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드컵' 관람객 15%가 외국인···직간접 경제효과 최소 2000억
고척돔 경기장·광화문 수만명 운집
생중계한 CGV 영화관 매진 행렬
결승전 티켓 암표 300만원 거래도
부대 행사에도 외국인 발길 이어져
서울 도시 브랜드 제고 효과 톡톡
“롤드컵 경기 관람과 한국 관광을 위해 9월부터 한국에 있었어요. 주요 경기는 다 스타디움을 찾아가 봤지만 비자 만료 기간(90일) 때문에 곧 한국을 떠나야 해 아쉽습니다.”
온라인 게임 ‘리그오브레전드’에 기반한 e스포츠 ‘롤드컵’의 거리 응원이 벌어진 19일 광화문 광장. 이곳에서 만난 네덜란드인 라우라(29) 씨는 롤드컵 관람을 테마로 자신이 구상한 석 달짜리 한국 여행을 구구절절 털어놨다. 라우라 씨는 “고척스타디움에서 열리는 롤드컵 결승전을 직접 못봐 아쉽지만 길거리 응원장에서 앞자리를 맡게 돼 직관하는 것 못지 않은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며 설레는 마음을 전했다. 그는 “한국에서 만난 독일인 친구 알렉산더가 오전부터 광화문 광장을 지켜 좋은 좌석을 맡을 수 있었고 경기장에선 여러 외국인 친구를 만났다”고 활짝 웃어 쌀쌀한 날씨를 잊게 했다.
경북 상주와 충남 천안에서 상경한 친구 둘과 광화문 응원을 나온 직장인 조정현(30) 씨 역시 “롤드컵이 열릴 때마다 친구들과 함께 모여 응원하는 것이 연례 행사”라며 “올 해는 한국에서 결승전이 열리고, 광화문에서 거리 응원을 할 수 있어 야외에서 뭉치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롤드컵 결승 경기가 열린 고척스카이돔을 비롯해 광화문 광장과 경기를 생중계한 CJ CGV 극장 등은 이날 수많은 게이머들의 함성으로 들썩였다. 특히 결승전 매치업이 가장 주목도가 높은 한국과 중국팀간 한판 승부여서 관심과 열기가 어느 때보다 높았다. 이번 롤드컵은 5년 만에 국내에서 열렸는데 우리나라의 롤드컵 개최는 2014년과 2018년에 이어 세 번째다.
서울 광화문 광장에는 이날 경기 시작 5시간 전인 정오부터 1000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으며 오후 2시께는 2000명 넘는 응원단이 몰리며 스크린 앞 소위 ‘명당’은 이미 만석이었다. 경기가 시작된 오후 5시께는 5000명 넘는 인파가 운집해 월드컵에 맞먹는다는 롤드컵의 위상을 실감하게 했다. 경기를 보려고 광화문 광장에 모인 10명 중 1~2명은 외국인일 만큼 롤드컵 관람을 위해 한국을 찾은 관광객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광화문과 고척돔에서는 롤에 등장하는 캐릭터의 코스프레를 한 팬들이 모여 축제 분위기를 연출했다.
e스포츠 등 관련 업계에서는 2023 롤드컵 개최에 따른 직간접적 경제 효과가 2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우선 전 세계 롤드컵 결승전 시청자 수만 1억 명가량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1만 8000명이 들어선 고척돔의 티켓 가격이 8만~24만 5000원에 달한다는 점에서 티켓 판매와 관련한 수익만 해도 40억 원가량이다. 예매 10분이 채 안 돼 결승전 티켓이 전석 매진됐다는 점과 암표 가격이 정가의 12배가 넘는 300만 원 선에서 거래됐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티켓 가격 이상의 경제 효과가 발생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경기장 밖 열기도 뜨거웠다. 롤드컵 결승전을 생중계한 극장 CGV 좌석은 이날 제주 지역을 제외한 전국 44개 극장의 100여 개관 전석이 매진됐다. 해당 좌석의 티켓값은 2만 8000원으로 일반 영화 대비 2배 이상 높았지만 일부 좌석은 10만 원대에 암표로 거래되는 등 관람 열기가 뜨거웠다. 롤드컵 관람을 위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및 광화문 거리 응원을 위해 상경한 이들의 각종 소비 효과와 롤드컵 관련 기사에 노출된 서울이라는 도시의 브랜드 제고 효과 등을 고려하면 경제 효과가 2000억 원 수준이라는 것이 과장이 아닌 셈이다.
뉴진스와 프로젝트 그룹 하트스틸 등 아이돌 축하 공연 뒤 이어진 경기 또한 명승부였다. 이날 고척돔에서는 세계 최고의 롤 게이머인 ‘페이커’ 이상혁 선수가 속한 T1이 2년 연속 결승에 올라 중국의 WBG(웨이보게이밍포아우디)와 맞붙었다. 한국팀 간 치열한 경쟁을 보였던 지난해 결승과 달리 올 해는 T1이 비교적 쉽게 3승을 올리며 종합 점수 3대 0으로 우승컵을 안았다. 경기 주요 순간마다 관중들의 함성과 탄식이 교차하며 실제 월드컵 못지않은 뜨거운 열기를 보여줬다.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최대 팬덤을 자랑하는 T1의 우승으로 확산하는 롤드컵 인기 속에 한국 게임 업계의 존재감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T1은 4강에 이름을 올린 유일한 국내 팀으로 우승을 점치는 의견이 많지 않았지만 4강과 결승에서 중국 최강 팀인 JDG(징동인텔이스포츠클럽)와 WBG를 각각 격파하며 5년 만에 안방에서 결승을 개최한 한국의 자존심을 세웠다.
롤드컵이 국제적인 스포츠·문화 행사로 자리잡으며 해외에서도 구름 관중이 롤드컵을 즐기기 위해 몰리고 있다. 라이엇게임즈에 따르면 이번 결승전 티켓을 예매한 이들 중 15%가 외국인이었다. 16일부터 광화문 광장에서 진행된 롤드컵 부대 행사 ‘월즈 팬 페스트’에도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양철민 기자 chopin@sedaily.com허진 기자 hjin@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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