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스토리]공사비 계속 오르면 주택시장엔 무슨 일이?
잠실진주·월계동신 등 알짜단지도 스톱
청약위축·비조합 방식 등 트렌드 바뀔듯
공사비 인상을 둘러싼 갈등이 끊이질 않습니다. 자재비·인건비 등이 전반적으로 오르면서 기존 사업도 신규 사업도 난항을 겪고 있는데요.
이런 상황이 장기화되면 주택 공급 위축 등 부작용을 비롯해 비조합 방식 선호 등 주택 시장의 흐름까지 바뀔듯 한데요. 과연 주택 시장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공사비 무서워 집 못 짓겠네
서울 등 수도권 정비사업 추진 단지 곳곳에서 공사비 증액을 둘러싼 시공사와 조합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철근·콘크리트 등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등 공사비에 들어가는 비용들이 전반적으로 오른 탓인데요. 이같은 갈등은 지난해 러-우 전쟁으로 인해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이후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최근 서울 송파구 잠실진주의 경우 시공사인 삼성물산과 HDC현대산업개발이 재건축 조합에 물가 인상, 문화재 발굴로 인한 지연 등으로 3.3㎡(1평)당 공사비를 기존 660만원에서 898만원으로 인상해줄 것을 요청했는데요.
조합은 지난 4월에 이어 두 번째 인상 요청인 데다 증액 비용이 총 2160억원(가구당 1억4000만원)에 달하자 금액이 과하다며 팽팽히 맞서고 있습니다.
성북구 장위동 장위6구역 재개발은 공사비 갈등으로 철거 완료 3년이 넘도록 착공을 못하고 있습니다. 조합은 2019년 대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하면서 평당 427만원에 공사비를 계약했는데요.
대우건설이 지난 4월 자재비 인상 등을 반영해 평당 600만원 이상으로 공사비를 조정하겠다고 하면서 조합과 갈등이 생겨, 아직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이 밖에 노원구 월계동신 재건축, 서초구 신반포4지구 등 서울 주요 단지들이 시공사의 공사비 증액 통보를 받으면서 줄다리기 중인데요.
실제로 공사비는 가파르게 오르고 있습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집계하는 건설 공사 비용의 가격 변동을 나타내는 '건설공사비지수'가 매년 상승 추세인데요.
12월 기준으로 △2019년 117.33 △2020년 121.8 △2021년 138.89 △2022년 148.56 △2023년 153.67(잠정·9월 기준) 등으로 점점 치솟고 있습니다.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알짜 단지'들은 사업은 추진되겠지만 중간에 멈추거나 사업이 지연될 수 있고요. 상대적으로 입지적 경쟁력이 떨어지는 곳은 사업 추진 자체를 주저할 가능성이 있는데요.
이렇게 되면 4~5년 뒤엔 전반적인 공급 위축이 찾아올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주택 공급의 선행 지표인 인허가, 착공, 분양 3대 지표 모두 감소세가 두드러집니다.
국토교통부의 주택건설실적통계에 따르면 올해 1~9월 누적 기준 전국 주택 인허가 가구수는 130만8268가구로 전년 동기 대비 30.2% 줄었고요. 착공은 12만5862가구로 1년 전 보다 57.2%나 쪼그라들었습니다. 분양도 10만8710가구로 전년 동기 대비 42.2% 줄어 거의 반토막 났죠.
'비싼' 신축 외면? ..'.공사비 검증' 절실
공사비 인상이 지속될 경우 주택 시장의 흐름에도 변화가 있을듯 합니다.
우선 시공사와의 갈등에 지친 정비업계가 기존 조합 방식을 포기하고 사업대행을 맡기는 CM·PM 방식, 신탁 방식 등이 더 활성화될 수 있는데요.
조합은 비전문가 집단이기 때문에 시공사가 공사비 인상을 요구해도 검증 등 대응이 어렵다는 한계가 지적돼 왔거든요. 최근 서울 여의도, 목동 등을 중심으로 신탁 방식 재건축이 늘고 있는 이유입니다.
지금까지는 신탁 재건축 성공 사례가 손에 꼽히지만 향후 추가로 준공 단지가 생기고 신뢰가 쌓이면 이같은 류의 비조합 방식이 선호될 수 있겠죠.
공사비 인상 요인을 제거하기 위해 건축 트렌드가 바뀔 가능성도 있습니다. 최근 서울 주요 단지에서 50층 이상의 초고층 재건축 바람이 불고 있는데요. 초고층으로 설계하면 가구수가 늘고 랜드마크화될 수 있거든요.
하지만 각종 안전설계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는 만큼 공사비 인상이 불가피합니다. 이에 주요 지역을 제외화곤 초고층 재건축 추진이 힘들어질 수도 있습니다.
다만 이런 방법을 쓴다고 해도 한 번 오른 가격이 다시 떨어지긴 어려울텐데요. 이렇게 되면 신축의 인기가 꺾이고 일부 지역만 과열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공사비 인상이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최근에도 분양가에 따라 청약 온도가 극명히 갈리고 있는데요.
수도권에서 시세보다 분양가가 크게 저렴했던 일부 단지는 세자릿수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한 반면, 고분양가 논란이 있던 경기 광명 '트리우스 광명'은 3344가구의 대단지임에도 경쟁률 5대 1에 그쳤습니다.
시장에선 이같은 부작용을 막기 위해선 '공사비 검증 제도'의 고도화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옵니다.
이태희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비사업의 경우 공사비뿐만 아니라 그 외 검증 불가 항목에서 증액이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며 "현재 공사비 검증을 하고 있는 부동산원에서 이런 영역까지 판단하기엔 한계가 있고 검증 결과에 강제력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간과 공공에서 각각 전문가를 투입해 위원회를 구성해 시공사와 조합 모두가 신뢰할만한 중재안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며 "제도를 정밀하게 설정해 검증 제도를 고도화하면 지금보다는 갈등 해소가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채신화 (csh@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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