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In] 손에 만져보지도 못했는데, 위탁보육료는 근로소득…과세 논란
기재부·복지부 "필요경비 등 수익자 부담만 과세 등 제도개선 검토"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아이가 올해 어린이집 1세 반에 들어갔는데 위탁보육료 때문에 고민이에요. 급여로 잡혀서 세금을 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떤 분은 보육료로 월 5만원 미만 나가면 그냥 자비로 내는 게 낫다고 하시더라고요."
육아카페에 종종 올라오는 위탁보육료와 관련한 문의 중 하나이다.
주로 다니는 회사에 위탁보육비를 신청하면 세금을 얼마나 내야 하며, 과연 소득공제는 되는지 등을 묻는 내용들이다.
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남인순 의원실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영유아보육법 제14조에 따라 상시 여성 근로자 300명 이상 또는 상시근로자 500명 이상을 고용한 회사는 직장어린이집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회사가 여러 사정상 임직원 자녀를 위한 직장어린이집을 직접 만들지 못할 경우 임직원이 사는 지역의 어린이집과 위탁계약을 맺고 해당 어린이집에 위탁보육료를 지원할 수 있다.
2022년 12월 기준 의무 사업장 1천602곳 중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한 곳은 1천88곳이고, 위탁 보육을 하는 곳은 378곳이다.
[직장어린이집 설치 의무 대상 사업자의 이행 현황](단위 ; 개)
사업주가 지원하는 위탁보육료 액수는 정부가 어린이집에 지원하는 보육료의 50%이다.
만 1세 아이가 지역 어린이집에서 위탁 보육을 받는다면, 해당 어린이집은 정부 지원 보육료 월 45만2천원에다 직장 지원 보육료 월 22만6천원(정부 지원 보육료의 50%)을 매달 추가로 받는 셈이다.
[2023년 만 0~5세 반 어린이집 보육료 현황](단위 원)
복지부의 보육사업 지침에 따라 위탁보육료는 근로자 자녀의 특별활동비 등 부모가 개별적으로 직접 부담해야 하는 비용으로 우선 충당되지만, 나머지 잔액은 어린이집 원장이 재량껏 인건비와 운영비로 쓴다.
이런 위탁보육료 액수 수준과 사용처에 대해 복지부 보육정책과 관계자는 "이는 직장어린이집을 회사가 직접 설치할 때와 유사한 수준으로, 질 좋은 위탁 보육 어린이집 인프라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위탁보육료가 세법상 근로자의 근로소득에 해당한다는 점이다.
회사에서 직접 어린이집으로 전달되기에 근로자 자신은 손에 만져보지도 못하지만, 근로소득이기에 당연히 세금이 매겨진다.
이렇게 학부모의 근로소득으로 잡힌 위탁보험료는 소득세법상 월 10만원까지는 비과세된다.
하지만, 월 10만원 초과분의 경우 연 300만원 한도에서 교육비로 15%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을 뿐이어서 일정 부분 학부모에게 세금 부담이 되는 상황이다.
'무상보육'이라는 취지와 달리 현실에서는 세금을 내기에 비용을 지불하는 셈이다.
이를테면 만 1세 아이를 어린이집에 위탁보육 보내고 별도 추가 금액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한 달에 22만6천원씩 1년에 271만2천원이 학부모의 근로소득으로 잡힌다.
보통 어린 영아반은 입학금이나 특별활동비, 차량운행비, 생일상 등 부모가 직접 부담해야 할 비용이 그다지 많지 않아 연간 50만원을 넘지 않는 경우가 많기에 200만원 이상의 차액이 발생한다.
남은 차액은 학부모에게 돌려주는 게 아니라 어린이집이 운영비와 기타 비용으로 쓰는데 이렇게 쓴 비용은 상식적으로 어린이집에서 세금을 내는 게 맞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이렇다 보니, 이런 차액을 어린이집에서 학부모에게 물품(기저귀 등)으로 보상해준다거나 직접 환급해주는 경우도 있다. 모두 불법이다.
기획재정부의 소득세제 예규상으로는 사업주가 어린이집에 지급한 위탁보육료 중에서 수익자인 근로자가 부담해야 할 필요경비(특별활동비 등에 사용한 수익자 부담 경비) 상당액만 근로소득에 해당한다고 본다.
하지만, 이런 예규 취지와 달리 현실에서는 국세청이 위탁보육료 전액을 학부모의 근로소득으로 잡고 세금을 부과한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소득세제과는 남인순 의원실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예규 취지대로 집행되지 않는 경우가 실제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며 "필요한 제도개선 사항을 보건복지부, 국세청 등 관계기관과 협의해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복지부 보육정책과도 "근로자를 위한 합리적 방안을 도출하기 위해 기재부·국세청 등 관계부처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sh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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