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일본 벽 못 넘었지만…한국 야구, 세대교체 기대 부풀렸다
문동주·이의리·원태인·곽빈도 제 몫
불펜진도 예선 3경기선 무실점 행진
[서울=뉴시스] 김희준 기자 = 또 일본의 벽을 넘지 못해 2023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준우승이라는 결과를 받아들었다. 그래도 한국 야구는 세대교체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키웠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은 1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일본과의 2023 APBC 결승에서 연장 10회 승부치기 상황에 2점을 헌납해 3-4로 패배했다.
2017년 APBC 결승에서 일본에 0-7로 패배해 준우승했던 한국은 2회 연속 준우승이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한국, 일본, 대만, 호주가 출전한 이번 대회는 풀리그로 예선을 치른 후 상위 2개 팀이 결승에 진출해 우승팀을 가렸다. 한국은 호주(3-2), 대만(6-1)을 꺾었지만 일본에 패배(2-3)해 2승 1패를 기록하고 결승에 올랐다. 그러나 결승에서 또 일본에 1점차로 졌다.
프로 선수끼리 맞붙은 한일전에서 8연패다. 한국이 프로끼리 대결로 펼쳐진 한일전에서 승리한 것은 2015년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준결승에서 4-3으로 이긴 것이 마지막이다.
2017년 APBC 예선(7-8)과 결승(0-7)에서 일본에 내리 진 한국은 2019년 프리미어12 슈퍼라운드, 결승전에서도 각각 8-10, 3-5로 패배했다.
2021년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준결승에서도 일본에 2-5로 졌고, 올해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에서는 일본전에서 4-13으로 참패를 맛봤다.
일본과의 격차는 실감했지만, 소득도 있었다. 대표팀 세대교체에 대한 희망을 다시 한 번 엿볼 수 있었다.
이번 대회는 만 24세 이하(1999년 1월 1일 이후 출생자) 또는 프로 입단 3년차 선수만 출전할 수 있다. 국가당 와일드카드 3명을 포함할 수 있는데 이도 만 29세 이하(1994년 1월 1일 이후 출생자)로 제한했다.
대표팀 세대교체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는 한국은 젊은 선수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기회를 주고자 와일드카드를 활용하지 않았다. 4개국 중 유일했다.
그럼에도 와일드카드 3장을 모두 쓴 일본과 대등한 경기를 펼치고, 쉽지 않은 상대로 꼽히는 호주, 대만을 꺾으면서 기대를 키웠다.
타선에서는 올해 KBO리그 홈런왕, 타점왕에 오른 노시환(한화 이글스)이 4번 타자로 입지를 굳혔다.
노시환은 이번 대회 4경기에서 18타수 7안타(타율 0.389), 5타점을 올렸다.
호주와의 첫 경기에서 연장 10회 승부치기 상황에 끝내기 안타를 치는 등 5타수 3안타 1타점으로 활약한 노시환은 일본과의 결승에서도 5타수 2안타 2타점으로 고군분투했다. 특히 0-0으로 맞선 3회 1사 1, 2루에서 좌중간 2타점 적시 2루타를 날리며 해결사 면모를 뽐냈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타율 0.438(16타수 7안타) 6타점으로 활약했던 노시환은 부동의 4번 타자로 자리매김했다.
김주원(NC 다이노스)의 성장세도 한국에는 반갑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이어 대표팀 주전 유격수로 활약한 김주원은 이번 대회 4경기에서 14타수 6안타, 타율 0.429로 맹타를 휘둘렀다. 특히 대만전에서는 2루타, 3루타를 1개씩 때려내며 4타수 3안타 1타점으로 펄펄 날았다.
수비에서 한층 안정적인 모습을 뽐내면서 미래 한국 대표팀 내야 사령관으로 가능성을 보였다.
선발로 등판한 문동주(한화), 이의리(KIA 타이거즈), 원태인(삼성 라이온즈), 곽빈(두산)도 임무를 톡톡히 해냈다.
첫 판 선발 중책을 맡은 문동주는 102개의 공을 던지며 5⅔이닝 5피안타(1홈런) 5탙삼진 4볼넷 2실점을 기록하며 한국 승리에 발판을 놨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승에서 6이닝 무실점 쾌투로 한국의 2-0 승리를 이끌었던 문동주는 실전 공백에도 제 몫을 다하면서 차기 에이스 다운 모습을 과시했다.
3번째로 성인 태극마크를 단 이의리는 일본과의 예선 2차전에서 6이닝 6피안타(1홈런) 2실점으로 호투했고, 이번이 4번째 성인 국제대회 출전인 원태인은 대만전에서 5이닝 3피안타(1홈런) 5탈삼진 1실점으로 안정적인 투구를 펼쳤다.
올해 3월 WBC에서 2경기에 구원 등판해 2이닝 3실점으로 흔들렸던 곽빈은 결승전에서 5이닝 5피안타(1홈런) 6탈삼진 3볼넷 1실점으로 호투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고도 담 증세 때문에 등판하지 못해 '무임 승차' 논란을 빚었던 그는 결승전 호투로 아쉬움을 덜어냈다.
결승에서는 흔들렸지만, 한국 불펜진은 이번 대회 예선 3경기에서 무실점 투구를 선보이며 희망을 안겼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4경기 4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던 최지민(KIA)은 3경기에 구원 등판해 3⅓이닝을 무실점으로 책임졌다. 특히 결승에서 2-2로 맞선 8회 1사 1, 2루의 위기에 등판해 1⅔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최승용(두산 베어스)을 발굴한 것도 한국으로서는 소득이다.
이번에 처음 성인 국가대표로 발탁된 최승용은 결승전에서 동점 점수를 주기는 했으나 이번 대회 3경기에 등판, 3⅔이닝을 던지며 1실점만 기록했다. 호주전에서는 1⅔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3-2 승리에 발판을 마련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만 25세 이하 또는 프로 4년차 이하 선수들로 대표팀을 구성했던 한국은 온갖 우려에도 불구하고 금메달을 수확하며 세대교체 신호탄을 쐈다. 이번 대회를 통해 '젊은 피'들이 가능성을 뽐내면서 세대교체에 한층 탄력을 받게 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jinxij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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