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게 우승에는 실패했지만…젊어진 韓 야구의 성장 드라마, 이제부터 시작이다 [APBC 결산]

이한주 MK스포츠 기자(dl22386502@maekyung.com) 2023. 11. 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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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는 아쉬웠지만, 한국 야구의 밝은 미래를 볼 수 있었다.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APBC) 2023에서 준우승을 거둔 류중일호의 이야기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야구 국가대표팀은 1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일본과의 APBC 2023 결승전에서 연장 혈투 끝에 3-4로 분패했다.

초대이자 직전 대회였던 APBC 2017에서 일본(1위), 대만(3위) 등과의 경쟁 끝에 준우승했던 한국은 이로써 두 대회 연속 2위에 오르게 됐다.

APBC에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한국 선수단. 사진=KBO 제공
이번 APBC를 통해 부쩍 성장한 젊은 한국 선수들. 사진=KBO 제공
다소 아쉬운 결과이긴 하지만 한국 야구는 이번 대회에서 충분히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 그것은 바로 젊은 선수들의 가파른 성장세. 이는 24세 이하(1999년 1월 1일 이후 출생) 또는 프로 구단 입단 3년 차 이내(2021년 이후 입단) 선수만 나설 수 있으며, 3장의 와일드카드도 1994년 1월 1일 이후 출생 선수만 출전이 가능한 APBC의 원래 목표이기도 하다.

특히 도쿄에서 한국의 투수진은 장족의 발전을 이뤘다. 지난 10월 펼쳐졌던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참가하긴 했으나, 프로 대 프로로 맞붙는 국제대회는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었던 문동주(한화 이글스)는 예선 첫 경기였던 호주전에 선발등판해 5.2이닝을 5피안타 1피홈런 4사사구 5탈삼진 2실점으로 막아냈다. 높은 도쿄돔 마운드 등 낯선 환경이 그를 괴롭혔으나, 흔들리지 않고 실점을 최소화하며 한국의 3-2 승리에 디딤돌을 놨다.

이어진 일본과의 경기에서는 이의리(KIA 타이거즈)가 빛났다. 초반 고전하기도 했으나, 주춤하지 않은 그는 막강한 일본의 타선을 6이닝 2실점으로 봉쇄했다.

아쉽게 해당 경기에서 한국이 1-2로 무릎을 꿇으며 패전 투수가 되긴 했지만, 이의리의 투구는 분명 돋보였다. ‘적장’ 이바타 히로카즈 일본 감독이 경기 후 “영상보다 훨씬 더 좋은 공을 던졌다”고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특히 올해 초 진행된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의 부진(0.1이닝 3사사구 1탈삼진 무실점)과 항저우 아시안게임 출전 불발의 아쉬움을 털어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는 결과물이었다.

이후 그동안 국제대회에서 이렇다 할 모습을 보이지 못하다 항저우 아시안게임(1승 평균자책점 0.00)에서 반등의 계기를 마련한 원태인(삼성 라이온즈)도 대만전에서 5이닝 3피안타 1피홈런 5탈삼진 1실점을 기록, 국제무대 선발 자원으로 자리매김한 가운데 불펜진들도 발전했다. 김영규(NC 다이노스), 최승용(두산), 최지민, 정해영(이상 KIA) 등이 구축한 한국 계투진은 결승전 전까지 10.1이닝 무실점을 달성했다.

야수들의 성장세도 돋보였다. 김주원(NC)은 한층 날카로워진 타격과 안정적인 수비를 선보이며 주전 유격수로 발돋움했다. 같은 팀 동료 김형준(NC)은 유려한 볼배합과 강견을 뽐냈고, 노시환(한화)은 부담감을 이겨내고 4번타자 역할을 잘 해냈다.

여기에 예선 일본전에서 대타로 출격해 한국의 자존심을 지켜준 김휘집(키움 히어로즈)은 “제가 보는 세상이 전부가 아니구나라는 것을 느꼈다. 대회 끝나고 비시즌 때 큰 노력을 해야 할 것 같다. (상대 선수들이) 상상 이상의 좋은 실력을 가지고 있다. 의욕이 생기고 자극도 받았다. 세상이 넓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하며 추후 발전된 모습을 예고했다.

많은 선수들이 이렇듯 부쩍 성장한 가운데 한국 야구는 결승전에서도 미래를 봤다. 선발투수 곽빈(두산)이 WBC 부진(평균자책점 13.50)과 등 담증세로 인한 항저우 아시안게임 출전 불발 등의 아쉬움을 이겨내며 5이닝 5피안타 1피홈런 3볼넷 6탈삼진 1실점으로 잘 던졌고, 타자들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비록 김도영 타석에서 나온 구심의 아쉬운 스트라이크 판정과 더불어 연장 10회말 아쉽게 끝내기 안타를 맞고 패했으나, 충분히 박수를 받을 만한 선전이었다.

이바타 일본 감독은 “우리가 이겼지만 아주 작은 차이였다. 2경기 모두 한국이 이겨도 좋은 경기였다. 우리가 배워야 하는 부분도 많았다“며 ”불리한 카운트에서도 변화구를 던지는 등 좋은 모습이 보였다. 선발투수 4명이 전부 패스트볼을 150km 이상 던졌다. 젊으면서 훌륭한 선수를 데려왔다“고 말했다.

사령탑 류중일 감독은 “그동안 일본 야구와 한국 야구의 격차가 벌어졌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대회를 통해 보니 조금만 더 열심히 하고 기본만 지킨다면 대등한 경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선수들의 자신감도 차올랐다. 곽빈은 “제 공을 던질 수만 있다면 (누구라도 상대할) 자신감이 있다. 시즌 끝나고 힘든 상태인 데도 정립이 된 것 같다”고 눈을 반짝였다.

이번 대표팀의 맏형 최지훈은 “다들 후회는 없는 것 같다. 시원하게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을 해서 그런지 생각보다 밝았다. 다들 고생했다고 서로 보듬어줬다. (대회를) 잘 마무리한 것 같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그는 “WBC 때도 느꼈지만 열심히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팀 어린 선수들을 보면서 부러우면서도 대단하다고 느꼈다. 큰 대회가 처음일텐데 주눅들지 않고 본인 실력을 발휘해줘서 너무 고맙다“며 ”오늘 졌지만 자신감을 얻고 끝낼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좋았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류중일호는 도쿄에서 분명 한 뼘 더 성장했다. 비록 아쉽게 우승에는 도달하지 못했으나, 누가 돌을 던질 수 있을까. 도쿄에서 가파르게 성장한 이들은 추후 있을 국제대회에서 더욱 빛나는 활약을 펼칠 전망이다.

이번 APBC에서 충분히 유의미한 성과를 거둔 대한민국 야구 국가대표팀. 사진=KBO 제공
도쿄(일본)=이한주 MK스포츠 기자

[도쿄(일본)=이한주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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