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의 4번 타자로 거듭난 노시환 "가장 기억에 남는 시즌"(종합)
"올해 좋은 성적 냈으니 내년은 더 좋은 선수 되기 위해 준비"
(도쿄=연합뉴스) 홍규빈 기자 = 노시환(22·한화 이글스)이 한국 야구 부동의 4번 타자로 발돋움했다.
노시환은 19일 일본 도쿄돔에서 일본과 치른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2023 결승전에서 선제 2루타를 포함해 5타수 2안타를 치고 2타점을 올려 한국의 주포답게 맹타를 휘둘렀다.
노시환은 3회초 1사 1, 2루에서 일본 선발 이마이 다쓰야의 초구 슬라이더가 가운데 몰린 것을 놓치지 않고 힘껏 잡아당겨 좌중간 2타점 2루타를 작렬했다.
이 두 점은 한국이 정규이닝 동안 얻어낸 유일한 점수였고, 일본이 5, 6회 한 점씩 보태 경기를 연장 승부치기로 끌고 갔다.
그리고 노시환은 10회초 또 한 번 존재감을 발휘했다.
윤동희(롯데 자이언츠)의 적시타로 3-2로 앞서간 2사 1루에서 고지로 요시무라의 직구를 밀어 쳐 1, 3루 기회를 이어갔다. 다만 후속타가 없어 빛을 보진 못했다.
한국은 연장 10회말 일본에 두 점을 줘 3-4로 아쉽게 졌다.
노시환의 이번 대회 통산 성적은 4경기 18타수 7안타 4타점이다.
강백호(kt wiz)가 부상으로 함께하지 못하면서 홀로 중심타선에서 고군분투한 결과다.
노시환은 이번 대회 초중반 잘 풀리지 않는 한국 타선을 이끌었다.
팀 잔루 12개가 쏟아졌던 호주와의 예선 1차전에서 5타수 3안타 1타점으로 활약한 가운데 10회 연장 끝내기 안타를 날렸다.
일본전에선 상대 배터리의 집중 견제를 받으면서도 4타수 1안타로 묵묵히 제 몫을 했고, 대만전에선 1회 1사 1, 3루에서 깨끗한 적시타로 선취점을 책임졌다.
노시환이 물꼬를 트자 한국 타선은 대만전에서 팀 10안타를 터뜨리며 6-1 승리를 거뒀다.
노시환은 지난달 항저우 아시안게임(16타수 7안타 6타점)에서의 뜨거운 타격감을 일본 도쿄에서도 이어갔다.
'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의 은퇴 이후 한동안 끊겼던 4번 타자의 명맥이 되살아난 경사다.
노시환은 올해 국내에서도 커리어 하이를 찍으며 '차세대'라는 수식어를 떼어 버렸다.
노시환은 경기 후 "지긴 했지만, 여기에 와서 정말 좋은 경험을 했다. 일본 선수들 기량이 좋아서 경기하면서 배울 점도 많았고 느낀 것도 많다"고 돌아봤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일본 투수의 정교한 제구력과 변화구다.
"타석에서 싸우며 힘들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토로한 그는 "타석에 들어가서 힘이 들었지만, 이겨내면서 많은 경험이 됐다"고 씩씩하게 말했다.
이날 경기가 열린 도쿄돔에는 전체 4만2천300석 가운데 4만1천883석이 찼다. 거의 모든 좌석이 팔렸다.
4만명이 넘는 관중 앞에서 처음으로 경기를 치른 노시환은 "오히려 재미있었다"고 미소를 보였다.
그는 "긴장감도 있고 그 속에 즐거움도 있더라. 경기 내용도 박빙이라 좋은 경험이었고 정말 재미있게 관중 앞에서 야구했다"고 했다.
만 22세인 노시환은 2023시즌 31홈런, 101타점으로 거포의 상징인 홈런과 타점 1위에 올랐다.
KBO리그에서 만 23세 이전에 홈런왕을 차지한 타자는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1997년 21세), 장종훈 KBO 재능기부위원(1990년 22세)에 이어 역대 3번째다.
노시환은 1997년 만 21세에 32홈런, 114타점을 올린 이승엽 감독에 이어 KBO리그 역대 두 번째 어린 나이로 30홈런·100타점을 달성한 타자로도 기록됐다.
올해 노시환의 맹타는 한국, 중국, 일본 등 장소를 가리지 않았다.
노시환은 한 시즌을 돌아보며 "1년 동안 한 번도 안 다치고 야구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성인이 되고 처음 국가대표로 뽑혀서 아시안게임 금메달도 따고, 이번 대회는 준우승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시즌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여기에서 만족하면 진짜 '대한민국 4번 타자'가 될 수 없다.
노시환은 "이 시즌을 바탕으로 한층 성장해야 한다. 내년이 더 중요하다"고 각오를 다진 뒤 "올해 좋은 성적을 냈으니 내년은 올해보다 더 좋은 선수가 되기 위해 준비를 잘해야 할 듯하다"는 말로 길었던 2023시즌과 작별했다.
bing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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