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가위 치료제' 세계 최초 허가…국내 개발 동향은?

송연주 기자 2023. 11. 20.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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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유전자 가위 적용 치료제 승인
툴젠·진코어 등 적용 치료제 개발중
[대전=뉴시스] 신델라(CINDELA) 암치료 모식도. IBS 연구진은 암 특이적 삽입/결실(InDel) 돌연변이를 표적하는 CRISPR-Cas9 유전자 가위를 제작해 암세포와 정상세포에 투입, 암세포 돌연변이의 DNA 이중 나선을 잘라내 암세포만을 사멸시키는 데 성공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뉴시스 DB)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송연주 기자 = 크리스퍼(CRISPR) 유전자 가위로 알려진 유전자 교정을 적용한 의약품이 세계 최초로 승인되면서 유전자 가위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20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영국 보건부 산하 의약품·의료기기안전관리국(MHRA)은 지난 16일(현지시간) 12세 이상 겸상 적혈구 빈혈증과 베타 지중해빈혈 등 난치성 혈액질환을 치료하는 '카스거비'(Casgevy)를 승인했다.

카스거비는 미국 보스턴에 본사를 둔 버텍스 파마슈티컬스와 스위스에 본사를 둔 크리스퍼 테라퓨틱스가 공동 개발한 약물이다. 양사는 내달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도 겸상 적혈구 환자에 대해 승인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카스거비에 사용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3세대 유전자 교정 기술로, 2020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기술이다. 특정 DNA에 결합하는 유전물질과 해당 부위를 잘라내는 효소 단백질을 결합한 형태다.

겸상 적혈구 질환은 적혈구의 산소 운반 성분인 헤모글로빈이 비정상적으로 생성되는 결함 있는 유전자로 인해 발생한다. 세포 자체가 기형이 돼 극심한 통증을 유발한다. 베타 지중해빈혈은 결함이 있는 유전자로 인해 적혈구의 헤모글로빈 수치가 결핍되며, 평생 동안 정기적으로 수혈을 받아야 했다.

카스거비 치료 방식은 환자의 골수에서 혈액 줄기세포(조혈모세포)를 채취해 크리스퍼-캐스9 유전자 가위로 헤모글로빈을 암호화하는 유전자를 편집한 후, 다시 환자 몸에 이식한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크게 DNA를 절단하는 가위 역할을 하는 '캐스나인'(Cas9)과 절단 해야할 부위를 알려주는 '가이드 RNA'로 구성된다. Cas9이 카스거비가 표적으로 삼는 유전자(BCL11A)에 도달하면 두 DNA 가닥을 모두 절단한다. BCL11A는 태아에서만 만들어지는 유전자로, 헤모글로빈 생성을 막는다.

겸상 적혈구 빈혈증에 대한 카스거비 임상시험에서 29명 환자 중 28명은 치료 후 최소 1년 동안 입원이 필요할 정도의 심각한 통증을 경험하지 않았다. 베타 지중해빈혈에 환자 임상에선 42명 중 39명이 투여 후 최소 12개월 동안 적혈구 수혈을 받을 필요가 없었다. 심각한 안전성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유전자 가위 기술의 높은 가격과 부작용 우려는 대중화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카스거비 가격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다른 유전자 치료제 가격과 비슷한 약 200만 달러(약25억원)로 예상되고 있다. 크리스퍼 캐스나인이 의도하지 않은 유전자 변형을 일으킬 우려 또한 잠재한다고 외신은 언급했다.

국내에선 툴젠이 대표적인 유전자가위 개발 기업이다. 1999년 설립돼 크리스퍼 캐스나인 유전자 교정 기술을 이용한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툴젠의 치료제 개발 프로그램은 현재 치료방법이 없거나, 치료제가 있더라도 미충족 수요가 있는 질병을 대상으로 한다. 신경질환(샤르코마리투스), 간질환(혈우병B) 등 파이프라인이다. 카티(CAR-T) 세포치료제 'CTH-004'의 경우 호주 카세릭스에 기술 이전한 후보물질이다. 유전자교정 기술을 적용한 TAG-72 표적 카티 치료제다. 고형암 치료제로 개발 예정인 CTH-004의 글로벌 임상 1상을 추진 중이다.

진코어는 초소형 유전자가위 기술인 'TaRGET' 플랫폼을 사용해 신경세포의 기능저하에 관련된 원인유전자를 교정하는 치료제를 개발할 계획이다. 지난 7월 헌팅턴병 유전자 치료제로 개발 중인 과제가 국가신약개발사업단의 국가신약개발사업 유효물질단계 연구과제에 선정됐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유전자 교정 기반 치료제의 첫 승인이라 의미하는 바가 크다. 기술력과 안전성·유효성이 인정받은 거라, 국내를 비롯한 전 세계에서 연구개발이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국내 식약처에서도 예전부터 유전자 가위에 대해 공부하고 대응했지만 이번 승인 후 더 관심을 가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ongyj@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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