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은 소멸위기 지역 되살리는 가장 좋은 수단”

신수지 기자 2023. 11. 20. 05:0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양진석 서경대 도시공학 초빙교수
양진석 서경대 도시공학과 초빙교수가 최근 본지와 인터뷰하면서 지난 9월 충북 충주 수안보에 문을 연 고급 온천호텔 ‘유원재’ 설계 과정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그는 “건축이 지역을 바꿀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진 건축주와 함께 오랜 고민과 대화를 거쳐 만들었다”고 했다. /이태경 기자

“공기업만 내려 보낸다고 지역 경제가 살아날 수는 없습니다. 지역별로 차별화된 ‘브랜딩’을 한 뒤 그에 걸맞은 건축과 도시 계획이 따라가야 성공적인 지역 재생이 가능하죠.”

최근 서울 한남동에서 만난 양진석(58) 서경대 도시공학과 초빙교수(와이그룹 대표 건축가)는 “전국 지자체가 지역 관광을 살린다는 취지로 수천개의 박물관·기념관을 지었지만 방문하는 사람이 드물다”며 “브랜딩에 대한 고민 없이 쉬운 길을 택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000년대 초 TV프로그램 ‘러브하우스’로 대중에 이름을 알린 양 교수는 그동안 건축으로 지역 경제를 살리는 일에 집중해 왔다. 2014년 문을 열어 서울 종로 거리의 부활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 그랑서울 ‘청진상점가’와 강원도 양양을 서핑 애호가들의 성지에서 전국에서 찾는 가족 휴양지로 변모시킨 고급 리조트 ‘설해원’이 그의 작품이다. 지난 9월 충북 충주 수안보에 문을 연 고급 온천호텔 ‘유원재(留園斎)’도 그가 설계를 맡았다. 양 교수는 “소멸 위기에 처한 지역을 되살리기 위해 가장 좋은 수단이 건축”이라며 “다만 무조건 보기에 멋진 건물을 짓는 게 아니라 지역의 특색을 살린 ‘브랜딩’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지자체로부터 도시 계획이나 관광 콘텐츠 등에 대해 자문 요청을 받을 때가 많다. 그때마다 던지는 첫 질문이 있다. ‘여기에 사람들이 와야 하는 이유가 뭐냐’는 것이다. 그는 “그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며 “대답을 하더라도 ‘물 좋고 경치 좋고’ 정도에 그친다”고 했다.

양 교수는 해외 관광객들이 한국에 와서 갈 곳이 서울밖에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일본만 해도 도쿄뿐만 아니라 후쿠오카, 나고야, 오사카, 홋카이도, 오키나와 등 다양한 지역이 각자 경쟁력을 살려 해외 관광객을 빨아들이고 있다”고 했다. 양 교수는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일본 홋카이도 ‘니세코 빌리지’를 들면서 “매끄럽고 부드러운 설질(雪質)과 많은 적설량이라는 자연환경에 지역색을 가미하기 위해 일본 정서를 담은 5·6성급 호텔을 대거 유치해 유럽과 캐나다 휴양객들의 ‘스키 성지’가 됐다”고 말했다.

이번에 충주 수안보의 온천 호텔 ‘유원재’를 설계할 때도 ‘한국에 수질 좋은 천연온천이 있는데, 왜 다들 일본으로 갈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했다. 유원재가 들어선 수안보는 한때 단체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던 국내 대표 관광지였지만, 1990년대 들어 전국에 온천 개발붐이 불어 관광객이 분산된 데다 시설이 노후화하면서 쇠락의 길을 걸었다. 양 교수는 “건축이 지역을 바꿀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진 건축주와 함께 오랜 고민과 대화를 거쳐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99칸 한옥’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공간에 동남아 풀빌라나 일본 료칸에서 누릴 수 있는 ‘올 인클루시브’(all-inclusive·숙박료에 식사·부대시설 이용료가 모두 포함됨) 서비스를 접목시켰다. 객실마다 50평 규모의 개별 정원과 노천탕이 딸려 있어 온전한 휴식을 즐길 수 있다. 양 교수는 “외국의 주요 관광도시를 보면 하이엔드(최고급) 리조트로 시작해서 낙수효과로 주변에 크고 작은 리조트가 들어서고, 맛집도 생기면서 도시 전체에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며 “유원재도 수안보 부활의 신호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