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 노트북 들고 간 교수 ‘밀반출’ 처분받아… “갑질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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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교육기관이 아닌 행정기관처럼 취급해 행정적 잣대를 들이대다 보니 교육 기능이 상실되고, 대학 경쟁력은 계속 떨어지고 있습니다."
2021년 교육부 종합감사는 서울대 법인화 이후 첫 종합감사였다.
임 회장은 교육부 감사의 파장이 가라앉기도 전에 국민권익위원회가 국공립대학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이고 있어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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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사소한 잘못에도 ‘경고’
서울대 교수협 “행정력 마비”
감사원, ‘감사에 대한 감사’ 진행
“건수 채우기 식 적발 사라져야”
“대학을 교육기관이 아닌 행정기관처럼 취급해 행정적 잣대를 들이대다 보니 교육 기능이 상실되고, 대학 경쟁력은 계속 떨어지고 있습니다.”
임정묵 서울대 교수협의회 회장은 20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한숨 섞인 쓴웃음을 지었다. 2021년 교육부 종합감사는 서울대 법인화 이후 첫 종합감사였다. 그런데 수년 전 출석부와 증빙자료를 비롯해 성적을 준 경위를 일일이 제출하도록 하는 와중에 연구와 교육에 쏟아야 할 행정력이 마비됐고, 정상적인 학사 과정에서 벌어진 사소한 미비점까지도 대거 경고·주의 등 처분 대상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교협의 자체 보고서에 따르면 제대가 임박한 군 복무 학생이 휴가를 모아 나와서 다음 학기 연구 장학금을 신청했는데 지급했다는 이유, 해외로 강의하러 가는 교수가 노트북PC를 가져가 외부로 ‘밀반출’했다는 이유 등으로 행정처분을 받은 사례가 드러났다. 또 새 규정을 만든 뒤 알려주지 않거나 이전 사안에 소급 적용하고, 이의신청 기간을 축소하거나 잘못 안내해 소명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등 절차적 문제도 발견됐다. 임 회장은 교육부 감사의 파장이 가라앉기도 전에 국민권익위원회가 국공립대학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이고 있어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토로했다.
최근 감사원이 교육부 ‘감사에 대한 감사’와 함께 전반적 감사문화 개선에 나선 이유도 이 같은 ‘건수 채우기’식 문제 적발에서 벗어나 공직자의 적극적 업무 수행을 독려해야 한다는 문제의식 때문이다. 감사원은 지난주 중앙행정기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 등의 자체감사기구들을 대상으로 “사소한 실수보다는 보다 중요한 사안에 감사 역량을 집중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공문에서 감사원은 “공공부문의 적극 행정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업무추진 과정에서 발생한 실무자의 경미한 실수나 흠결보다는 보다 중요한 사안에 자체감사기구의 역량을 집중해달라”고 요청했다. 감사원은 또 “공공감사법 등에서 정한 감사절차를 준수하고 감사 상대방에게 의견 진술 기회를 보장하는 등 감사문화 개선에 힘써달라”고 담당자들에게 당부했다.
감사원은 절차를 위반한 감사 사례가 확인되면 각 자체감사기구에 즉시 전파하는 것은 물론, ‘갑질 감사’를 당한 이들이 직접 신고할 수 있도록 신고센터도 조만간 설치할 예정이다. 또 내년에는 자체감사기구들의 운영실태를 점검하는 감사도 따로 실시해 절차 준수 여부 및 갑질 유무 등을 파악할 예정이다.
조재연 기자 jaeye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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