 제한하는 규정을 도입했다.

새올은 연 매출 200억 원 규모의 중소 정보기술(IT) 업체가 구축, 운영했다. 지난 3월 사법 서비스가 중단된 법원전산망, 지난 6월 개통 직후 접속 오류가 발생한 4세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역시 중소기업이 개발했다. 한 부처 관계자는 “전체 IT 시장에서 공공이 차지하는 비율이 20∼40% 정도 된다”며 “정부는 IT 시장에 있는 중소기업을 위해 대기업 사업 참여를 제한하고 있는데 안정적이고 최선의 서비스가 우선이냐, 중소기업 등 산업기반 살리기가 우선이냐를 선택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의 쪼개기 발주가 문제라는 시각도 있다. IT 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기업이 참여하다 보니 서로 다른 시스템과 기기 등을 통합관리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빠르게 변화하는 IT 환경을 따라가지 못하는 공공 부문의 느린 의사결정 속도는 물론 민간 전문가를 채용하기 어려운 공무원 임금구조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바꿔야 하는 문제로 지적됐다. 행정안전부의 부실했던 대국민 소통도 혼란을 키웠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17일 오전 8시 46분쯤 새올이 멈췄지만 ‘수기 작성’ 등 대국민 대응책은 같은 날 오후 5시에야 발표됐다. 민원 처리를 못한 국민들은 약 8시간 동안 동 주민센터 등에서 발을 동동 구를 수 밖에 없었다.

민정혜·권승현·김군찬·이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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