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떨어지면 사드려요"…대구 아닌 서울서 '파격 분양', 왜?

배규민 기자 2023. 11. 20.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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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분양의 무덤이라 불리던 대구에서 볼 수 있는 환매조건부 분양조건이 서울에도 등장했다.

환매조건부는 입주시점에 분양가격이 시세보다 높을 경우 사업주체가 다시 매수해주는 방식이다.

환매조건부는 미분양 물량이 많은 대구에서 올해 다시 등장했지만 서울은 찾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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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 서울 아파트 매매·전세·월세 물건이 한 달 새 총 1만개 이상 증가했다. 9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물건은 7만9404개로, 전달(7만4159개)보다 5245개 늘었다. 같은 기간 전세 물건은 3만915개에서 3만4564개로, 월세 물건은 1만8604개에서 2만319개로 각각 증가했다.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 2023.11.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미분양의 무덤이라 불리던 대구에서 볼 수 있는 환매조건부 분양조건이 서울에도 등장했다. 환매조건부는 입주시점에 분양가격이 시세보다 높을 경우 사업주체가 다시 매수해주는 방식이다. 분양 수요가 많은 서울에 등장하는 건 이례적이다. 그만큼 시장상황이 좋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SK에코플랜트는 서울 강동구 '강동역 SK 리더스뷰'의 견본주택을 지난 18일 열고 분양에 나섰다. 옛 KT 강동지사를 개발한 주거복합단지로 지하 6층~지상 20층, 3개동 오피스텔 전용면적 84~99㎡ 총 378실 규모다. 방 3개·화장실 2개 구조의 주거용 오피스텔인 아파텔이다.

지난 2월 입주자모집공고를 내고 분양에 나섰으나 계약률이 저조해 다시 견본주택 문을 열고 선착순 분양을 진행한다. 재분양에 나서면서 '환매조건부'를 추가했다. 환매조건부는 미분양 물량이 많은 대구에서 올해 다시 등장했지만 서울은 찾기 어렵다. 입주 예정일이 2026년 8월인데 입주시점 시세가 분양가 이하일 경우 사업주체에 다시 팔 수 있어 집값 하락에 대한 리스크를 사업주체에 넘기는 방식이다.

또 계약할 경우 계약금 납입 비율에 따라 1400만~2800만원의 축하금도 지급한다. 분양가가 9억5100만원~13억5800만원인데 사실상 분양가를 할인해주는 셈이다. 단지는 지하철 5호선 길동역과 강동역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는 역세권에 위치한다. 분양 관계자는 "서울의 모든 사업장을 전수조사한 건 아니지만 환매조건부를 내건 사업장은 우리가 유일한 것같다"면서 "좋은 입지인데 올 2월 분양 당시 부동산시장이 침체했고 이번 기회에 좋은 조건으로 계약률을 높이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부동산 시장은 관망세가 짙어지고 거래도 줄었다. 대출금리 상승과 정부의 대출 규제로 자금 부담이 커지면서 매수세가 꺾인 영향으로 풀이된다. 전국 부동산 시장의 마지막 보류지로 여긴 서울 시장도 최근 들어 아파트 매매가 다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주간 KB 주택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주(11월13일 조사기준) 서울 아파트값 매매는 -0.01%를 보였다. 서울 아파트값 매매가 마이너스를 보인 건 7월(24일 조사기준) 이후 처음이다. 관악구(-0.23%), 중랑구(-0.17%) 순으로 하락 폭이 컸다.

우병탁 신한은행 압구정역 기업금융센터 부지점장은 "고금리로 인해 부동산 회복시점이 점점 더 늦어지고 있다"면서 "특히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등 돈줄이 막히면서 파격적인 조건을 걸어서라도 분양하지 않으면 자금이 돌지 않아 부도가 나는 곳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우 부지점장은 "지금은 거래량이 줄어드는 수준이지만 금리하락 시기가 늦어질수록 내년 하반기에는 가격 하락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규민 기자 bk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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