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2일 출근하고 월 400만원"…日서 요즘 뜨는 직업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정영효 2023. 11. 20.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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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감소의 역습이 시작됐다⑩·끝
관리직·고령근로자도 임금인상 도미노 합류
"신입 채용·베테랑 근로자 유지" 병행해야
핵심업무까지 외부에 맡기는 기업 속출
전문 프리랜서 4년만에 3배 급증
근로자 20%가 프리랜서..기업 의존 불가피



인구감소의 역습이 시작됐다⑨에서 계속 
인력난이 심각해지면서 일본에서는 신입사원의 학자금 대출을 대신 갚아주는 기업이 크게 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최고 인기직장인 메가뱅크(초대형 시중은행)와 종합상사까지 대졸 초임을 20여년 만에 인상하며 인력쟁탈전에 뛰어들었다.

신입직원의 임금이 이렇게 오르는데 기존 직원의 급여가 오르지 않을 리 없다. 지금까지 춘계 임금협상의 대상 밖이었던 관리직과 고령 근로자들에게까지 임금 인상의 도미노가 파급되고 있다.

전자 부품기업인 오키전기공업은 올해 4월 직급정년 제도를 폐지했다. 지금까지는 56세까지 임원으로 승진하지 못한 관리직은 직급을 떼는 동시에 급여가 최대 15% 감소했다. 앞으로는 60세까지 직급을 유지할 수 있고, 급여도 동일하게 지급하기로 했다.

60세가 넘더라도 관리직에 남을 수 있는 길도 열었다. 오키 관계자는 "중도 채용시장의 경쟁이 격렬해져 젊은 사원 채용과 시니어 근로자 유지라는 두가지 궤도를 병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오기노 노보루 노동정책연구·연수기구의 리서치 펠로는 "인력난을 계기로 영구동토 같았던 대졸 초임 인상과 관리직 및 시니어 직원의 처우개선이 동시에 이뤄지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이렇게까지 하는데도 자체 인력 만으로 경영활동을 100% 달성하는데 한계를 느끼는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특히 전문인력 부족이 심각해지면서 경영계획 수립과 인사제도 관리 같은 핵심 업무까지 외부 프리랜서에게 의존하는 일본 기업들이 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기업들이 업무를 전문 프리랜서에게 의뢰한 건수가 지난해 총 11만3000건으로 2018년(2만8000건)보다 네 배 이상 늘었다고 보도했다.

컨설팅 회사 서큘레이션의 조사에 따르면 기업들이 전문 프리랜서에게 의뢰한 업무 내용(복수응답)은 '채용·교육'이 27%로 가장 많았고, '중기 경영계획·조직 전략 수립'이 25%로 뒤를 이었다. '인사제도 설계·노무'는 21%로 3위였다. 기업을 운영하는 핵심 업무인 경영기획과 인사까지 외부인에게 맡기고 있는 것이다.

일본 최대 인쇄업체인 다이닛폰인쇄는 2021년부터 전문 프리랜서를 활용하고 있다. 현재 5명의 프리랜서에 해외전략 입안 등을 의뢰하고 있다. 다이닛폰인쇄 관계자는 "사내 인력의 지식 만으로는 얻을 수 없는 기술 혁신을 창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 3대 복사기 제조사인 코니카미놀타도 신규 사업을 벌이는데 전문 프리랜서를 활용하고 있다.

정규직 핵심 인력이 도맡던 경영기획과 인사까지 외부 프리랜서가 맡기 시작한 건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인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대졸 신입직원을 일괄 공채하는 일본의 채용 관행 때문에 전문적인 업무 능력을 가진 인재가 적다. 전직이나 이직도 활발하지 않아 중도채용을 통해서도 필요한 인재를 확보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반면 미라이웍스와 파솔캐리어 등 5대 전문 인재 중개기업에 등록한 전문 프리랜서 수는 2018년 8만7000명에서 지난해 23만명으로 세 배 가까이 늘었다.

부업을 허용하는 기업이 늘어난 것도 전문 프리랜서의 수를 늘리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일본 최대 경제단체인 게이단렌에 따르면 근로자수 5000명 이상인 기업의 80%가 부업을 허용하고 있다.

프리랜서 중개업체인 랜서스에 따르면 2021년 일본의 프리랜서 숫자는 1577만명으로 2015년보다 70% 증가했다. 전체 근로자수의 20%를 넘으면서 기업들이 프리랜서에 의존하지 않고는 필요한 인력을 조달할 수 없게 됐다는 설명이다. 

전문 프리랜서는 프로젝트 별로 출근일수와 보수를 정해 수개월~1년 단위로 계약한다. 주 2일 출근하면서 사업 전략 입안을 담당하는 프리랜서는 월 평균 40만엔을 벌 수 있다.

오타 하지메 도시샤대학 교수는 "저출산·고령화로 인력난은 더욱 심각해 질 것"이라며 "자체적으로 키운 정규직 인재에 외부인재를 적절히 활용하는 능력이 기업의 성장을 좌우하는 시대가 열렸다"고 말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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