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진여객, 4번째 '게릴라 파업’…“버스전쟁, 지치네요” [현장, 그곳&]
“이젠 정말 지긋지긋 하네요. 언제까지 아침마다 버스 때문에 전쟁을 치러야 하나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민주버스본부 경기지부 경진여객지회(이하 노조)가 게릴라 파업에 나선 20일 오전 7시께 수원특례시 팔달구 수원역 버스정류장. 이곳에선 시민 5명이 영하를 웃도는 추운 날씨에 발을 동동 구르며 사당행 7770번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버스정보시스템(BIS)상 7770번 버스는 10분이 지나도록 차고지 대기 중인 상황. 계속해서 시계와 BIS를 번갈아 보던 이들은 결국 택시를 붙잡거나 다른 버스를 알아보는 등 뒤늦게 대안을 찾고 나섰다.
중간중간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임시 전세버스가 이곳을 들르기도 했지만, 도착시간을 알 수 없을뿐더러 배차간격까지 들쑥날쑥해 시민들의 불편을 줄여주기엔 역부족이었다. 이 때문에 정류장을 찾은 일부 시민은 일찍이 지하철로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장모씨(28)는 “벌써 4번째 파업인데, 이유야 있겠지만 시민 입장에선 너무 지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비슷한 시각 수원역 내부는 가뜩이나 많은 출근길 인파에 파업 여파로 몰린 시민들까지 더해져 더욱 혼란스러운 모습이었다. 버스를 이용하려다 급하게 달려온 승객들이 부딪히기도 했다. 지모씨(27)는 “어제 저녁 파업 안내 문자를 받고, 굉장히 짜증났다”며 “월요일 아침부터 출근길에 지장이 생기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날 오전 7시30분께 화성시 향남읍 향남버스 환승터미널 앞 버스정류장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곳에선 수십여명의 시민들이 사당행 8155번 버스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한 시민은 버스정류장에 붙여진 경진여객 버스 파업 관련 안내문을 읽고 한숨을 푹 쉬기도 했다. 장모씨(46)는 “며칠째 노조 파업 때문에 혹시나 모를까 늦을까 봐 아침도 거르고 나오고 있다”며 “파업만이 답이 아님에도 자신들의 이익만 따져 시민들에게 피로감을 주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수원·화성과 서울을 오가는 버스를 운행 중인 경진여객 근로자들이 합리적인 배차시간 등을 요구하며 4번째 게릴라 파업에 나선 20일, 곳곳에서 출근길 시민 불편이 이어졌다.
노조에 따르면 노조는 이날 오전 4시30분 첫차부터 게릴라 파업에 나섰다. 이번 파업은 오전 10시까지 이어진다. 지난 13일과 15일, 17일에 이어 4번째다.
노조는 이날 오전 파업 후 쟁의대책위원회 회의를 열고 오후 파업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오는 22일엔 총파업 결의대회와 행진 등을 진행하면서 도와 사측에 대화에 나서라고 촉구하는 메시지를 전달할 계획이다.
노조 관계자는 “도와 사측에 지난 13일 첫 파업부터 지금까지 대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한 상황”이라며 “어쩔 수 없이 파업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경진여객은 수원과 화성에서 서울 강남과 사당을 오가는 7770, 7800, 7780, 3000, 9820, 8472, M5443, 8471, 8155, 7790, 8156, 7200, 8000, 1006번 등 광역버스 170여대를 운행 중이다.
김기현 기자 fact@kyeonggi.com
황아현 기자 1cor1031@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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