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ckLife] 아이스하키 꼴찌팀의 반격
[마이데일리 = 이지혜 기자] 19일 일본 아이스하키 팀 요코하마 그리츠가 아시아리그 23-24시즌 14 게임 만에 첫 승을 거뒀다. 그것도 8연승을 질주하며 리그 1위에 오른 HL안양 상대였다.
이날 미우라 다이키가 나선 다섯 번째 슛아웃이 성공한 순간, 그리츠 선수들은 일제히 빙상 위로 뛰어가 단 한 번의 승리를 기뻐했다. 오랜 인내와 기다림 끝에 승리는 마침내 그들 손에 들어왔다.
그것은 과장을 보태 기적과 같은 일이며 그들의 불굴의 의지가 이뤄낸 결과였다.
야구는 리그 중에도 꼴찌 팀이 1위 팀을 이기는 경기가 비일비재하다. 과거 류현진은 KBO(한국야구위원회) 최고 투수로 꼽혔지만 소속팀이 하위권 한화 이글스였음을 떠올리면 되겠다. 그러나 아이스하키는 다르다. 팀 경기력에 따라 디비전이 나눠져 있고, 같은 디비전 안에서도 상위팀과 하위팀 간 격차가 확연하다.
23-24 아시아리그 아이스하키는 팬데믹과 세계경제 불황 등으로 5개 팀만으로 꾸리고 있다. 한국은 실업팀이 HL안양 1개만 존재하는 위기에 처해있고, 일본도 크레인즈가 불참하며 4개팀 레드 이글즈 홋카이도, 도호쿠 프리 블레이드, 닛코 아이스벅스, 요코하마 그리츠가 참여했다.
이렇다보니 경기력 저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시즌 전까지만 해도 2강 2중 1약으로 평가했고, HL과 레드 이글즈 2강팀의 독주가 예상됐다. 막상 시즌이 시작되자 HL이 다수의 주력 선수 부상으로 인해 초반 3위를 기록하는 등 어려움에 부딪혔다. 이를 불과 1개월여 만에 빠르게 털어내고 파죽지세 8연승을 하며 1위에 오르는 저력을 발휘했다.
연승은 언젠가 저지되고 말지만 그것이 적어도 꼴찌팀 그리츠라고 예상한 사람은 드물겠다. 실제로 18일과 19일 2연전 경기 안양빙상장 관중석은 여느 때에 비해 빈 좌석이 눈에 많이 띄었다. 경기력 격차가 크면 승부가 재미없다는 생각을 팬이라면 누구나 하게 마련이다.
2연전 가운데 첫 경기도 HL이 그리츠에게 7대 2 큰 점수 차로 승리했다. 이어 19일 경기도 1피어리어드 4분 9초 이총민이 선취점을 내며 전날과 같은 양상을 예고했다.
하지만 이날 경기장은 1피리어드부터 분위기가 여느 때와 달랐다. 거칠게 끈덕지게 달라붙는 그리츠 선수들로 인해 HL 선수들이 예민해지고 있었다. 몸싸움 후 벤치로 돌아가는 상대 선수와 어깨를 부딪힐 정도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통상 홈 경기 1피어리드에 다량 득점을 하고 시작하는 여느 때의 HL과 달리, 결국 1점에 머물렀다. 그리츠가 슈팅수(HL 12, 그리츠 7)도 더 많이 기록하며 적극적으로 공격에 임했다.
이어진 2피어리드 초반 그리츠의 알렉스 라우터가 동점골을 터뜨렸다. 2피어리드 막판에 남희두가 역전골을 성공시켰으나 여전히 골 공세(HL 18, 그리츠 7)는 저지되고 있었다.
3피어리드 때는 그리츠 선수들 상태에 눈길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1피어리드부터 이미 체력을 모두 다 쏟아붓듯이 했기에 3피어리드에서는 체력 저하로 대량 실점을 할 수도 있겠다 싶어서였다. 그리츠 선수들의 표정은 한층 험악해졌고 일본어 ‘잇쇼겐메(목숨을 걸고 열심히)’의 기세마저 느껴졌다. (HL 13, 그리츠 10)
경기 7분 여를 앞두고 미우라 다이키의 재동점골이 터졌다. 사실 이때까지도 HL의 승리가 걱정되지 않았다. 1점을 더 따내기에 충분한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그리츠 선수들은 끈질기게 버텼고, 3대 3 연장전(서든데스)까지 승부를 지연시켰다.
마지막 승부처인 슛아웃에서 팽팽한 접전이 이어졌다. 마침내 동점 상황에서 다섯 번째 선수 미우라 다이키가 골을 성공시키며 시즌 첫 승을 거머줬다.
이제 아시아리그 아이스하키 리그 중반이다. 앞으로 그리츠가 몇 번을 더 이길지 모른다. 전력상으로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렇대도 리그 경기가 조금 더 흥미로워진 것만은 사실이다. 승점이나 포인트를 바치는 제물로써가 아니라 요코하마 그리츠의 짜릿한 경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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