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지방자치] 깊은 고성 바닷속에서 지역부흥 마중물 '콸콸'

양지웅 2023. 11. 20.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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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심층수 활용해 먹는 물·소금·식품 가공 등 다양하게 활용
농공단지 24개 기업서 매출 550억원 거둬…제2 특화단지 조성 중
고성 해양심층수 농공단지 [촬영 양지웅]

(강원 고성=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바닷속 깊은 물로 씻어 말린 명태는 맛과 영양이 다릅니다. 이 물이 고성 지역경제 살리는 마중물이지요."

강원 고성군 죽왕면 오호리 농공단지에서 수산물 가공업체를 운영하는 송재식 대표는 해풍을 맞으며 건조 중인 명태를 가리키며 밝게 웃었다.

고성군 미래 먹거리 창출 산업으로 주목받으며 2002년 출발한 해양심층수 산업은 20년 새 500억원대 매출을 일으키며 지역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고성군은 내년을 해양심층수 사업 부흥의 해로 삼고 내실화와 외연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고성 해양심층수 농공단지 전경 [촬영 양지웅]

'돈 되는 물' 수심 200m 아래 바다서 퍼 올린 청정수

해양심층수는 햇빛이 닿지 않는 수심 200m 이상 깊은 곳에 있는 바닷물이다.

해류를 따라 인도양과 태평양을 돌다가 바다 표층으로 상승한 뒤 다시 식어 하강하는 이 물은 오랫동안 대기와 접촉하지 않아 유기물이 거의 없고 무기물이 풍부하다.

다양한 미네랄이 균형 있게 분포하고 금속 이온 작용으로 활성산소의 제거에 효능을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국과 일본 등에서 이를 응용한 산업이 활기를 띠고 있다.

이에 해양수산부는 2002년 해양심층수 활용 산업을 활성화하고자 국비 150억원과 민자 324억원 등 모두 494억원을 들여 3년 안에 고성군에 6만3천여㎡ 규모의 해양심층수 연구·시범산업단지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청정 바다를 자랑하는 고성군이 해양심층수 산업의 메카로 부상한 순간이다.

2004년 고성 죽왕면 오호리 앞바다에서는 해양심층수 탐사 작업을 시작했고, 같은 해 9월 해양심층수 공동연구센터 건립이 본격화했다.

강원도와 고성군, 경동대학교, 강원심층수는 2006년 고성 해양심층수 개발 공동협력에 협약하며 사업은 탄력을 받았다.

2008년에는 해양심층수를 퍼 올리는 육상 플랜트 건립을 시작하고, 이듬해 오호리에 전용 농공단지 조성을 시작하면서 고성 해양심층수 산업은 기틀을 마련했다.

고성 오호항 앞바다 [촬영 양지웅]

10만㎡ 농공단지에 18개 기업 '북적'…매출 500억원 '훌쩍'

공사비 158억800여만원을 들여 죽왕면 오호리 10만3천715㎡에 조성한 해양심층수 전용 농공단지는 2010년 첫 분양을 시작해 2013년 7개 기업이 운영을 시작했다.

10여년이 훌쩍 지난 올해는 18개 기업이 입주해 활기를 띠며, 6개 기업은 공장을 설립하거나 입주를 준비하고 있다.

농공단지가 활기를 찾기까지 많은 곡절이 있었다.

해양심층수 사업 초기 고성은 물론 양양, 강릉, 속초, 동해 등 동해안 자치단체가 앞다퉈 여기에 뛰어들면서 심층수 난개발은 물론 기업 유치, 국내 판매시장 확보를 둘러싼 과열 경쟁과 중복투자 등 부작용이 우려됐기 때문이다.

가압 펌프장 미설치, 심층수 활용 제한, 분양률 저조 등으로 농공단지에 해양심층수 공급을 시작하기까지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고성군은 정부와 손잡고 다양한 연구 개발을 진행했으며, 관련 제품 판매법인 창립, 축제를 통한 홍보, 수출 판로 개척 등으로 산업 활성화를 꾀했다.

특히 2021년 농공단지 인근에 해양심층수산업 고성진흥원을 설립해 입주 업체에 관련 기술개발 지원과 실용화, 창업보육과 자립 지원, 지역중소기업 컨설팅 및 마케팅 지원 등의 역할을 수행하며 심층수 산업을 안정화했다.

농공단지 입주 업체들은 먹는 물, 소금, 명태 가공, 젓갈류, 절임 배추 등 다양한 식품 제조·가공에 심층수를 활용하고 있다.

운영 첫해 38억여원을 기록한 매출은 지난해 553억5천100만원으로 15배가량 껑충 뛰었다.

해양심층수산업 고성진흥원 관계자는 "식품에 그치지 않고 의료, 미용 등 고부가가치 사업에 활용할 수 있는 해양심층수 종균, 농업 소재 개발을 지속해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해양심층수산업 고성진흥원 [촬영 양지웅]

제2 농공단지·다목적 취수관 설치 등 산업 넓힌다

이제 고성군은 2024년을 해양심층수 사업 부흥의 해로 삼고 내실화와 외연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먼저 죽왕면 인정리 일원에 324억원을 들여 13만㎡ 규모로 제2특화 농공단지 건립을 추진 중이다.

현재 중앙정부의 지방재정투자심사를 통과한 뒤 현지 감정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내년 6월까지 편입 용지의 토지 보상 협의를 마치고 이듬해 말까지 부지를 조성, 2026년부터 분양을 개시할 계획이다.

제2 특화농공단지 조성을 통해 해양심층수와 연계한 지역 신 성장 동력 산업을 육성하고 부족한 산업 용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해 기업 유치 경쟁력을 높일 방침이다.

견실한 기업 유치를 통한 일자리 창출이 경제 활성화는 물론 지역소멸 회복의 기회를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한다.

고성군은 1·2차 농공단지에 안정적으로 용수를 공급하고자 다목적 취수관 설치 예산을 해수부에 요청한 상황이다.

또 고성진흥원이 개발한 해양심층수 기반 건강음료와 농업용 복합비료, 특허 기술 등을 기업들에 이전할 계획이다.

함명준 군수는 20일 "2차 특화 농공단지 조성으로 식품에 비해 부피가 작고 부가가치가 높은 바이오와 의료, 미용을 중심으로 기업 유치를 추진하겠다"며 "고성은 건강과 힐링의 도시로 한단계 더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함명준 강원 고성군수 [강원 고성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yangd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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