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과 우승 '약속'은 못 지켰지만…독보적이었던 노시환의 존재감, 韓 국대 '4번 타자의 발견'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대회의 무게감을 생각하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와 프리미어12에 비해서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노시환(한화 이글스)의 활약은 차기 국가대표 4번을 맡겨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19일(이하 한국시각) 일본 도쿄 분쿄구의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결승전 일본과 맞대결에서 3-4로 끝내기 패배를 당하면서, 2회 연속 준우승을 기록했다.
2019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한화 이글스의 유니폼을 입었던 노시환은 매년 '유망주'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녔다. 2020시즌 12홈런, 2021시즌 18개의 아치를 그려냈지만, 노시환이 가진 능력과 재능에 비하면 한끝이 모자란 느낌이었다. 특히 지난해에는 타율 0.281로 정교함이 눈에 띄게 좋아졌지만, 홈런은 6개에 그치면서 장타율이 급감하기도 했다.
홈런이 급감하면서 노시환은 '변신'을 시도했다. 빠른 타구 속도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 타격폼에 변화를 주면서 '발사각도'를 높이는 것이었다. 말은 쉽지만, 결코 쉽지 않은 변신은 대성공이었다. 노시환은 올해 131경기에 출전해 153안타 31홈런 101타점 85득점 타율 0.298 OPS 0.929로 불방망이를 휘두르면서 '타점왕' 타이틀과 함께 '홈런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비단 국내에서만 좋았던 것도 아니었다. 노시환은 초반부터 좋은 활약을 선보이면서 항저우 아시안게임(AG) 대표팀에도 승선하는 기쁨을 누렸다. 프로 데뷔 5년 만의 첫 번째 성인 대표팀. 노시환은 대표팀에서 '4번 타자'의 중책을 맡으며 6경기에서 7안타 6타점 타율 0.438(16타수 7안타) OPS 1.140으로 폭주했고, 아시안게임 4연패의 선봉장에 섰다.
노시환은 APBC 대표팀 소집 훈련 당시 "이번 대회를 잘해야 세대교체가 된다. 아시안게임을 비롯해 APBC에서도 좋은 성적을 낸다면 대표팀에도 어린 선수들이 꾸준히 불릴 수 있고, 세대교체가 잘 된다면 우리나라가 다시 야구 강국이 될 수 있다"면서 "아시안게임에서 아쉬운 것을 꼽자면 홈런을 못 쳤던 것이다. 이번 APBC에서는 홈런을 하나 선사하고 올 수 있도록 준비를 잘 하겠다. 멋진 홈런포와 우승을 하고 오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아시안게임의 경우 다른 국제대회에 비해 무게감이 떨어지는 대회라고 한다면, 한국을 비롯해 일본과 대만, 호주의 유망주들이 총출동해 자웅을 겨루는 APBC에서도 노시환의 존재감은 독보적이었다. 노시환은 첫 경기부터 펄펄 날았다. 노시환은 호주를 상대로 연장 10회말 승부치기에서 역전 끝내기 안타를 터뜨리는 등 3안타로 맹타를 휘두르며 기분 좋은 스타트를 끊었다. 그리고 좋은 흐름은 계속됐다.
노시환은 팀의 승리를 이끄는 활약은 아니었지만, 일본과 맞대결에서도 4타수 1안타를 기록했고, 결승 진출을 위해서는 반드시 꺾어야 할 상대였던 대만을 상대로는 1회부터 결승타로 연결되는 선취점을 뽑아내는 등 세 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이어갔다. 노시환이 고대했던 홈런은 나오지 않았으나, 예선전 세 경기에서의 성적은 타율 0.385(13타수 5안타)로 대회 내내 뜨거운 타격감을 선보였다.
결승전에서도 임팩트는 상당했다. 노시환은 1회 2사 1루의 첫 번째 타석에서 일본 선발 이마이 타츠야의 4구째 몸쪽 슬라이더에 방망이를 내밀었으나, 포수 파울플라이로 물러나며 경기를 출발했으나, 두 번째 타석에서 곧바로 안타가 나왔다. 노시환은 일본 APBC 대표팀의 '간판' 마키 슈고의 실책 등으로 만들어진 1사 1, 2루에서 이번에는 이마이의 슬라이더를 놓치지 않았다.
노시환은 이마이가 던진 초구 139km 슬라이더가 스트라이크존 한가운데로 몰리자 거침없이 방망이를 내돌렸다. 방망이 끝에 맞았으나, 힘으로 엄청난 타구 속도를 만들어낸 타구는 점프 캐치를 시도한 유격수 키를 살짝 넘어갔고, 그대로 좌중간을 가르는 2타점 2루타로 연결되면서 팀에 선취점을 안겼다. 이후 무안타로 침묵하던 노시환의 방망이는 가장 중요한 순간에 다시 한번 터졌다.
연장 승부치기 맞대결에 돌입한 10회초 3-2로 앞선 2사 1루에서 바뀐투수 요시무라 코지로의 3구째 149km 직구를 공략해 이날 두 번째 안타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대표팀이 준우승에 머무르면서 활약이 크게 빛을 보지는 못했지만, 분명했던 것은 '조선의 4번타자' 이대호와 '국민거포' 박병호 등 이후 향후 프리미어12와 WBC에서도 믿고 내세울 수 있는 '4번 타자'를 확보했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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