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돔은 높았다…한국, 일본에 ‘무릎’
한국, 2점 앞서가다 동점 허용
연장 승부치기 먼저 점수 냈지만
10회말 끝내기 안타로 3 대 4 패
2017년 초대 대회서도 일본에 져
2015년 이후 프로 한·일전 8연패
한국이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2023 결승에서 일본에 석패했다. 한 수 위 일본과 대등한 경기를 했지만, 막판 뒷심에서 밀렸다. 일본의 벽을 다시금 실감한 동시에 한국 야구의 밝은 미래를 확인한 경기였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은 1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APBC 대회 결승 일본전에서 10회 연장 승부치기 끝에 3-4로 졌다. 2017년 열린 초대 대회 결승전에서 일본에 0-7로 패해 준우승한 한국은 6년 만에 열린 2회 대회에서도 일본의 벽에 가로막혔다.
더불어 한국은 2015년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준결승전 4-3 승리 이후 프로 선수끼리 맞붙은 한·일전에서 8전 전패했다.
한국은 지난 17일 이번 대회 예선 2차전에서도 일본에 1-2로 패배했다. 당시 두 팀의 격차는 눈에 보이는 ‘1점’보다 컸다. 한국은 일본의 좌완 선발 스미다 지히로의 벽에 철저히 가로막혔다. 스미다는 이날 7이닝 무실점으로 한국 타자들을 압도했다. 좌완 선발 이의리(6이닝 2실점) 등 한국의 투수들이 일본 강타선에 주눅 들지 않고 경쟁력 있는 투구를 한 점은 패배 속에 거둔 수확 중 하나였다.
결승전에서도 한국 투수진의 활약은 돋보였다. 선발 곽빈(24·두산)이 4만명 이상 홈 관중의 일방적인 응원 함성 속에 88구를 던져 5안타(1홈런) 3사사구 6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일본과의 예선에서 무기력했던 한국 타선은 결승전에서는 많이 좋아졌다. 한국은 3회초 선두 타자 김혜성이 볼넷을 골라 출루한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행운도 따랐다. 후속 타자 김도영이 번트를 댔는데 1루수 마키 슈고가 포구 실책을 저지르며 무사 1·2루가 됐다. 윤동희가 삼진을 당하며 계속된 1사 득점권 기회에서 한국 프로야구 ‘홈런왕’ 노시환이 이마이의 가운데로 몰린 초구 슬라이더를 타격해 좌중간을 그대로 갈라버렸다. 주자 2명을 모두 홈으로 불러들인 2타점 적시 2루타였다. 이마이는 결국 4회를 마지막으로 마운드를 내려갔다.
2-0으로 앞서고 있던 5회가 아쉬웠다. 곽빈은 2사에서 상대 4번 타자 마키 슈고에게 밋밋하게 떨어지는 느린 커브를 던졌다가 솔로포를 허용했다. 한국 리드는 오래가지 못했다. 2-1로 앞선 6회 마운드를 이어받은 최승용이 선두 타자 만나미 주세이에게 2루타를 맞은 뒤 후속 타자의 희생번트와 희생플라이로 동점을 허용했다. 6회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맞붙은 양 팀 불펜은 상대 타선을 압도하며 더는 실점하지 않았다.
두 팀의 승부는 결국 연장 승부치기에서 갈렸다. 한국은 10회초 무사 1·2루를 만들어놓고 시작하는 승부치기에서 득점에 성공했다. 선두 타자 김도영이 병살타를 쳤지만, 계속된 2사 3루에서 윤동희가 적시타를 때렸다. 그러나 한국은 마지막까지 웃지 못했다.
한국이 3-2로 앞선 10회말, 일본은 선두 타자 희생 번트로 1사 2·3루를 만들었다. 마무리 정해영을 올린 한국은 4번 타자 마키를 고의 볼넷으로 걸렀다. 사카쿠라 쇼고가 1사 만루에서 희생 플라이로 동점을 만들었고, 한국은 후속 타자 만나미를 다시 한번 고의 볼넷으로 걸러 가도와키 마코토와 승부했지만, 결국 끝내기 안타를 맞고 준우승으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같은 날 오전 도쿄돔에서 진행된 3위 결정전에서는 대만이 호주를 4-3으로 꺾었다.
도쿄 |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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