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드컵] Grind and Glory, 그 주인공 T1
(MHN스포츠 이솔 기자) 롤드컵의 테마인 Grind and Glory(노력과 영광). T1에게 이보다 더 잘 어울리는 말은 없다.
위기, 그리고 발버둥이라는 노력(Grind)
올 한 해 T1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작년, 리그에서는 젠지 이스포츠에게 롤드컵에서는 DRX라는 LCK 팀들에게 연이어 무너진 T1.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리그에서는 젠지에게 또 한번 결승전에서 무너진 것을 비롯해 MSI에서는 두 중국 팀, JDG와 BLG에게 연이어 무너지며 '국제전' 능력마저 의심받기에 이르렀다.
이로 인해 '큰 무대에서 약한 것이 아니냐'라는 의문점을 끝내 풀어내지 못했으며, 팀의 프렌차이즈 스타 출신 감독인 벵기마저 번아웃으로 팀을 떠나기에 이르렀다.
톰 임시감독 체제에서도 우여곡절은 끝나지 않았다. 페이커가 손목부상으로 지난 7월 팀을 이탈했으며, 이로 인해 T1은 5연패(DK-HLE-BRO-DRX-KT)를 당하는 등, 도저히 '강팀'처럼 보이지 않는 경기력으로 팬들에게 실망감을, 그리고 해외 팬들에게는 '쇼크'를 안겨주기에 이르렀다.
결국 서머 결승전에서도 T1은 젠지에게 허망하게 패배하며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특히 젠지의 심장이었던 '룰러'가 빠진 2023년 스프링-서머를 모두 패배하며, '룰러 공포증'이 아닌, T1이 '결승 공포증'에 걸렸다는 팬들의 우려는 더욱 커졌다.
정상적으로 연습할 수 없는 시간도 있었다. T1의 세 선수 제우스-페이커-케리아가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국가대표로 출전해 금메달을 따는 맹활약을 펼쳤으나, T1 자체로는 아시안게임으로 인해 정작 가장 중요한 대회인 롤드컵을 연습할 시간이 상대적으로 부족해진 악재가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향한 롤드컵에서도 첫 상대 팀 리퀴드(TL)에게 고전 끝에 신승을 거두는가 하면, 다시 마주하게 된 젠지에게 또 한번 패배하며 '올해도 우승은 어렵겠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이 때까지만해도 같은 롤드컵 출전 팀들 중 젠지-JDG 외에 T1을 우승 후보로 놓은 팀은 극히 적었다.
고난 끝에 찾아온 영광(GLORY)
그럼에도 T1은 단단했다. 악재와 악재가 겹치는 와중에도 T1은 흔들림이 없었다.
다음 경기 C9전을 잡아내며 스위스 스테이지 최종전으로 오른 T1, 그 상대는 자신들에게 좌절을 안겼던 BLG였다.
그러나 결과는 다소 허무했다. BLG가 예전의 위용을 보여주지 못하는 동안, T1은 마치 다른 팀이 된 듯 BLG를 2-0으로 요리했다.
특히 사이드플레이에서 약점을 드러냈던 페이커는 더 이상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다.
구마유시가 살아난 것도 컸다. 한때 챔피언 폭에서 지적받기도 했으며, 이로 인해 '큰 경기의 약점'으로 지목받았던 구마유시는 이날 징크스와 세나로 보란 듯 BLG를 압살하며 승리의 주역이 됐다.
8강, 3-0으로 승리한 LNG전은 거침없었다. 서머시즌에만 20개의 MVP를 쓸어담으며 리그 최강의 미드라이너로 활약했던, 2021 롤드컵 우승자 스카웃을 다시 마주한 페이커는 3세트에서 고전한 것 외에는 스카웃과 대등, 혹은 그 이상의 경기를 펼쳤다.
4강, 3-1로 승리한 JDG전에서는 롤드컵만 오면 기량 면에서 아쉬움을 보였던 오너가 날아올랐다. 상대 카나비의 정글 캠프를 예측한 듯, 기습적인 갱킹 루트와 교전에서의 완벽한 컨트롤 등으로 '세계 최강'으로 꼽히던 정글러 카나비를 압살했다.
오너의 슈퍼플레이에 냉정을 잃은 카나비는 바드의 관문에 빨려들어가고, 용에서 고립되는 등 연이어 플레이에서 실수를 반복했고, 결국 JDG가 탈락하는 것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그만큼 오너의 활약은 예상 밖이었고 센세이션했다.
결승에서는 다섯 선수가 모두 고른 활약을 펼쳤다. 그 중에서도 '번개의 신' 제우스는 아주 미세하게나마 돋보였다.
더샤이의 아트록스를 상대로 요네, 그웬이라는 카운터픽을 준비하며 솔로킬에 가까운 장면을 보여주기도 했으며, 정글러와의 2-2 매치업은 물론, 상대의 4인 다이브(2세트)에서도 상대가 아닌, 타워에게 '처형'당하는 슈퍼플레이를 통해 T1의 승리를 끝까지 지켜냈다.
고난과 역경, 그 끝에서 우승이라는 영광을 차지한 T1. 하늘도 기다렸던 7년간의 기다림을 풀어낸 T1은 지난 2015년-16년 이후 그 누구도 기록하지 못했던 자신들의 기록인 '롤드컵 2연패'를 향해 다시 나아간다.
Copyright © MHN스포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