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히던 양희영, '민무늬 모자' 쓰고 화려한 부활…'제2의 전성기' 예고
올해 '톱5' 5회 완벽 반등…시즌 최종전 우승으로 완벽한 피날레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슬럼프는 길어졌고 나이도 30대 중반으로 향했고 부상까지 당했다. 한때 '태극낭자군단'의 일원으로 활약했던 양희영(34)은 그렇게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희미해져갔다.
하지만 양희영은 포기하지 않았다. 예전의 기량을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고 우승 문턱에서의 몇 차례 좌절에도 다시 힘을 냈다. 그리고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시즌 최종전에서 메인스폰서 없이 '민무늬 모자'를 쓰고 우승 결실을 이뤄내며 '제2의 전성기'를 예고했다.
양희영은 20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의 티부론 골프클럽 골드코스(파72)에서 열린 LPGA투어 시즌 최종전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총상금 700만달러) 최종 4라운드에서 6언더파를 추가, 최종합계 27언더파 261타로 우승했다.
시즌 최종전으로 여자 골프 최고 상금이 걸린 이 대회에는 릴리아 부(미국), 인뤄닝(중국), 셀린 부티에(프랑스), 아타야 티띠꾼(태국), 넬리 코다(미국), 고진영(28·솔레어), 김효주(28·롯데) 등 올 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들이 총집결했다.
이 대회에서 양희영의 우승을 예상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양희영은 한동안 활약이 뜸했기 때문이다.
2006년 유럽투어를 거쳐 2008년 LPGA투어에 데뷔한 양희영은 투어 4승을 기록한 베테랑이었다. 그는 2013년 국내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우승했고, 2015년과 2017년, 2019년엔 태국에서 열린 '혼다 타일랜드'를 연달아 제패했다.
다른 한국선수들처럼 폭발력을 보여주진 못해도 양희영은 꾸준한 활약을 하는 선수였다. 미국 본토에서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지만 메이저대회에서 '톱10'을 수차례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던 그가 2020년부터 주춤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가 전세계를 강타한 그해 양희영은 LPGA투어에서 시즌 내내 한 번도 '톱10'에 들지 못하는 그답지 않은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2021년엔 '톱10' 5차례로 반등하는 듯 했지만 여전히 우승은 없었다. 2013년부터 이어지던 '홀수해 우승' 기록도 이때 끊겼다.
지난해는 데뷔 이래 가장 힘든 한해였다. 성적도 썩 좋지 못했을 뿐더러 부상까지 당했기 때문이다. 한동안 취미로 삼았던 암벽 등반에 너무 몰두한 나머지 왼쪽 팔꿈치에 '테니스 엘보'(팔 관절과 손목에 무리한 힘이 주어져 팔꿈치 관절 주위에 생기는 통증) 진단을 받았다. 선수 생명이 이대로 끝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을 정도였다.
누구도 기대하기 어려웠지만, 절치부심 시즌을 준비한 양희영은 반전을 일궜다. 4월 첫 메이저대회인 셰브론 챔피언십에서 공동 4위에 오른 것이 그 시작이었다. 예전만큼 꾸준한 성적을 내지는 못했지만 6월 마이어 클래식(공동 3위), 8월 메이저 AI 위민스 오픈(공동 4위), 11월 아니카 드리븐(4위)까지 '톱5'의 성적으로 여러차례 우승 경쟁을 벌였다.
다만 최근엔 메인스폰서 우리금융그룹과의 계약 만료로 홀로 대회를 준비해야했다. 민무늬모자를 쓰고 경기에 나선 배경이었다.
그리고 시즌 최종전. 양희영은 폭발력을 보였다. 1라운드를 4언더파로 출발하더니, 2라운드 9언더파, 3라운드 8언더파로 맹타를 휘둘렀다. 20대 전성기 시절에 볼 수 있던 감각이 돌아온 듯 했다. 스스로도 "공이 너무 잘 맞는다"고 할 정도였다.
마지막 라운드에선 행운까지 따랐다. 하타오카 나사(일본)와 치열한 선두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13번홀(파4) '샷 이글'이 나왔다. 이 이글로 한 타차 2위에서 단숨에 선두로 올라선 양희영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우승 트로피를 가져갔다. 여자 골프 역대 최고 상금인 200만달러(약 25억9300만원)를 거머쥐며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했다.
이번 우승은 양희영이 미국 본토에서 차지한 첫 LPGA 우승이기도 했다. 2008년 미국 무대에 발을 들여놓은 지 15년, 16시즌만의 쾌거다. 누구보다 간절했지만 달성하지 못했던 그 꿈을, 가장 절박했던 순간에 이뤄냈다.
양희영은 경기 후 "많은 것을 의미하는 우승이었다. 우승을 기다려 준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면서 "미국에서의 첫 우승을 언제나 꿈꿔왔는데, 이 무대에서 차지하게 돼 큰 영광이다"라며 감격스러워했다.
starbury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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