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돔 4만 관중이 아웃 하나에 긴장한 한일전, 2023년 류중일호는 확실히 성장했다 [APBC 현장]

도쿄(일본)=김동윤 기자 2023. 11. 20.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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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도쿄(일본)=김동윤 기자]
왼쪽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노시환, 최지훈, 김혜성, 조병현, 윤동희./사진=김동윤 기자
"우리가 이겼지만 아주 작은 차이였다. 두 경기 모두 한국이 이겨도 이상하지 않을 경기였다. 우리가 배워야 하는 부분도 많았다."

이바타 히로카즈 감독이 일본 야구대표팀의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2연패로 이끈 뒤 공식 기자회견에서 한 발언이다.

일본 야구대표팀은 1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APBC 결승전에서 연장 10회말 승부치기서 나온 가도와키 마코토의 끝내기 안타에 힘입어 짜릿한 4-3, 한 점차 역전승을 거두고 우승을 차지했다.

결과만 놓고 보면 4승 무패로 6년 전 첫 대회(3승 무패)처럼 전승 우승이다. 한국과 일본이 맞붙었던 2017 APBC 결승은 한국의 일방적인 패배로 끝났다. 이번 대회에서는 마무리로 출전한 다구치 가즈토가 당시에는 선발로 등판해 7이닝 무실점으로 한국 타선을 압도했다. 한국은 선발 박세웅이 3이닝 1실점으로 일찍 강판당하고 불펜이 무너지면서 0-7로 완패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만원 관중(도쿄돔 4만 2300석)에 가까운 4만 1883명의 야구팬이 찾은 가운데 일방적인 분위기에서도 곽빈(24·두산 베어스)이 이마이 타츠야(24·세이부 라이온즈)에 선발 싸움에서 우위를 점했다. 곽빈이 공을 던질 때마다 일본 관중들은 단체 구호로 도쿄돔을 떠들썩하게 했지만, 곽빈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5이닝 5피안타(1피홈런) 3볼넷 6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오히려 이마이가 한국 타자들의 집중타 속에 4이닝 5피안타 2볼넷 4탈삼진 2실점(1자책)으로 일찍 강판당했다.

일본은 마키 쇼고의 5회말 좌월 홈런, 6회말 쥐어짜낸 1점으로 간신히 2-2 동점을 만들었으나, 역전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오히려 최지민이 8회 1사 1, 2루 위기 상황에 올라와 최지민이 직구와 슬라이더 두 가지로 1⅔이닝을 퍼펙트하게 막아내 다시 기세를 가져왔다.

최지민이 8회를 실점 없이 막아내고 포효하고 있다.

경기 초반과 후반 일본 관중들의 분위기는 확연히 달랐다. 경기 초반에는 삼삼오오 모인 팬들끼리 아웃 하나에 박수를 치거나 한국 치어리더의 공연을 구경하는 듯 여유 있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2-2 동점이 된 후 화장실 가는 것도 미룬 채 긴장하기 시작했다. 그 긴장감은 평범한 아웃 카운트 하나 하나에 열광하는 반응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이렇듯 1999년생 이하 어린 선수들이 주축이 된 2023년 류중일호는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2023 APBC 대회를 통해 동 나이대 일본 대표팀을 몰아붙일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 문동주(한화 이글스), 원태인(삼성 라이온즈)는 국제대회에서 강한 모습을 이어갔고, 곽빈과 이의리(KIA 타이거즈)는 올해 아쉬웠던 모습에 대한 비판을 완벽하게 잠재웠다. 타선에서는 노시환(한화 이글스)이 이대호의 뒤를 이을 4번타자감임을 스스로 증명했고, 김혜성(키움 히어로즈)-최지훈(SSG 랜더스)-김도영(KIA 타이거즈)이라는 확실한 테이블세터 자원을 확보했다. 또 윤동희(롯데 자이언츠), 김휘집(키움 히어로즈) 등 기대치 않았던 자원과 김형준(NC 다이노스)이 큰 경기를 통해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패기 있는 한국 대표팀의 선전에 적장 이바타 감독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바타 감독은 "한국 투수들은 불리한 볼 카운트에서도 변화구를 던졌다. 선발투수 4명은 전부 150㎞ 이상 던졌다. 젊으면서 훌륭한 선수를 데려온 것 같다"고 마운드를 칭찬한 뒤 "9번(최지훈)과 1번(김혜성)이 야구를 잘한다고 생각했다. 4번 노시환도 좋았다. 날카로운 타구를 보여줬다. 일본에서도 톱 클래스라 생각한다"고 성장한 야수들을 눈여겨봤다.

경기 후 인터뷰에 임한 한국 선수들에게서도 아쉬움은 있을지언정, 절망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해볼 만하다는 자신감이 보였다.

노시환은 "준우승을 하긴 했지만, 결승전에서 정말 좋은 경기를 했다. 어떻게 보면 그동안 국제대회에서 일본을 상대로 어려운 경기를 많이 하면서 성적이 안 좋았는데 오늘(19일)은 일본과 비등비등하게 정말 잘 싸운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이번 대표팀에 어린 선수들이 많은데 다음에는 더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국 야구 국가대표팀이 1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APBC 결승전을 마치고 관중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한국 야구 국가대표팀이 1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APBC 결승전을 마치고 관중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도쿄(일본)=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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