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폐장 없으면 원전 셧다운… 고준위법 이달 통과돼야”
세계 원전운영 상위 10개국중
건설 착수 못한 곳 한국·인도뿐
사용후핵연료 1만8600t 쌓여
당장 7년뒤 한빛원전부터 포화
22일 상임위소위 통과 불발위기
원전소재 주민들도 법제정 촉구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이하 특별법)이 오는 2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자동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978년 원전 가동 후 45년째 쌓인 사용후핵연료가 1만8600t에 달하는 만큼 방폐장 부지 선정 절차와 유치 지역 지원 방안을 담은 특별법 제정은 당장 7년 뒤 포화하는 원전 가동의 마지막 보루이자 원전 확대의 선결 조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여야·지역주민·지방자치단체·산업계를 막론하고 전방위 설득 작업을 펼치며 특별법 제정을 위해 분투해 온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은 이번 법안소위를 법안 통과의 ‘골든 타임’으로 보고 있다.
◇자동 폐기 위기…7년 뒤 원전 셧다운 = 선진국들이 이미 1980∼1990년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을 위한 공론화 과정을 개시한 것과 달리 우리나라는 2021년에 이르러서야 특별법 관련 논의를 시작했다. 하지만 여야가 모두 관련 법 발의에 나선 것과 달리 막상 법안 상정 후엔 힘겨루기 속 공회전만 거듭되고 있다. 세계 원전 운영 상위 10개국 중 영구 방폐장 건설에 착수하지 못한 나라는 인도와 한국밖에 없다.
특별법은 사용후핵연료를 영구 처분하기 위한 부지 선정 절차, 운영 일정, 처분장이 들어설 지역 지원 체계, 독립 위원회 설치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특별법 제정으로 법적 근거가 마련돼야 처분장 건설을 위한 첫 단추인 부지 선정에 착수할 수 있다는 뜻이다. 1980년대부터 9차례나 방폐장 부지 선정을 시도하다 모두 실패한 전례를 고려할 때 부지 선정 절차와 유치 지역 지원 방안을 담은 특별법은 방폐장 건설의 전제 조건이라는 평가다.
당장 2030년 한빛 원전을 시작으로 원전 내 임시로 마련해 둔 습식저장시설이 차례대로 포화하는 가운데, 지역 주민들의 원전부지 내 저장시설 영구화 우려를 없애고 중간저장·영구처분장 전 단계인 건식저장시설을 적기에 확보하기 위해서도 특별법 제정은 시급한 형편이다. 원전의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 인증기준 충족에도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을 위한 세부계획 및 계획 이행을 담보할 법률이 없기 때문이다. 원전 학계 관계자는 “원전 생태계 복원 및 원전 수출 등이 성과를 내는 가운데, 특별법 제정은 선·후행에 걸친 원전 전 주기 정상화를 이룰 마지막 퍼즐”이라며 “여야가 모두 법안을 발의한 만큼, 법안에 대한 상호 이해와 협조가 가능한 상황에서 조속한 심의를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산업부·원자력환경공단 특별법 통과 위해 전방위 설득 = 그간 정부와 관계기관을 중심으로 특별법 제정을 위해 총력전을 벌여왔다. 주무부처인 산업부의 경우 장차관이 국회 상임위원회 법안소위를 앞두고 10회 이상 일대일로 소속 여야 의원들을 만나 법 통과를 당부하며 주요 쟁점을 설명했다. 산업부 에너지실 담당자들도 100회 이상 의원 및 보좌진을 만나 협조를 요청했고, 원자력환경공단 역시 100회 이상 설명 및 자료 제출로 이 같은 노력을 뒷받침했다.
특히 특별법의 최대 이해당사자인 원전 소재 지자체 및 지역주민들과의 계속된 소통 결과 지자체·주민들도 마침내 특별법 취지를 이해하고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 5월 원전 소재 광역시도 행정협의회 공동건의문 발표를 시작으로 원전 소재 시·군의회 공동발전협의회 결의안 채택, 원전 소재 기초 지자체 행정협의회 건의문 발표가 이어졌다. 원전 소재 기초 지자체들은 대국민 심층토론회를 직접 개최해 사회적 공감대 확산에 앞장서기도 했다. 산업부와 원자력환경공단 등이 울진, 울주, 기장, 영광, 경주, 경북, 울산 등 원전 소재 기초·광역 지자체를 찾아 지자체장, 지방의회 의원, 주민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현장설명회는 무려 188회에 달한다. 전문가-지역-미래 세대 연석회의를 개최해 이들의 의견을 청취하기도 했다. 한국원자력산업협회와 원자력산업계도 지난 16일 특별법의 조속한 제정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21대 국회에서 특별법이 반드시 제정돼야 한다”며 “현세대뿐 아니라 미래 세대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걱정 없이 안전하게 살아가기 위해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법안”이라고 호소했다.
박수진 기자 sujininva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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